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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공동창업자가 전하는 기회 창출의 기술
2015-10-14 | 조진서 에디터

여러분 ‘엄친아’라는 말 아시죠? 요즘 실리콘밸리의 잘 나가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보면 이 업계에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누구나 쉽게 창업을 하고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나라가 미국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은 백인 남성이 많습니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는 어린 시절 치과의사 아버지가 고용한 유명 프로그래머에게 1대 1 과외를 받았습니다. 비디오 메시징 앱 스냅챗을 만들어 24세에 억만장자가 된 에반 스피겔은 부모가 소유한 고급 자동차만 5대였다고 합니다. 머리에 매다는 웨어러블 카메라 고프로를 만든 닉 우드만은 인도네시아에서 서핑을 하며 백수로 지내다가 투자은행가인 아버지가 빌려준 20만 달러를 갖고 창업했습니다. 아마 고프로 사업이 실패했어도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을 겁니다. 부러우신가요? 성공하는 사람은 애초에 갖고 있는 기회부터 다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분명 주어진 기회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어차피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게 아니라면, 성공의 기회를 나 스스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기회란 우리가 직접 만드는 것이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은 제가 아니라 소셜네트워킹 서비스 트위터를 공동창업한 남자, 비즈 스톤이 한 말입니다. 비즈 스톤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습니다. 자동차 정비공이었던 아버지와 초등학교 보조교사였던 어머니는 스톤이 어렸을 때 이혼합니다. 아버지가 재정적 지원을 해주지 않아 스톤과 어머니는 정부 보조금을 받아 생활해야 했습니다. 스톤은 여덟 살 무렵부터 남의 집 잔디를 깎아주며 용돈을 벌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됐습니다. 미국 청소년들이 보통 그렇듯이 스톤 역시 미식축구나 농구, 야구 같은 운동부에 들어 친구들과 어울리고 인기를 얻고 싶었지만 자신에게 그런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부자 동네라 학교 친구들은 다 잘 사는데 자신은 집도 가난하고 운동에도 소질이 없었습니다. 스톤은 라크로스라는 운동에 주목했습니다. 라켓을 이용해서 공을 주고받는 경기인 라크로스는 어차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자기나 다른 학생들 사이에 실력차가 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교 행정부서를 찾아가 자기가 팀을 맡아줄 코치를 모셔오고 팀원도 모아 올테니 라크로스 부를 만들어달라고 설득했습니다. 결국 라크로스를 아주 잘 하게 됐고 팀 주장까지 맡았습니다. 이 경험에서 그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기회는 어쩌다 생겨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라는 겁니다. 이것은 그의 인생에 반복되는 패턴이 됩니다. 대학생 때 일입니다. 리틀브라운이라는 출판사에서 이삿짐을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우연히 어떤 책의 표지를 디자인하라는 지시가 적힌 서류를 발견합니다. 어린 시절 맥을 가진 친구를 둔 덕분에 그는 포토샵과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알고 있었습니다. 잽싸게 사무실의 컴퓨터로 표지를 디자인해서 결재서류 더미에 끼워뒀습니다. 며칠 후 아트디렉터가 그 커버를 디자인한 사람을 수소문했습니다. 덕분에 이삿짐 알바였던 스톤은 정규직 책 표지 디자이너로 취직할 수 있었습니다. 1990년대 이 출판사에서 일하며 스톤은 웹디자인 전문가가 됐습니다. 그리고 2006년 동료들과 함께 트위터를 창업해 백만장자가 됐습니다. 지금은 트위터를 나와 자신만의 스타트업 비즈니스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만일 스톤이 고등학교 때 운동부 활동을 하지 못했다면 그는 리더십을 발휘해보는 경험을 하지 못 했을 것입니다. 또 출판사에서 시키는 대로 이삿짐만 날랐다면 웹디자이너가 되거나 소셜미디어 업체를 창업하는 것 같은 기회는 오지 않았을 겁니다. 한국에도 위대한 창업 신화들이 있습니다. 정주영, 김우중 같은 기업가들은 편안한 환경에서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정주영 회장이 조선소를 만들기 위해 영국 은행에 가서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줬다는 일화는 황당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런 용기가 없었다면 어떤 은행도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꼭 거창하거나 무모한 모험을 걸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비즈 스톤의 교훈은 가만히 앉아 기회를 기다리지 말고, 기회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설계해나가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내가 의욕적으로 나서야 남들도 나를 도와줍니다. 남들이 만든 팀이 맘에 들지 않으면 나만의 라크로스 팀을 만들어봅시다. 시키지 않은 일을 해서 슬며시 상사의 책상 위에 놓아봅시다. 내일엔 오늘 없었던 기회가 열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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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서 HBR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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