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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스라인 CEO는 어떻게 42개 언어 고객서비스센터를 만들었나
2016-11-14 | 조진서 에디터

안녕하세요, HBRKorea조진서입니다 해외여행 가끔 다니시나요? 과거에는 패키지 관광상품으로 해외에 나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해가 갈수록 개인이 스스로 항공권과 숙박시설, 또 렌트카 등을 예약해서 가는 자유 여행이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아무래도 인터넷의 보급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겁니다. 누구나 인터넷 검색으로 간단하게 지구 반대편에 있는 숙소를 예약하고, 또 다른 사람이 쓴 사용 후기를 읽어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요즘 한국인들이 해외 호텔을 예약할 때 가장 자주 쓰는 사이트 중에 부킹닷컴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저도 몇 년 전부터 즐겨 이용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영어 서비스였는데, 지금은 한국어 서비스도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남들이 올리는 후기와 평점을 보고 호텔을 고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숙박예약 서비스는 차고도 넘치는데요, 부킹닷컴이 유독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고객서비스라 합니다. 한국어를 포함해서 42개 언어로 콜센터를 운영중이고, 70개국에서 지점을 운영중입니다. 전 세계 주요 언어는 모두 커버하고 있다 합니다. 부킹닷컴이 이렇게 다국어 콜센터에 치중을 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 회사는 1996년에 네덜란드에서 작은 스타트업 기업으로 시작했고, 2005년에 미국의 대형 온라인 여행사인 프라이스라인 그룹이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부터 대런 휴스턴이란 분이 CEO직을 맡아서 현재의 모습으로 키웠습니다. 그의 지휘 아래서 매출은 30억 달러에서 84억 달러, 우리돈 약 9조 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휴스턴 대표는 캐나다 서부에 인구 5000명 밖에 안 되는 호프(Hope)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고등학생 시절에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2년 동안 유학생활을 했습니다. 거기도 시골마을이었기 때문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거의 만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다시 캐나다로 돌아와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는 캐나다 정부에서 일했는데, 이번에는 상사가 퀘벡 지방의 사람이라서 프랑스어로만 이야기를 했다 합니다. 민간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서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본지사의 CEO로 일하기도 했는데요, 일본 역시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나라라서 항상 통역가를 데리고 다녔다 합니다. 이런 여러 경험에서 휴스턴은 외국의 언어와 문화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그것이 사업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2011년에 헤드헌터의 스카우트를 받아서 프라이스라인 그룹으로 자리를 옮겼고요, 바로 핵심 계열사인 부킹닷컴의 대표직을 맡았습니다. 처음 왔을 때는 고객서비스 담당 직원이 1000명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을 그는 6000명으로 늘렸습니다. 특히 유럽 내의 콜센터에서는 3,4개 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중점적으로 뽑았습니다. 부킹닷컴이 고객서비스 담당 직원을 뽑을 때는 몇 가지 원칙을 지킵니다. 우선 소도시보다 대도시를 선호합니다. 일반적으로 IT업체들의 콜센터는 인건비가 싼 지역에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부킹닷컴은 다국어를 구사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가 쉬운 대도시에 센터를 둡니다. 특히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의 배우자들 중에 이런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본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데요, 암스테르담 사람들은 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걸로 유명합니다. 4~5개 국어를 하는 사람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언어적 늬앙스를 중시합니다. 일본에서 살아봤더니 일본 본토에 사는 일본어와 미국에 사는 일본계 2세들이 하는 일본어에 차이가 많다라는 겁니다. 어느 나라든, 본토 사람들은 해외 교포들이 쓰는 말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스코틀랜드 사람은 스코틀랜드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어하고, 미국사람은 미국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콜센터를 운영할 때는 언어의 종류뿐 아니라 이런 지역적 차이까지 최대한 고려해서 통화를 배분합니다. 부킹닷컴이 이렇게 전화 콜센터 운영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무리 인터넷 시대라고 하더라도 당장 급할 때는 역시 전화만한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부킹닷컴으로 예약하는 고객 중 20%가 다양한 이유로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온다고 합니다.단순반복적인 업무는 최대한 온라인상에서 처리가 가능하게 하되,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때는 ARS를 거치지 않고 상담원과 바로 전화 통화가 가능하도록 합니다. 진짜인가 해서 제가 직접 걸어봤는데요, 안내멘트가 잠깐 나오고 바로 상담원과 연결이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콜센터와 같은 고객 서비스 부서는 돈을 벌어오는 부서가 아니라 비용이 발생하는 부서로 인식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하청업체에 아웃소싱하거나,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채용을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콜센터나 서비스센터만큼 고객에게 큰 인상을 남기는 부서는 없습니다. 특히 해외여행 중에 사고가 나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누구나 당황하게 됩니다. 그것을 콜센터에서 잘 처리해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평생 고객이 됩니다. 우리 회사는 과연 고객 접점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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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서 HBR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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