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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초밥집의 ‘숨김’ 전략, 언제 유용할까
2017-09-11 | 최한나 에디터

안녕하세요, 최한나입니다. ‘숨김의 가치’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다 드러내지 않고 일부를 감춰 살짝만 보여주는 데서 발생하는 가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원래 다 보여주면 오히려 매력이 떨어지는 법이죠. 숨겨서 발생하는 가치를 비즈니스에 적절히 활용하면 원래의 가치보다 더욱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들어 매출을 올리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들은 회전초밥집에서 이 원리를 더욱 깊숙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연구진은 메뉴를 보고 초밥을 주문하는 고객과 회전하는 테이블에서 하나씩 초밥 접시를 골라드는 고객을 비교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메뉴를 보고 초밥을 주문하는 고객보다 회전 테이블에서 접시를 하나씩 골라드는 고객들이 더 많은 양을 먹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상품 전체를 숨기고 일부만 내놓으면, 사람들은 지금 지나가는 접시를 다시는 집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 때문에 꼭 지금 집지 않아도 되는 접시까지 집어 드는 경향을 보입니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준비한 상품의 라인업을 한꺼번에 보여줄 때보다 조금씩 차례대로 보여줄 때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패션업계가 이런 전략을 잘 쓰죠. 전통적으로 패션업계는 봄여름과 가을겨울 시즌으로 나눠 1년에 두 번 정도 새로운 라인업을 선보여 왔습니다. 이에 맞춰 유통업체들도 1년에 두 번 정도 전체 디스플레이를 조정하고 상품들을 진열해 왔지요. 하지만 자라나 H&M등 SPA브랜드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런 공식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이 브랜드들은 회전 속도가 빠르고 시즌 중에도 수시로 판매 상품을 바꿉니다. 때로는 시즌 이 끝나지 않았는데 몇몇 아이템의 판매를 끝내기도 합니다. 이런 특성을 잘 아는 고객들은 마음에 드는 옷을 만났을 때 서둘러 구입해야 한다는 긴박감을 느끼게 됩니다. 한 번 더 고민하거나 심사숙고할 일이 아니라 발견하는 즉시 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이런 회전초밥 전략이 모든 종류의 상품에 먹히는 것은 아닙니다. '숨김의 가치'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으려면 상품과 고객의 유형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의류나 신발, 악세서리, 어린이 완구처럼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하기까지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 경우에는 숨기기 전략이 판매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회전초밥도 마찬가지죠. 반대로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같은 고가 제품, 즉 상품을 보고 구매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상품의 경우에는 이런 전략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전체 상품을 모두 확인하지 못한 고객은 다음번에 더 좋은 제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구매를 아예 미뤄버리기 때문입니다. 고객군에 따라서도 이 전략은 다르게 활용돼야 합니다. 일단 지르고 보는 충동적 성향의 고객에게는 효과적으로 먹혀들어갈 수 있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신중에 신중을 기하다가 아예 구매를 접어버리기도 하는 고객에게는 신통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우리 사업과 고객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난 다음에 우리도 회전초밥 전략을 써야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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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나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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