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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튜닝
2015-10-14 | 고승연 에디터

“급변하는 경영 환경” 지겹도록 듣는 이야깁니다. 혹자는 아예 ‘파괴적 시기’라고도 합니다. 최근 경영학자나 글로벌 경영리더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민첩성과 적응성이 전략의 핵심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걸 잘하는 구글, 넷플릭스, 아마존, 알리바바 등의 기업은 성공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요? 이번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6월호 기사 ‘셀프튜닝 기업의 비밀’에서는 앞서 말한 기업들은 그 이상의 능력을 갖췄다고 합니다. ‘전통적 전략’을 넘어서 ‘급변하는 환경에 맞게 일정한 빈도로 실험을 하는 적응적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파괴적 시기’로 규정되는 현 상황에서는 환경에 따라 실험 빈도를 조절하는 ‘셀프튜닝’이 돼야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구글, 넷플릭스, 아마존, 알리바바는 바로 그 ‘셀프튜닝’을 잘하는 기업이라는 겁니다. 먼저 아마존과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은 알고리즘을 활용한 셀프튜닝의 정석입니다. 이미 알려진 선호도를 이용하는 것과 새로운 선호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아이템을 탐색하면서 그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안전하고 뻔한 추천은 사용자를 식상하게 합니다. 모험적인 옵션이 너무 많으면 사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추천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아마존과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은 ‘무엇이 통하는지 알아내는 실험’, ‘얼마나 많이 어떻게 실험할지를 정하는 조절’,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세부적으로 발견하는 구체화’ 단계를 거쳐 완성된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알고리즘의 원리를 기업 경영에 적용해 ‘셀프 튜닝 전략’이란 개념이 제시됐습니다. 기업을 사실상 ‘재창조’하는 전략적 접근인데요, 알리바바 사례를 통해서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알리바바 창업 당시 중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1%도 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향후 인터넷 사업이 어떤 뱡향으로 성장할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알리바바가 실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 이유입니다. 시장이 진화할 때마다 알리바바의 리더들은 기존 비전을 재평가하고 현실에 비춰 가설을 점검했고 필요한 경우 이를 수정했습니다. 알리바바의 사업 초기 목표는 ‘중국의 소규모 수출 기업들을 지원하는 전자상거래 기업’이었기 때문에, 해외 상거래 플랫폼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국내 소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알리바바의 비전도 달라집니다. 알리바바는 핵심사업인 B2B 전자상거래 모델에서 벗어나 C2C 사이트인 타오바오를 출범시키는 모험을 시도합니다. 사실 내부에선 격렬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아마 보통 기업이었으면 ‘최초의 기업 비전’에 집착하면서 더 이상 실험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마윈과 핵심 리더들은 반대를 고려하면서 일종의 실험 형태로 별도 사무실을 마련해 독립적인 회사로 타오바오를 출범시켜 비즈니스모델 옵션을 실험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리바바 경영진은 또 새로운 사실을 깨닫습니다. 중국 소비자들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사이트 이상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이미 잘 되고 있는 사이트를 놔두고 또다시 실험을 시작합니다. 2004년 알리페이라는 온라인 지불서비스 시스템을 만듭니다. 이제 기업비전도 바뀝니다. 2008년이 되자 ‘중국 내에서 전자 상거래 생태계의 발전을 촉진하겠다’는 비전이 나옵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전자상거래 회사로 출발한 알리바바가 채 15년 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전자(e)’라는 단어를 떼고 ‘상거래의 미래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다시 한 번 비전을 바꿉니다. 끊임없는 비즈니스 모델 실험과 조절을 통해 비전을 재조율 하는 ‘셀프튜닝’ 기업의 전형??보여줬습니다. 이처럼 알리바바는 진화의 중요한 시기마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옵션을 창조합니다. 이 모델들을 실험해 본 뒤 가장 유망한 사업은 규모를 더 키웠고 덜 유망한 사업은 정리하거나 다시 흡수했습니다. 앞서 설명한 타오바오는 크게 성공했지만, 너무 일찍 시장에 들어간 알리소프트라는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은 실패하고 2009년에 이를 접었습니다. 알리바바는 이처럼 복수의 패를 놓고 경영자가 아닌 시장으로 하여금 승자를 뽑게 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C2C 중심 타오바오와 B2C 중심 T몰은 각 영역에서 6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상품 검색에 집중했던 E타오는 틈새시장을 잡아냅니다. 우리 회사는 복수의 아이템을 펼쳐놓고 시장에서 답을 찾고 있습니까?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까? 만약 아니라는 답변이 나왔다면 여러분의 회사가 시작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입니까? 셀프 튜닝 전략은 이 질문에 대한 해법의 출발점을 제시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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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연 -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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