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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보는 로고도 잘 기억나지 않는 이유
2016-04-28 | 정지영 에디터

애플 로고, 어떻게 생겼는지 아시죠? 한 입 베어먹은 사과 모양입니다. 아이폰이나 맥북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워낙 유명한 로고여서 친숙하실 겁니다. 물론 애플이 미국기업이라서 미국인들은 한국인보다 애플 로고에 더 친숙하겠죠. UCLA의 앨런 카스텔 교수와 공동 연구진은 재미있는 실험을 했습니다. 100명 이상의 미국 학생들에게 애플 로고를 정확히 그려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미국의 젊은이들 대부분이 맥이나 아이폰 등 애플 제품에 열광했기 때문에 대부분이 과제를 잘 수행했겠죠?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요. 단 한 명만이 제대로 애플 로고를 그려냈습니다. 오류가 3개 이하인 사람은 7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형된 디자인을 생각해냈습니다. 원본을 약간씩 변형한 여러 개의 로고들이 제시된 실험에서도, 진짜를 골라낸 정답자는 절반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애플 로고가 사과 모양인 것은 알지만, 구체적인 모양에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아마 한국에서 똑 같은 실험을 했으면 정답자 비율이 더 낮았을 것 같습니다. 어째서 간단한 정보를 기억하는 일조차도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우리의 시각적 기억은 정말로 이처럼 형편없는 것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에겐 엄청난 양의 정보를 습득하고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다만 인간의 뇌는 중요한 정보를 우선적으로 기억하도록 구조화돼 있는데다 기억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인식 오류를 범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부주의성 기억상실’입니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다른 걸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부주의성 기억상실의 대표적인 연구가 ‘보이지 않는 고릴라’입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농구 선수들의 패스 횟수를 세어보라는 과제를 부여하자, 코트에 고릴라가 돌아다녔는데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한 실험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사무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소화기의 위치를 몰랐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30년 이상 근무했던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문 바로 옆에 소화기가 있었는데도 말이죠. 사무실과 가장 가까운 소화기 위치를 맞춘 사람은 54명 중에 13명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정수기는 어떨까요. 응답자의 96%가 가까운 정수기 위치를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용하거나 사용하리라고 예측하는 대상, 혹은 관심이 있는 대상에 대한 정보만 잘 기억하는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핵심 기억’이라고 불리는 현상입니다. 어떤 것들이 마땅히 어떤 성질을 지녀야 하며, 어떤 것들이 마땅히 어디에 위치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말하는데요. 예를 들면 소화기는 엘리베이터 옆에, 한 입 베어 문 사과에는 잇자국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죠. 이는 기존에 우리가 쌓아온 지식이 우리의 기억을 오염시킨 것입니다. 여러 연구에서 나이 든 사람들은 뭔가를 기억할 때 기존 지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애플 로고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지만, 소화기의 위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불이 났을 때 안전을 위협합니다. 병원이나 공장 등에서 안전과 관련한 지식이라면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 우리의 기억력은 불완전합니다. ‘보는 것’과 ‘인식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기억력은 우리가 쌓아온 지식으로 오염돼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카스텔 교수는 메타인지 능력을 확대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합니다. 메타 인지는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구별하는 능력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명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사안을 기억할 때 ‘내가 이것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자문하고, 잘 모른다면 관련 자문을 찾아보면서 기억력을 회복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실패도 큰 자산이라고 합니다. 병원이나 공장에서 안전 혹은 사람의 생명과 관련해 중요한 지식이라면 가끔씩 테스트를 해서 자신의 기억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소화기 위치에 대해 질문을 받았던 대상자 전원에 대해 두 달 뒤에 다시 실험을 해봤더니 모두가 정확히 소화기 위치를 알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게 하는 메타 인지 능력을 활성화시키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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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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