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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와인’은 어떻게 시장을 확보했을까
2018-06-29 | 최한나

안녕하세요, 최한나입니다. 사람들은 유기농을 좋아합니다. 보통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에 유기농이라는 이름을 붙이죠. 와인에도 유기농 와인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재배한 포도에서 얻어낸 와인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시면 유기농이라고 써 붙여진 와인을 본 적은 아마 별로 없을 겁니다. 유기농 와인을 보기가 왜 이리 힘든 걸까요? 유기농 와인 농장들은 어떤 전략을 쓰고 있을까요? 2018 5-6월 호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글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전 세계 포도농장 중에 유기농으로 포도를 재배하는 곳은 채 5%가 되지 않습니다. 세계 최대의 와인 소비국인 미국에서도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유기농 와인은 1%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1960년대 이후 여러 와인업체들이 유기농 와인시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별로 성과가 없었습니다. 채소나 우유 같은 다른 식품군의 유기농 제품들이 엄청나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죠. 왜 그런 것일까요?  

 

유기농 와인이 처음 나왔을 때, 이 와인이 소비자를 만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우선 대다수의 와이너리가 유기농 와인을 적으로 여겼습니다. 포도는 농약 없이 재배하기 매우 어려운 과일입니다. 사실 농약의 역사가 포도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과거 19세기흰가루병이라는 포도나무 전염병이 돌아서 유럽 전역의 포도밭이 쑥대밭이 됐고, 바로 이때부터 농약이라는 것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와인업체들은 농약을 치지 않는 포도가 가능하냐, 유기농 와인이 가당키나 하냐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유통업체와 마트들도 유기농 와인을 반기지 않았습니다. 유기농 와인은 아황산염이 첨가되지 않아 더 빨리 상합니다. 제품의 유통기한이 짧으면 진열기간이 짧고 재고 관리가 더 어렵겠죠. 

 

그런데 최근 들어 유기농 와인이 일부 레스토랑에서 매우 비싼 값에 팔리고 있습니다. 유기농 와인의 대표선수인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의 사례를 들어볼까요? 이 와인의 창업주는 우주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달이나 행성의 움직임에 맞춰 포도를 재배하고, 화학비료가 아닌 깨끗하게 만들어진 특수 비료를 사용합니다. 이런 사실이 입소문을 타고 전해지면서 파리나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이 와인을 찾기 시작했는데요, 맛을 보니 기존 와인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때로는 더 좋은 맛을 내는 것이 알려졌고, 이를 통해 유기농 와인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방송에서도 많이 다뤄졌죠.

 

한국에서도 2~3년 전부터내추럴 와인이라는 이름으로 유기농 와인을 파는 레스토랑과 와인샵이 많아졌습니다. 수입업체들이 개최하는 시음회도 열리고 있고요. 2017년 내추럴 와인 수입양은 전년도에 비해 두 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유기농 와인이 시장에서 핫한 트렌드가 된 거죠.

 

새로운 범주의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알리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도록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60년대에 탄생했지만 반세기가 지나서야 비로소 주목을 받게 된 유기농 와인산업의 사례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줍니다.

 

첫째, 색다른 스토리는 초반 마케팅에 도움을 줍니다. 바이오다이내믹스 창업주의 독특한 포도 재배 스토리는 유기농이라는 우호적인 명분 외에 재미있는 요소를 더해 유기농 와인을 널리 알리는데 공을 세웠습니다.

 

둘째, 품질 대신 명분을 택하는 소비자는 없습니다. 아무리 유기농이라도, 아무리 재미있는 스토리를 갖췄더라도 맛이 없거나 잘 상하는 와인을 지속적으로 선택하는 소비자는 없을 겁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품질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1960년대 처음 나온 유기농와인은 쉽게 상하고 맛도 세련되지 못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한 번 박힌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데는 무려 50년이나 걸렸습니다.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면 이 두 가지 원칙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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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나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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