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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된 기회주의
2016-11-24 | 한인재 에디터

안녕하십니까! 한인재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내용은 전략적 혁신의 대가인 비제이 고빈다라잔 교수가 HBR5월호에 기고한 ‘계획된 기회주의’입니다. 고빈다라잔 교수는, reverse innovation, 즉, 역혁신이라는 개념을 제안해 경영학계의 큰 주목을 받은 석학입니다. 그는 HBR논문을 통해 ‘계획된 기회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미래에 닥칠 중대한 변화를 먼저 감지하고, 그 변화가 가져올 기회를 포착하는 기업이 혁신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하는 모든 기업이 다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고빈다라잔 교수는 유망한 아이디어를 뽑아내고 키울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으로 ‘계획된 기회주의’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고빈다라잔 교수의 첫 번째 제언은 ‘미약한 신호를 감지하고 포착하라’는 것입니다. 인도는 다국적 기업들의 콜센터 외주처로 인기가 많습니다.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도 외주 콜센터 사업으로 급격히 성장한 기업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수요가 절정에 이르던 시기에 이 회사는 콜센터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습니다. 대체 왜 그랬을까요? 이 회사의 행보는 미래에 나타날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는 미약한 신호를 읽고 미리 대비하는 ‘계획된 기회주의’의 결과였습니다. 타타 경영진은 앞으로 외주 서비스가 클라우드 환경으로 바뀔 거라 내다봤습니다. 오프라인 콜센터 사업이 위축되는 대신, 온라인을 활용한 수준높은 서비스가 대세가 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콜센터의 직원 이탈이 심했던 탓에 연간 50만명에 이르는 인력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게 큰 부담이었습니다. HR부서는 혹사당하고, 회사의 재원은 엄청나게 낭비됐습니다. 결국 타타는 캐시카우였던 콜센터 사업에서 과감히 철수했습니다. 그리고 이 판단은 매우 선도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작고 약한 징후들을 어떻게 경영진들이 알 수 있을까요?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는 직원들의 힘을 빌려 그 신호들을 감지했습니다. 이 회사의 30만 명이 넘는 직원들은 울티매틱스라 불리는 내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동료 직원들은 물론 경영진과도 산업 환경의 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여기서 오가는 엄청난 양의 의견에서 공통된 주제를 뽑아내는 소프트웨어까지 개발돼 있습니다. GE헬스케어는 인도에서 대형병원 중심의 기존 고객이 아닌 ‘비고객’의 니즈를 읽기 위해 외부인 20명을 엄선해 프로젝트 팀을 구성했습니다. 보건학자, 병원관리자, 공무원, 일반인 등을 참여시켰습니다. 이 팀은 부족한 보건 서비스, 낮은 구매력, 병원과 의사의 부족, 부실한 인프라, 양호한 디지털 환경 등의 신호를 포착했습니다. 그 결과로 탄생한 제품이 바로 값싸고 가벼운 초음파 진단기기였습니다. 신흥시장의 니즈에 맞춰 만들어진 이 제품은 이후 선진국 시장에 역수출돼 시장을 뒤흔든 ‘역혁신’의 사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포착된 미약한 신호는 진짜 신호일 수도 있지만 단지 잡음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고빈다라잔 교수는 먼저 저비용, 저위험의 실험을 통해 검증해보라고 제안합니다. 인도의 자동차회사인 마힌드라 앤드 마힌드라는 인도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합리적 가격의 고성능 국산 SUV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스코피오라 불리는 SUV를 개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가진 설계, 구매, 제조 역량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1억 달러가 넘는 신차개발비는 이 회사의 자본력을 감안할 때 분명 무리한 도박이었습니다. 그러자 마힌드라는 스코피오를 출시하기 2년 전에 볼레로라 불리는 저가 소형 차량을 라이센싱 방식으로 생산하는 방안을 생각해 냈습니다. 볼레로 생산을 위한 투자에는 500만 달러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 회사는 더 큰 승부를 걸기 전에 충분한 실험을 거치며 필요한 역량을 쌓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IBM은 신규사업 배양 조직인 EBO를 통해 저비용, 저위험 실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EBO는 기존 사업부들과는 다르게, 마치 스타트업과 같은 자율적인 운영방식을 따랐습니다. 부회장의 전속 팀으로 구성돼 핵심사업이 주는 압력과 단기성과의 압박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습니다. EBO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사물인터넷 개념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각종 전자기기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퍼베이시브 컴퓨팅 사업인데요. IBM에 어마어마한 가치를 안겨줬다고 합니다.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큰 변화를 예고할지 모르는 미약한 신호들을 포착하기 위한 노력을 하루라도 멈춰선 안 됩니다. 그 신호들이 한 방향을 가리킬 때, 즉 ‘기회’가 포착됐을 때 저비용, 저위험의 실험을 통해 재빨리 검증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회사에 혁신과 신사업이 절실하지만 확신이 없다면, 고빈다라잔 교수가 제안한 ‘계획된 기회주의’ 방법론을 적용해 보시면 어떨까요? 미약한 신호 감지, 내부 직원과 외부 비고객의 참여, 저비용 저위험의 실험, 별도 조직에서 신사업 검증 등의 키워드를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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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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