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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일터에서 생존하려면
2017-01-02 | 조진서 에디터

안녕하세요, 조진서입니다. 여러분 야근 많이 하시나요? 대한민국 직장인으로서 야근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말처럼 정시에 퇴근하고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기업에서도 점점 야근을 권장하지 않는 곳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퇴근을 한 다음에도 일이 끝나는 건 아닙니다. 한밤중에 스마트폰으로 날아드는 상사의 카톡 메시지. 여름휴가 중에도 빨리 답장을 달라는 이메일 연락. 이런 것 많이 받아보셨죠. 통신수단의 발전 때문에 이제는 퇴근을 해도 퇴근한 것 같지가 않습니다. 현대의 화이트칼라 직장인은 24시간 업무 대기모드가 되고 있습니다. 급한 업무를 위해 집안일이나 취미생활은 당연히 뒤로 미룰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에서도 화이트칼라, 특히 컨설팅과 금융업계 등 고연봉 직종의 과잉 근로와 스트레스 문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6년 6월호에서 미국 보스턴대 에린 리드 교수와 하버드경영대학원 락슈미 라마라잔 교수는 이렇게 24시간 일하는 직장문화의 장단점을 정리하고, 또 이에 대한 샐러리맨들의 대처법을 세 가지로 소개했습니다. 한 번 살펴볼까요? 첫째, 수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리드 교수가 조사한 컨설팅회사의 경우 약 43%가 여기 속했습니다. 직장에서의 성공을 위해 일을 우선순위에 놓고 사생활을 억제합니다. 밤에 이메일이 오면 즉시 응답합니다. 이런 수용형 직원들은 실제로 커리어에서 남들보다 빨리 승진합니다. 누구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회사일이 잘 안풀릴 때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놓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일이 잘못되거나 심한 경우 해고됐을 때 대처하기 매우 어려워합니다. 일을 인생의 전부로 여기는 방식은 직장에서 잘 나갈 때는 만족스런 삶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실패하기 쉽습니다. 게다가 이런 스타일들은 부하 직원들을 지도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자기일을 하느라 너무 바쁘기 때문입니다. 후배들이 죽든 살든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 유형은 위장하는 사람들입니다. 실제로는 적당히 사생활도 챙기지만 회사에서는 100% 충성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사람들이죠. 저도 좀 찔리는데요, 이런 사람들은 자기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회사에서 알지 못하게 합니다. 리드 교수가 만났던 컨설턴트 중에는 일주일 내내 근무시간에 스키장에 간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자기 할 일은 다 했습니다. 또 어떤 신문기자는 매일 재택근무를 하면서 낮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든 다음에 기사를 썼는데 사내에서 기사 잘 쓴다고 칭찬을 많이 받았다 합니다. 이런 위장형 근로자들은 의외로 일을 잘 합니다. 앞서 일에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들과 업무 실적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본인에게나 회사에게나 이상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다만 여기에도 심리적인 대가가 있습니다. 직장 동료들에게 항상 자신을 숨기고 살다보면 삶이 불안정하고 가짜 같은 느낌이 듭니다. 단기적으로는 그럭저럭 넘길 만 하지만 영원히 자신을 숨기면서 살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이직률이 높습니다. 부하직원들을 볼 때도 떳떳하지 않습니다. 나처럼 적당히 위장하면서 살라고 대놓고 조언해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너희들은 빡세게 일하라고 말하기도 양심에 거리끼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타입은 드러내놓고 사생활을 중시하는 타입니다. 처음에는 위장하는 전략을 쓰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공개적으로 업무시간을 줄이겠다고 선언하게 됩니다. 파트타임으로 일하겠다거나 야근은 절대 하지 않겠다거나 밝힙니다. 육아휴직도 내고 싶은 만큼 길게 냅니다. 이런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떳떳하긴 하지만 그만큼 커리어에서 불이익을 받습니다. 일보다 중요한 사생활이 있다고 대놓고 밝히면, 회사 입장에서는 그 사람이 설령 실적이 좋다 해도 승진시키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직원들에게도 이런 분위기가 퍼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세 가지 대응방법 모두 각각의 단점이 있습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개인차원에선 한계가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회사 차원에서 바뀌는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제가 ‘위장하는 스타일’의 직원들 얘기를 하면서, 이런 직원들도 실제로 업무 성과에서는 일만 열심히 하는 직원들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해드렸었는데요, 이것은 곧 회사가 직원들에게 너무 많은 근로시간을 강요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퇴근시간 이후에는 직원들이 다양한 취미활동과 사회활동에 참여하게 하고 회사에서는 만들 수 없는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를 쌓도록 권장할 때 오히려 회사의 실적도 향상되곤 합니다. 무엇보다도 평가기준을 새로 세우는 게 중요합니다. 학교에서 개근상 받는 아이를 높게 평가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일한 시간을 근거로 직원을 평가하지 말고 실제 결과를 놓고 평가해야 합니다. 휴가를 많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 휴가를 갈 수 있는지 미리 알 수 있게 하는 것, 또 하루 하루의 업무시간을 직원이 미리 예측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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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서 HBR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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