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승연입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업들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비즈니스 생태계 밖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참가자들로 구성된, ‘크로스인더트스리’팀을 꾸리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렇게 완전히 다른 업종에서 다른 경력과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 모인 팀을 관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각자 세상을 바라보고 업무를 이해하고 풀어내는 방식이 다르기에, 각각 코끼리의 다른 부위를 만진 시각장애인처럼 모두다 부분적으로 맞지만, 전체적으로는 틀린 얘기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겁니다. 그럼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는 ‘까다로운 문제를 척척 해결해내는 이종간 협업 전문가들’이라는 아티클이 실렸습니다. 10여개의 ‘크로스인더스트리’ 혁신 프로젝트를 연구한 에이미 에드먼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 글에서 “역할이 불확실하거나, 전문성이나 전문가적 가치가 다양한 이종협업팀의 경우, 참여자들의 다양한 관점과 경험이 갈등을 조장하거나 적대감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팀의 리더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네 가지 리더십 프랙티스를 제안합니다. 하나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에드먼슨 교수가 첫 번째로 제시하는 리더십 프랙티스는 바로 ‘융통성 있는 비전을 육성하기’입니다. 보통 프로젝트 리더들은 ‘일관된 비전을 꾸준히 제시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비전이 자꾸 흔들리면 팀원들도 방향을 잃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크로스인더스트리팀의 프로젝트에서는 ‘일관성’과 ‘불변성’에 너무 집착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시작 단계에서 팀 역량이 불확실한 경우가 많기에 팀원들의 전문성이 결합되면서 생겨나는 새로운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융통성’있는 비전은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팀원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좀더 나은 비전이 만들어지도록 영향을 끼칠 여지를 줍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치’까지 함부로 변해서는 안됩니다. 2010년 33명의 광부가 극적으로 살아났던 칠레 광산 사고의 경우, 구조팀은 ‘헌신, 박애, 혁신적 아이디어’라는 가치는 바꾸지 않은 채 우선적으로 전원 구조, 최악의 경우 시신 수습이라는 융통성있는 비전을 두고 최고의 전문가들이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해 성공을 거뒀다고 합니다. 크로스인더스트리 팀의 구성을 한번 생각해봅시다. 각 업종,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라면 다른 영역의 전문가 앞에서 자신의 무지가 드러날 수 있는 상황에서 편하게 의견을 개진하실 수 있을까요? 이종 협업팀이 직면하는 문제가 바로 이런 겁니다. 활발한 의견개진이 어려워지는거죠. 또 회의를 하다보면 어떤 분야의 사람들에게는 자명한 일에 대해 다른 분야 전문가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전문영역에 대해 나름의 정형화된 이미지나 편견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과거지향적’이라고 생각한다거나, 첨단 소프트웨어 산업 전문가는 ‘현실을 모르고 변덕스럽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문화격차로 인해 소통이 어려워지는 걸 리더는 막아야 합니다.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우려’를 감소시킬 필요도 있는데요, 에드먼슨 교수는 오토데스크 본사에서 LEED인증을 받는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사례를 알려줍니다. 오토데스크는 처음부터 참가자들의 관심을 일치시키고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프로젝트 통합 발주, IPD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IPD는 참여기업 사이에 프로젝트의 모든 리스크와 이익을 공유하기로 하는 계약상의 합의였는데요, 서로 잠재적 소송상대가 아닌 공동운명체로 묶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사회적 유대감 형성을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한국의 송도 신도시 프로젝트 사례도 제시되는데요, 60명에 달하는 건축가, 엔지니어, 환경 전문가등이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비공식적 사교모임을 일부러 강화했고, 이게 프로젝트 성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이종협업팀의 성공을 위한 리더십의 세 번째 과제는 ‘지식공유를 가능하게 만들기’입니다. 각자 전문영역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만이 아는 전문지식 마저도 ‘누구나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서로 오해가 발생하는 거지요. 면대면 상호작용을 강제로 일으킬 정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저마다의 전문적 가치가 다르다는 점을 서로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식공유 활성화의 출발점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모습을 드러낸 아름다운 경기장 ‘워터큐브’를 짓는 프로젝트에서는, 프로젝트 리더가 일부러 전체 사무실에 걸쳐 2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전문가들을 같은 곳에 배치해, 언어장벽을 넘어 지식공유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촉진했고요, 그 결과 매우 위대한 건축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크로스인더스트리 팀의 마지막 리더십 프랙티스는 ‘실행하면서 배우는 방식을 장려하기’입니다. ‘프로젝트’라고 하면 다들 ‘청사진’부터 떠올립니다. 참가자들의 과제와 목표, 상호의존방식을 명시해 놓고 차근차근 진행하면 보통 일이 잘 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종간 협업 팀에서도 그럴까요? 크로스인더스트리 혁신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이럴 경우 재난이 발생한다고 에드먼슨 교수는 말합니다. 아이티에서 망고재배 농부들의 비즈니스 관행을 개선시킨 프로젝트를 하나 사례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프로젝트에도 농업, 경제개발, 재무, 마케팅, 공급망 관리 등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였습니다. 새로운 농경법과 사업방식을 만들고 싶었지만, 파트너였던 협동조합 리더들은 보조금을 확보하는 것에 관심이 더 있었습니다. 프로젝트팀은 곧장, 협동조합과 연계되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조직구조를 고안해 실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 생산을 하는 농부들과 긴밀히 협력해서, PBG 라는 새 조직에 가입하는 농부들이 늘었고, 이들과 함께 성공적으로 사업개선과 수출증대 등을 이뤄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이종간협업 프로젝트팀의 리더십 네 가지 요소를 다시 정리해보겠습니다. 융통성 있는 비전 육성하기, 심리적 안정감 제공하기, 지식을 공유할 수 있게 하기, 실행하면서 배우는 방법을 택하기. 대부분 유연한 사고와 소통을 전제로 하는 원칙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최고 전문가들의 최고 잠재력을 이끌어내되, 갈등은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각자 기업에서 다른 기업/업종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프로젝트를 하신다면 꼭 참고하셔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