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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성을 수용하라
2016-09-12 | 장재웅 에디터

안녕하세요, 장재웅입니다. IT업계 종사자라면 애자일(Agile)이라는 단어가 아마 익숙할 겁니다. 애자일은 ‘날렵한’ 혹은 ‘기민한’이란 뜻의 형용사입니다. 통상 소프트웨어 개발 시 많이 활용되는 애자일 방식은 개발 대상을 작게 분할해 반복적으로 개발하고, 여기서 개발된 성과물에 하나씩 작은 기능을 추가해나가는 방식으로 추진됩니다. 이때 하나의 기능적인 팀 단위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고 프로젝트와 관계된 각각의 팀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해 신속하게 수정과 보완을 반복하므로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애자일 혁신은 2001년 제프 서덜랜드를 포함한 17명의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기존의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폭포’ 방식 개발에 대한 반발이 탄생 배경입니다. 당시 이들은 애자일 혁신의 핵심을 요약해 ‘기민성 선언(The agile Manifesto)'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프로세스나 도구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과도한 문서화보다 시제품이 우선이다, 계획에 구속되기보다 변화에 대응하라, 경직된 계약보다 고객의 협력을 구하라 등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애자일 방식이 기업 운영 전반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문화 개선에 효과적입니다. 최근 ‘스타트업 삼성’을 선언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 역시 애자일 방식 도입을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직급체계를 단순화하고 회의는 물론 잔업과 특근을 줄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업무 방식 자체도 실리콘밸리식으로 변형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듯 기민성에 초점을 둔 업무 혁신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한 가지 심각한 장애물을 경험하게 됩니다. 바로 경영진들이 기민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믿는 착각이죠. HBR에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애자일 혁신 방식에 대한 글이 실렸습니다. 대럴 릭비 베인앤컴퍼니 파트너 등은 이 글에서 어떻게 기민성 혁신을 회사에 퍼뜨리는지 그 방법론을 설명합니다. 기민성을 회사에 잘 적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민성이 효과적인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잘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기민성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기민성 혁신은 풀어야 할 문제가 복잡하고, 초기에는 해답을 알 수 없으며, 제품의 요구사항이 변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업무를 모듈화 할 수 있으며, 최종 사용자와의 긴밀한 협력이 가능할 때 효과적입니다.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기민성 혁신이 일어난 이유도 소프트웨어 산업이 이 같은 특성을 잘 갖췄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기민성 기법을 조직에 적용시키는데 중요한 원칙들은 무엇일까요. 기민성 혁신은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핵심그룹에 의해 좌우됩니다. 기민성 혁신의 핵심 원리 중 하나가 바로 ‘의욕적인 사람들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구축하라. 그들이 필요로 하는 환경과 지원을 제공하고 그들이 과제를 완수할 수 있음을 믿어라’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소규모로 시작해 소문이 퍼지게 해야 합니다. 영농장비회사로 유명한 존 디어가 기민성 도입의 성공사례입니다. 존 디어의 R&D그룹 EAM(Enterprise Advanced Marketing)유닛 책임자였던 제이슨 브랜틀리는 2004년 기민성 원리를 존 디어 전체에 확산시키고 싶어 했습니다. 이에 프로젝트 매니저인 조지 토움과 함께 매니저 두 명을 기민성 교육 클래스에 참가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둘 중 소프트웨어 경험이 없었던 매니저에게는 이 교육이 별로 효과가 없었습니다. 토움은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이 없는 경우 기민성 교육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고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이 없는 사람들과 일하는 방법을 아는 기민성 코치를 찾아내 R&D그룹 내 5개 센터의 팀 모두를 교육시켰습니다. 또 기민성의 원리 및 실행에 관한 자료를 작성해 전체 직원들과 공유하고 꾸준히 회사 전반에 이 전략이 퍼지도록 노력했습니다. 작게 시작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전략을 수정해 나가며 결국 전체 부서에 기민성 기법을 확대 적용시킨 조치였죠. 결국EAM유닛은 기민성 기법을 활용해 혁신 프로젝트 주기를 75% 이상 축소시켰습니다. ‘마스터’ 팀들이 각자의 특성에 맞는 방안을 실행하도록 허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스터팀은 기민성 혁신을 상황에 맞게 잘 실천할 수 있는 직원들로 구성된 팀을 말합니다. 대표적 예가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입니다. 200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처음부터 기민성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이후 회사가 성장을 해 나가면서 기민성 기법이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는 것을 모든 직원이 체험하게 됐습니다. 이후부터는 고위급 리더들이 특정 실행방식을 강제할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회사의 기민성 혁신팀인 70여개의 ‘스쿼드’에게 맡기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기민성 기법이 외부 환경에 변화에 맞게 잘 활용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위 경영진의 의지입니다. GE는 2015년 디지털 기능이 강화된 제품에 초점을 맞춰 ‘디지털 기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했으며 이런 변화의 일환으로 2만 명 이상의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으로 구성된 조직체인 ‘GE디지털’을 설립했습니다. 이 조직의 COO인 브래드 수랙은 기민성 전문가였죠. 그는 산업 인터넷 앱 개발 과정에서 수시로 개발자들과 미팅을 갖고 개방된 회의실에 설치한 보드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진척 상황을 도표로 표시했다. 그는 이같은 행동의 이유로 “기민성 기법을 통해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하는 일에 대한 신비감을 제거하고 직원들로 하여금 경영진의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기민성 기법이 항상 잘 시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민성 기법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70% 이상이 팀과 전체 조직 간 갈등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HBR은 이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먼저, 즉각적인 조직의 변경보다 임무의 조정을 택하는 방법이 장벽을 무너뜨리는데 효율적입니다. 보통 경영자들은 기민성팀을 조직내에 신설할 경우 대규모 조직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기민성팀은 매트릭스 관리가 필요한 조직이기 때문에 조직의 형태보다는 서로 다른 분야의 구성원들의 임무의 조정이 중요합니다. 또 한 가지 결정에는 한명의 보스만을 지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은 여러 명의 보스를 모실 수 있지만 의사결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민하려면 권한을 한명의 기획 책임자에게 부여해야 합니다. ‘명령이 아닌 질문으로 리드하라’ 역시 한 방법입니다. 조직원들에게 명령을 내리기보다 “어떤 방안을 추천하겠습니까?”, 혹은 “그것을 어떻게 테스트할 수 있을까요?”같은 질문으로 리드하는 것이 조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입니다. 기민성 혁신 방법론을 활용하는 기어이 늘고 있습니다. 타깃 같은 미국 유통업체들도 기민성 방법론을 조직운영 프로세스에 도입해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기민성 방법론이 효과적인 상황인지 판단하고, 소규모로 시작해 소문이 퍼지도록 하며, 고위 경영진이 강한 의지를 가지는 것, 기민성 혁신으로 조직을 바꿀 수 있는 열쇠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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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웅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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