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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를 제대로 하려면
2016-12-12 | 장재웅 에디터

안녕하세요, 장재웅입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M&A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의 행보가 무섭습니다. 중국은 2014년 1500억 달러에 이르는 돈을 M&A에 쏟아 부었는데요. 2015년에도 이 이상의 돈을 투자해 전세계 유망 기업들을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M&A 시장의 호황이 과연 좋은 신호일까요? 경영학계의 거장 가운데 한 명이자, 디자인 씽킹 이란 개념을 창안한 것으로 유명한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HBR을 통해 M&A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M&A시장의 호황이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M&A가 고속 성장을 위한 매력적인 전략이며 심리적으로 CEO를 만족시키기는 하지만 대부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성공한 M&A사례도 있습니다. 1997년 4억4000만 달러에 넥스트를 인수한 애플이나 2005년 5000만 달러로 안드로이드를 인수한 구글은 M&A의 대표적 성공사례입니다. 그러나 이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불과합니다. 이미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M&A거래 중 일반적으로 70~90%가 혹독한 실패에 이르는 쓸데없는 게임임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는 79억 달러에 노키아 휴대전화 사업을 매입했다 이듬해 96% 대손처리했습니다. 구글은 2012년 모토로라에서 125억 달러에 매입한 휴대전화 사업을 29억원에 처분하기도 했습니다. M&A는 왜 대부분 실패할까요. 로저 마틴 교수의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M&A를 통해 무엇을 얻는데 집중하는 기업은 무엇을 줘야하는지 고민하는 기업보다 성공할 확률이 낮다고 합니다. 애덤 그랜트 교수는 저서 기브앤테이크>에서 대인관계에서 얻으려고 하는 자가 아닌 베푸는 자가 자신의 지위만 최상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보다 결국 더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대인관계뿐만 아니라 기업간 관계에도 해당되는 듯 합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매력적인 시장에 진출하려고 기업 인수를 시도할 때 보통 얻으려고 하는 ‘테이크’ 전략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피인수기업은 인수 거래를 통해 미래의 모든 누적 가치를 뽑아내기 위해 매각 가격을 올릴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인수기업은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쓰게 되고 이는 M&A 이후 인수기업에 큰 부담이 됩니다. 이와 반대로 인수된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인수 기업이 무엇인가를 제공해 줄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인수기업은 현명하게 투자하고, 보다 나은 경영관리 방식을 제공하며, 유용한 기술을 이전하고, 가치 있는 역량을 공유하는 등의 네가지 방법으로 인수하려는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현명한 투자를 통해 피인수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자본시장이 덜 발달한 국가에서 효과적입니다. 인도 재벌인 타타그룹과 마힌드라그룹이 이 전략을 활용해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사들여 사업을 키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선진국에서 도 이런 투자는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바로 페이스북에 인수된 가상현실 기기 전문 업체 ‘오큘러스’입니다. 2014년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하자 가상현실 앱 개발자들은 오큘러스의 플랫폼에 적합한 앱들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오큘러스 플랫폼의 성공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성장을 위해 현명하게 투자하는 또 다른 형태는 작은 규모의 기업들을 인수해서 거대 기업으로 키워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이른바 ‘롤업 투자 전략’입니다. 주로 사모펀드들이 선호하는 방식입니다. 최근 화학업계의 양대산맥인 다우와 듀퐁이 합병을 추진하고 있고, 거대 매궂기업인 안호이저부시이베브와 SAB밀러도 합병을 추진중인데 롤업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예상했던 규모의 경제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M&A를 성공으로 이끄는 두 번째 방법은 앞선 경영관리 기법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많은 분들께서 아시는 대로 1998년 다임러 벤츠는 중저가 시장 확장을 위해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는데요. 당시 사람들은 벤츠가 크라이슬러에 훨씬 나은 경영관리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360억 달러에 이르는 뼈아픈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GE캐피탈 역시 여러 금융서비스 기업들을 인수해 앞선 경영관리 방식을 전파하려 했지만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오히려 전체 GE그룹이 심각한 위기체 처하기도 했습니다. 경영관리 기법을 잘 제공해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전자장비 제조기업인 다나허입니다. 1984년 창업한 이래 다나허는 400건 이상의 인수를 실행했으며 600억 달러가 넘는 시가총액과 함께 연간 매출액이 210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다나허의 경영진뿐만 아니라 기업 전문가들은 다나허의 성공을 비즈니스 시스템에서 찾습니다. 이 시스템은 ‘사람’ ‘계획’ ‘절차’ ‘성과’를 뜻하는 영문의 머리글자를 딴 4P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모든 비즈니스 부문에 예외없이 적용해 운영됩니다. 이를 통해 피인수기업을 재무적으로 통제하고 조직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경쟁우위를 분명히 개선할 수 있도록 합니다. 세 번째는 '유용한 기술을 이전하라'입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인수가 대표적 성공 사례입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자했고, 결국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의 대표적 운영 시스템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하드웨어에 중점을 두고 있던 모토로라 휴대전화 사업에 대한 구글의 수는 아시다시피 실패했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인수는 인수기업의 본업에 좀 더 가까운 부문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방법은 인수기업이 가치있는 역량이나 자산을 이전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는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0년 약 14억 달러에 도표 작성 소프트웨어 업체인 비지오를 인수한 뒤 비지오 소프트웨어를 오피스 제품에 포함시켰습니다. 마이크로스프트 오피스가 갖고 있는 강력한 고객 기반을 활용해 비지오는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를 인수했을 때에는 공유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역량이 없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의 메시지 서비스기업인 왓츠앱 인수는 어떻게 될까요? 이 거래는 최근 M&A 사례 중 가장 충격적인 금액에 성사되었기에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2014년 2월 190억 달러에 처음 인수가 합의됐으나 이후 10월에 218억 달러로 인수가가 치솟았습니다. 페이스북이 인수 금액 대부분을 주식으로 지불하는 형태였는데 이 사이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과연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는 피인수 기업에 무엇인가를 제공하는 ‘기브’ 자세를 취했을까요. 답부터 말씀 드리자면 ‘아니오’에 가깝습니다. 페이스북이 왓츠앱에 자본을 투자할 당시 왓츠앱은 이미 세쿼이아 캐피털로부터 세 번에 걸쳐 6000만 달러의 자본을 투자받았고 4억 65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또 왓츠앱 인수 후 페이스북과 완전히 다른 자체 전략을 추구하도록 내버려두기로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성장에 중심을 둔 자본 투자도 아니었고 보다 나은 관리 방식이나 기술 이전 혹은 가치 있는 역량 공유도 아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이 거래를 뒷받침하는 논리는 무엇일까요? 수치로만 살펴보면 이 M&A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왓츠앱은 인수 전해에 1억 3800달러의 적자를 본 기업입니다. 페이스북 주주들이 10년 내 인수비용을 회수하려면 매년 20억 달러의 추가 가치를 올려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그럼에도 현재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218억 달러를 소수의 엔지니어와 1000만 달러에 불과한 수익을 올리는 기업에 투자한 사실에 대해 만족하고 있습니다. 기존 사업이 번창해 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왓츠앱 인수가 문제가 있더라도 큰 상관이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력 비즈니스의 상황이 나빠진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곧바로 주주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비록 투자자가 요구하지 않더라고 기업인수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전략적 논리를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인수자가 무엇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인수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치가 결정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M&A의 성공을 가져오는 세 가지 공식, 즉, 자본을 현명하게 투자하라, 보다 나은 경영관리 방식을 제공하라, 유용한 기술을 이전하라, 가치 있는 역량을 공유하라는 조언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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