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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혁신 성공 공식을 찾아서_2
2016-05-30 | 이방실 에디터

지난 시간에 이어,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 7,8월호에 소개된 성공적인 역혁신을 위한 5가지 원칙 중 나머지 세 원칙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세 번째 원칙은 개도국 시장의 소비자 문제 뒤에 숨어 있는 기술 여건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라는 것입니다. 적정기술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히는 ‘플레이펌프’를 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원칙이죠. 아프리카의 식수 확보 문제 해결을 위해 고안된 플레이펌프는, 아이들이 ‘뺑뺑이’ 기구 같은 걸 돌려서 놀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해 지하수를 끌어 올려 탱크에 물을 저장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처음 이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 아이디어’라 극찬했죠. 그리고 미국의 강력한 재정 지원 하에 1800여개의 기기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설치됐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암담했습니다.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는 효율이 형편없었고, 사후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아이들이 펌프를 가지고 놀려고 하질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더운 날씨에 땡볕에서 뱅글뱅글 돌다가는 구토와 어지럼증에 시달릴 게 뻔하니까요. 놀라고 만든 건데 아이들이 근처에도 안 가니,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요. 단순히 아프리카의 날씨만 생각했더라도, 플레이펌프가 실행 가능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금방 깨달았을 겁니다. 네 번째 원칙은 가능한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제품을 검증해 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공 팔다리를 설계할 때는 절단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나 병원, 그 비용을 부담하는 기관들과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사 학위가 아무리 많더라도 사지육신이 멀쩡하다면, 의수나 의족에 의지해 산다는 것, 그것도 열악한 환경의 개도국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실감하기란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원칙은 신흥시장이 갖는 제약 조건들을 글로벌 히트작으로 만드는 기회로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신흥시장 용도로 설계된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할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동차회사 르노가 내놓은 ‘로간’의 사례를 보면 개도국에서 개발된 제품도 얼마든지 선진국을 강타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4년 루마니아에서 출시된 로간은 가격에 민감하면서도 가치를 추구하는 동유럽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해 르노가 특별히 설계한 모델입니다. 르노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일반 자동차보다 부품을 적게 쓰고 인건비가 낮은 루마니아에서 직접 생산했죠. 그 결과 가격을 6500달러에 맞출 수 있었습니다. 대신 경쟁 제품보다 크고 트렁크 공간도 넓게 설계해 경쟁 우위를 갖췄죠. 2년 뒤 르노는 로간을 선진국 소비자들의 마음에도 들게끔 개선했습니다. 안전 기능을 추가하고 금속 질감의 광택이 있는 색채를 입혀 외형적인 매력도 늘렸습니다. 대신 가격은 9400달러로 높였죠.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2013년 서유럽에서만 43만대가 팔렸습니다. 인도 면도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질레트 가드의 소례를 소개하면서, 역혁신에 관한 이야기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질레트 가드는 개당 가격이 15루피로 불과 25센트밖에 안 되는 초저가 제품입니다. 다중날을 사용하지 않고 단 하나의 면도날을 사용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죠. 하지만 하나의 날로도 안전하게 수염을 바짝 깎을 수 있도록 피부를 평평하게 눌러주는 구조의 요철모양 카트리지와 얼굴과 턱, 목의 굴곡을 따라 면도기 머리 부분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을 적용해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고 합니다. 현재 인도에서 팔리는 면도기 3개중 2개가 질레트 가드라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죠. 이런 혁신적인 초저가 제품을 내놓기까지 질레트는 무려 1000명에 달하는 인도 성인 남성들의 면도기 사용 행태를 3000시간 넘게 분석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인도 남성들은 밀착 면도를 원하며, 면도하는 데 최대 30분까지 투자할 정도로 시간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데 최적화된 제품을 개발한 것이죠. 5중날, 6중날 등 다중날 면도기에 주력해 왔던 질레트가 외날 면도기로 돌아가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이처럼 면밀한 시장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질레트 가드는 아직까지 인도에서만 판매되고 있지만 성공적인 역혁신의 가능성을 구체적?막?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역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에서 판매하는 기존 제품에 개도국 시장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하지 말고, 처음부터 개도국 현지 소비자들을 위한 최적의 제품을 개발하려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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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실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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