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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을 위한 디자인
2015-11-16 | 김정원 에디터

안녕하십니까! 김정원입니다. 디자인씽킹 방법론은 이제 대학에서 공식 과정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널리 알려진 보통 명사가 됐는데요, 혹시 이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 알고 계신가요? 바로 세계적 경영사상가인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로저 마틴 교수와, 글로벌 디자인 컨설팅사 IDEO의 팀 브라운 CEO가 만들어낸 말입니다. 두 사람은 디자이너의 사고방식이 단순한 제품 개발을 뛰어넘어 기업의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디자인 씽킹 이란 용어를 만들었고 이게 경영계에서 열광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소위 ‘대박’을 친 것이죠. 디자인 씽킹이란 개념의 창안자인 두 사람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 9월호에 또 다시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관여디자인, intervention design 이라는 개념입니다. 관여디자인은 디자인적인 사고방식이 기업 전략을 넘어서 조직의 변화관리, 조직문화 개혁까지도 가능하게 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입니다. 관여디자인은 심지어 조직뿐만 아니라 사회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니고 있습니다. 관여디자인이란 시제품을 여러 차례 만들어 이해관계자들의 우려나 걱정, 이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게 해서 궁극적으로 혁신적인 디자인이 조직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접근 방식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에서 신제품을 만들 할 때 과거 디자이너들은 신제품 디자인만 잘 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신제품 때문에 기존 제품 생산 라인이 폐쇄되고 근로자들이 새로운 일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문제는 HR부서가 알아서 해야 할 일로 인식됐지만, 관여디자인이란 개념을 적용하면 달라집니다. 디자이너와 경영자들은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지 설명하고 디자인 과정에서 이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게 됩니다. 당연히 혁신제품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이나 조직의 지지 확보에도 엄청나게 유리해집니다. 논문 저자들은 페루의 인터코프 그룹의 사례를 들어 관여디자인의 위력을 설명합니다. 인터코프는 은행에서 출발한 재벌기업인데, 페루 중산층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관여디자인의 취지를 잘 활용했습니다. 중산층의 번영을 위해서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데 당시 페루 공립학교의 교육의 질은 매우 낮았다는군요. 당장 훌륭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은 인터코프 입장에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재벌이 교육을 장악하려 한다는 따가운 눈총과 기득권층의 저항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터코프는 학교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발자취를 남긴 교사상’이란 상을 제정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2007년 첫 상을 주면서, 수상자들에게 자동차를 부상으로 선물 했는데요 덕분에 이 상은 금방 유명해졌답니다. 상을 주면서 인터코프가 교육 문제에 각별한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또 어려운 여건에서 좋은 성과를 낸 교사들과 강한 네트워크도 형성할 수 있었죠. 학부모들에게도 당연히 호감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지지기반을 형성한 후 인터코프는 2010년에는 작은 학교 하나를 인수해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수 백 명의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교사의 역할은 지식제공자가 아닌 조력자가 됐구요, 아이들은 노트북으로 수업을 받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후 시범운영을 하면서 또 다시 이해관계자들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결국 새로운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입소문도 엄청나게 많이 형성됐습니다. 새 학교 건물이 세워지기도 전에 학생 등록이 마감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모았다고 합니다. 상을 만들어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마치 신제품 개발과정의 시제품, 즉 프로토타입을 만든 것처럼 교육과정을 시범운영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유도한 것이 성공의 원동력이었습니다. 개도국에서 고용을 늘리려면 슈퍼마켓 같은 유통체인을 설립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됩니다. 하지만 인터코프는 이 과정에서도 슈퍼마켓 설립부터 하지 않았습니다. 재벌이 유통망을 장악해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비난이 일면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인터코프는 이 과정에서도 관여디자인의 취지를 활용해 이해관계자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토록 했습니다. 그래서 슈퍼마켓이 들어서는 현지 농민들의 역량을 키워 현지에서 물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여기에 페루 정부까지 참여했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게 만드는 관여 디자인은 이처럼 조직은 물론이고 사회 변화까지 가능케 합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실현시키는가가 현실에선 보다 중요합니다. 관여 디자인은 실제 세상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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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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