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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이요? 집이 털린 정도가 아니라 홀랑 불타버렸죠 (소니픽쳐스 사례)
2015-11-26 | 고승연 에디터

블랙스완. 이제 많은 분들이 다 아시는 단업니다. 극단적으로 예외적이라 일어날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 기업에게는 악몽 그 자체일 텐데요. 여러분 혹시 2014년 연말 ‘인터뷰’라는 영화가 회자된 것 기억하시나요? 네 맞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소재로 한 덕분에 아무래도 북한이 그 영화 제작사인 소니픽쳐스를 해킹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지요? 어쨌든 그 해킹사건으로 인해 소니픽쳐스의 임금명세, 개인 이메일, 미개봉 영화 등 민감한 기업정보와 개인정보가 완전히 유출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 이메일 중 일부 내용은 헐리우드 톱배우들에 대한 일명 ‘뒷담화’ 여서 또한 문제가 됐지요. 소니픽쳐스는 이런 최악의 위기를 어떻게 수습했을까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7·8월 통합호에는 이 회사 CEO 마이클 린턴과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그 내용 속으로 한 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해커들은 뭔가를 훔쳐가기만 한 게 아니었다. 그냥 집 전체를 홀랑 불태워버렸다” 당시 상황에 대해 린턴 CEO가 한 말입니다. 이렇게 끔찍하고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져도 기업 경영자들은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수습해야 하고 지휘해야 하겠지요? 린턴 CEO는 뭘 했을까요? 그는 사실 권한 위임형 CEO로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급박한 위기상황이 되자 곧바로 현장에 직접 나서는 실무형 리더로 변신하게 됩니다. 모든 결정이 그의 지식과 이해, 승인을 바탕으로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컨트롤 타워를 구축합니다. 그리고 정말 그 일에만 매달렸다고 합니다. 해킹으로 인해 이메일마저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 정도의 위기 상황에 그 어떤 리더십 스타일을 갖고 있었든지 CEO는 곧바로 전투상황의 야전사령관처럼 변해야 한다는 걸 잘 보여줍니다. 재무부서에서는 직원 월급과 거래업체 대금 지급을 위해 창고에 있던 낡은 컴퓨터를 다시 꺼냈을 정도 였다니 상황의 심각성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린턴 CEO는 컨트롤타워를 꾸리고 본인이 직접 상황을 장악하고 나자 곧바로 직원들을 안심시키는 일을 합니다. 자신의 정보가 유출됐을까봐 걱정하는 직원들, 회사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직원들에게 ‘괜찮다. 상황을 수습할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던졌다는 겁니다. 한번에 3000~4000명씩 참가하는 대규모 직원 간담회도 열고 50~80명 정도 규모의 포럼도 열었습니다. 구내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으며 항상 직원들과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이런 노력덕분인지 그 난리통에도 소니픽처스를 그만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소니픽처스라는 회사의, 린턴이라는 CEO의 위기관리 능력에 감탄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사실 북한의 테러위협 등으로 영화 인터뷰는 개봉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해킹된 이메일 상에 나타난 부적절한 직원들의 발언, 특히 유명 배우들에 대한 험담 등이 문제가 되는 등 소니픽처스의 어려움은 계속됐습니다. 미개봉 영화파일도 해커들이 훔쳐갔으니 사실 보통 상황은 아니었?彭탕? 여기에서도 린턴 CEO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직원들의 윤리를 탓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이 이메일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 그에 대해 정중하게 보도 자제를 요청했고, 개봉관이 막히자 온라인을 통한 유통망을 찾아 나섰습니다. 직원들도, 언론들도, 정부기관들도, 주주들도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린턴 CEO는 인터뷰에서 이제 소니픽처스의 위기는 완전히 끝났다고 말합니다. 시스템은 대부분 정상으로 북구됐고, 더 이상 정보유출이나 폭로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어찌보면 이 자체가 위기수습의 최종단계라 볼 수 있겠습니다. 비록 15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린턴 CEO는 소니픽처스의 어떤 TV쇼나 영화도 단 하루의 차질도 없이 공급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번 해킹사건이 미국 전체를 놓고 볼 때 비교적 큰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서도 아주 시끄럽게 경종을 울려준 ‘탄광의 카나리아’와 마찬가지였다고 말합니다. 긍정적인 면을 보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통해 소니픽처스의 보안체계가 완전히 바뀐 것도 앞으로 소니픽처스가 더 큰 위협에도 튼튼하게 지켜질 수 있는 체질로 변화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1년이 채 안 된 어마어마한 위기를 주도적으로 정리하고 종결짓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린턴 CEO의 인터뷰 말미에 나오는 얘기들은 특히 새겨들을 부분이 많은데요, 블랙스완을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위기는 직원들을 다시금 하나로 뭉치게 한다는 것이고, 새로운 협력의 방법을 발견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소니픽처스 해킹사건과 이에 대한 대응에서 배울 수 교훈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첫째, 앞서도 언급했듯 CEO는 자신이 그동안 어떤 리더십 스타일을 추구해왔든, 위기상황에서는 직접 야전사령관이 돼 임직원들과 소통하고 결정하며 컨트롤타워를 꾸려 긴밀히 대응해야 합니다. 둘째, 직원들을 최대한 안심시키면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셋째, 이후 상황의 진전을 지켜보며 최대한 의연하고 꿋꿋하게 그리고 때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린턴 CEO는 이렇게 말합니다. “냉정을 잃지 말고 침착함을 유지하십시오. 또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투명하고 솔직해야 하고,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조직 전체의 사기와 의욕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떠납니다. 반드시 우선순위를 정하고 수사기관을 빨리 개입시켜 협조하십시오” 역시나 예상치 못한 큰 위기에 빠지는 한국 기업의 경영진들이 반드시 새겨들어야할 말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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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연 -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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