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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라크라시 논란을 넘어
2017-01-05 | 이방실 에디터

안녕하십니까, 이방실입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홀라크라시’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일종의 자율경영 모델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상급 관리자가 없는 수평적 시스템 속에서 자율적으로 각자에게 맡겨진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 체계를 말합니다.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전통적 피라미드 형태의 조직과는 전혀 다른 모델이라 할 수 있죠. 홀라크라시라는 단어는, 두 개의 단어, 즉 holarchy와 cracy란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졌습니다. 뒤에 붙는 cracy란 단어는 통치 혹은 지배를 뜻하는 단어로 다들 아실 것 같고요, 앞에 붙는 holarchy란 단어는, 헝가리 태생의 영국 작가인 아서 쾨슬러(Arthur Koestler)가, 1960년대에 출간한 한 소설책에서, 처음 언급한 신조업니다. 큰 조직의 일부분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 자체로 독립적이며 자급자족적인 단위, 즉 holon끼리의 결합을 뜻하는 단어라고 하죠. 홀라크라시 조직에서 이 ‘홀론’에 해당하는 게 바로 ‘서클’입니다. 조직에 따라 어떤 곳에서는 이 서클을 ‘pod’라고도 하고, ‘cabal’이라고도 하고, 가장 이해하기 쉽게는 ‘팀’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큰 상관은 없습니다. 핵심은 각각의 목적에 맞는 역할 수행자들이 자율적으로 모인, 이 ‘서클’이란 세부 단위로, 전체 조직이 구성된다는 겁니다. 한번 그림을 보면서 살펴볼까요? 홀라크라시를 적용해 기업을 운영하는 회사 중, 현재 가장 규모가 큰 회사로 꼽히는 미국의 온라인 신발 쇼핑몰 업체 자포스의 조직 구조도를 가지고 한번 설명해 보겠습니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자포스의 구조는 복잡한 중첩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하나의 서클 안에 여러 개의 하위 서클이 있고, 또 그 하위 서클 각각에 또 다른 하위 서클이 존재하는 거죠. 먼저, 자포스 내 최상위 팀, 즉, 최상위 서클에 해당하는 General CompanyCircle을 볼까요? 이 서클 안에는 보시다시피 인프라, 파괴적 혁신, 브랜드 아우라 등 세분화된 역할을 담당하는 하위 서클들이 존재합니다. 총 18개의 하위 서클들이 있는데요, 이 각각의 서클들 안에는 또 다른 하위 서클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포스 2.0’이라는 서클에는 갈등해결, 인력운영, Z프로젝트 등의 하위 서클들이 들어가 있는 거죠. 이렇게 자급자족적인 서클들이 차곡차곡 포개져 모여 있는 게 바로 홀라크라시 조직입니다. 서클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자율경영 단위입니다. 조직 전체의 목적에 부합하는 선에서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거나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죠. 개별 서클 안에서 개인들은 각자의 역량에 따라 특정 역할을 맡고, 모두가 동등한 의사결정권을 갖습니다. 직속 상사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보고 체계도 두지 않습니다. 대신, 각 서클에 역할을 할당하고, 서클끼리의 연결 역할을 맡은 조직원들, 소위 ‘리드 링크’에서 미팅을 진행해 전체 조직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홀라크라시가 처음으로 등장한 건 지난 2007년 미국에서 설립된 컨설팅기업 ‘홀라크라시 원’이라는 회사를 효시로 봅니다. 새로운 기업 경영 모델로 등장한 지 아직 10년도 채 되지 않은, 매우 새로운 방식의 자율경영 모델이라고 할 수 있죠. 아직 완벽하게 정착되지 않은 만큼, 홀라클라시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립니다. 어떤 이들은 조직의 유연성을 극대화하고 직원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이라며 극찬을 하지만, 또 어떤 이들은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한 사회적 실험일 뿐이라고 일축합니다. Ethan Bernstein 하버드대 교수 등은 HBR코리아 기고문을 통해 홀라크라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소개하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두 차례 강의를 통해 주요 내용을 소개해드립니다. 자율경영 도입에 대해 고민하는 여러 경영자들에게 매우 유익한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우선 홀라크라시의 장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죠. 홀라크라시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전통적인 위계조직의 구조적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계질서가 엄격하면 1) 아무래도 조직 간 장벽으로 인한 비효율이 발생하고, 2)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력도 떨어지며, 3) 조직원들로부터 몰입을 이끌어내기가 구조적으로 힘들어집니다. 반면 홀라크라시는 의사결정 권한이 소수 임원이나 관리자에게 집중돼 있지 않고 조직 전체에 골고루 분산돼 있어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암묵적,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은 구조적으로 어려워서 높은 투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모든 게 장밋빛일 순 없겠죠. 홀라크라시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의사결정 과정의 불확실성이 크고 명료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실제로 자포스의 경우 2015년 홀라크라시를 전사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전체 직원의 약 18%인 260여 명이 퇴사했는데요,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퇴직을 선택한 이들 중 상당수가 홀라크라시에 대해 불완전하고 비현실적인 실험적 아이디어라고 폄하했습니다. 각자에게 맡겨진 책임이 명료하게 정의돼 있지 않아 모호하고, 승진이나 보상 체계가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조직관리상 매우 기본적인 문제, 예를 들어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고, 누구에게 어떻게 보상해 줘야하는가와 같은 기본적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해 답답하고 혼란스럽다는 게, 이들이 자포스를 떠난 이유였습니다. 이런 단점으로 인해 홀라크라시를 시행하다 아예 백기를 드는 조직도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소셜미디어플랫폼 업체인 미디엄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이 회사 사업본부장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모든 노력을 수평적으로 조직화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홀라크라시 포기 이유를 밝혔다고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홀라크라시가 기존 전통적인 조직 모델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실제 기업 현장에서 홀라크라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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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실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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