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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새로운 역할 의사결정 설계자
2015-10-14 | 장재웅 에디터

나오기만 하고 들어갈 줄 모르는 뱃살 때문에 걱정인 분들 많으시죠? 우리보다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고 비만도 많은 미국 직장인들에게도 불어나는 뱃살은 큰 고민입니다. 구글이 구내식당에서 실험을 하나 했습니다. ‘적게 먹기’를 유도하는 실험인데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구글의 구내식당은 뷔페식으로 운영됩니다. 취향에 맞게 여러 가지 음식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아무래도 뷔페에서는 평소보다 과식하기 쉽죠. 구글은 직원들의 과식을 막기 위해 경고문을 하나 붙였습니다. 뷔페입구에서 집는 접시들 위에 ‘큰 접시에 담으면 많이 먹게 됩니다’라고 써 붙인 겁니다. 그리고 접시를 큰 것과 작은 것으로 구분해서 쌓아뒀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작은 접시를 이용하는 사람이 50%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직원들이 좀 덜 먹는데도 도움이 됐겠죠.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가지의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옳고 바른 결정만 내릴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충동적으로 비싼 물건을 사들이기도 하고, 예정에 없던 일을 만들어 원래 계획을 어그러지게 만들기도 하죠. 여기에 대해 HBR에서 제안하는 솔루션은 ‘선택 환경을 변화시켜라’입니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환경을 바꾸면 사람들의 의사결정이 달라지고, 나아가 행동이 바뀐다는 얘깁니다. 선택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면 좋을까요? 딱 세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기본값, 즉 디폴트를 신중하게 설정합니다. 미국 기업들의 퇴직연금제도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미국 기업들은 신입직원이 들어왔을 때 그 사람이 퇴직연금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가입되도록 하는 방식을 운영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원이 입사하는 동시에 자동으로 연금에 가입되도록 하고, 별도로 탈퇴 의사를 밝혀야 빠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꾸니 50% 정도였던 가입률이 90% 이상으로 높아졌습니다. 뭐든 일단 한번 선택하고 나면 잘 바꾸려 하지 않는 사람들의 성향을 활용한 방법이죠. 이런 성향을 잘 활용하려면 기본적으로 설정된 값이 무엇인지 잘 살피고 목적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 계획을 지키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합니다. 미국의 한 업체에서 진행한 실험인데요, 직원들에게 회사의 독감 예방접종에 대한 알림장을 보냈습니다. 이 알림장에는 예방접종의 이점과 접종 기간, 장소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림장 중 일부에는 직원이 예방접종을 하러 갈 시간을 적을 수 있는 칸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이런 알림장을 활용하자예방접종을 하는 직원이 13%나 증가했습니다. 언제 주사를 맞으러 갈 것인지 단지 한번 적어보게 했을 뿐인데 주사를 맞겠다고 나서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이죠. 이처럼 스스로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프로세스를 끼워 넣으면 직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행동에 나서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을 강조합니다. 예컨대 신규 영업 인력을 수월하게 채용할 수 있는 경로가 확보돼 있으면 영업사원들은 실적을 높이려는 의지를 더 강하게 갖기 마련입니다. ‘후보 선수 효과’라고 불리는 이 효과는 실적 부진자에게 더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동기를 불어넣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조직에 나를 대체할 인력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불안감이 커지면서 잘 해야겠다는 의욕이 커지는 것이죠. 지금까지 선택 환경을 바꿔서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딱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기본 환경을 목적에 부합하도록 조정하라, 둘째, 계획을 스스로 세우도록 유도하라, 셋째, 행동하지 않을 때 받는 불이익을 강조하라. 직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 지금 당장 실천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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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웅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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