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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와 협상하기
2017-01-12 | 장윤정 에디터

안녕하세요, 장윤정 입니다.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매일 한두 번 거짓말을 한다는 유명한 연구결과가 있는데요. 협상 테이블에서도 예외는 아니겠죠.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이뤄진 연구결과를 보면 협상을 할 때에도 거짓말을 해야 할 동기나 기회가 생기는 경우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인간은 듣기 좋은 말로 위장된 거짓말을 알아내는 데 취약합니다. 기존에 세웠던 가정이나 기대에 일치하는 정보를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협상에서 속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협상에서 거짓말에 속지 않고 진실을 알아내기 위한 매우 구체적인 협상전략을 제시했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레슬리 K.존 교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거짓말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전략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런 방법들을 통해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협상을 더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 5가지 전략을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첫 번째 전략은 ‘상호주의’를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상호주의에 입각해 정보를 공개하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면 나 역시도 정보를 제공하려 든다는 것이지요. 특히나 상호주의는 직접 대면하는 관계에서 잘 나타납니다. 아서 애런 뉴욕주립대 교수 등은 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끼리 무작위로 짝을 짓게 한 다음 상대방에게 자신이 드러나도록 구성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도록 한 것이지요. 실험결과 이들은 단순히 잡담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커플들보다 서로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았으며 심지어 한 쌍은 결혼에까지 골인했습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한 구획의 토지를 판다고 생각해봅시다. 당신이 먼저 잠재적 매수자에게 이 토지를 최고로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팔고 싶다는 속마음을 공개하면, 잠재적 매수자 역시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토지를 활용할지에 대한 계획을 발설할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또 다른 전략은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정직하다고 여기지만 협상 테이블에서는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민감한 정보를 감추려고 합니다. 중요한 사실을 알리지 않는 등 일부러 정보를 누락시키는 식이지요. 예컨대 자신의 기업을 매각하려는 사람의 경우, 핵심설비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만약 질문이 들어오면 진실을 이야기하려 했다”고 주장합니다. 이 때문에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펜실베니아대의 모리스 슈바이처 교수 등은 61%의 협상자들이 협상에 불리한 정보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사실을 실토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물론 39%의 협상자들은 끝까지 거짓말을 했지만 신중하게 여러 질문을 던진다면, 중요한 정보 누락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나 부정적인 질문은 거짓말을 줄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설비가 노후한 사업체의 주인이 “이 설비들은 양호하군요. 그렇죠?”라는 질문에는 거짓말을 하더라도 “이 사업은 조만간 새로운 장비가 필요하겠네요, 그렇죠?”라고 정곡을 찌르면 쉽게 사실을 부인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피해가기 전략도 경계해야 합니다. 영리한 협상 상대방은 질문을 받았을 때 대화의 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식으로 난관을 피해갑니다. 예를 들어, 설비의 노후함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설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며 가격경쟁력을 강조하는 식이죠. 노련하게 회피 전략을 사용할 때 많은 사람들은 속아넘어간다고 합니다. 질문 내용과 관련한 서투른 답변보다는 질문과 전혀 상관없는 유창한 답변에 더 감동하기 때문입니다. 또 화려한 답변을 듣다가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까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질문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다면 상대방의 교묘한 회피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협상에 나설 때는 질문 리스트를 지니고 가는 게 좋습니다. 질문과 질문 사이에는 상대방의 답변을 받아 적을 수 있게 간격을 띄워놓고, 답변을 듣고 나서 당신이 원하는 정보가 실제로 제공됐는지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충분하다 싶을 때에만 다음 주제로 넘어가면 교묘한 회피전략을 구사하는 상대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반면 비밀보장에는 너무 신경을 쓰지 않는 게 좋다고 합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사람의 사생활과 비밀을 지키겠다고 강하게 확약하면 할수록 실제로는 오히려 의심을 증폭시켜 상대방의 입을 꾹 다물게 만든다고 합니다. “내가 당신의 비밀을 지켜드릴 테니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오히려 사람들의 답변 의사가 줄어든다는 것이지요. 강력한 비밀보장 약속이나 격식을 갖춘 질문보다는 오히려 격의 없는 자유로운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정보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용 면접을 보러온 사람이 마음에 드는데 다른 회사로부터도 입사 제안을 받았는지 궁금하다면 면접이 끝나고 함께 사무실을 나갈 때 지나가듯 “우리 회사 말고도 좋은 회사가 많죠. 혹시 고려하는 또 다른 기회가 있나요?”라고 묻는 게 나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마지막 전략은 정보를 흘릴만한 환경을 조장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무심결에 흘리는 정보들은 정확성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영리한 협상가라면 상대방의 모든 말, 심지어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관련이 없거나 무심히 내뱉는 말로도 가치 있는 정보를 모을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협상 상대방에게 두 가지 다른 제안을 해서, 어떤 제안을 선택하는지를 보면 상대의 선호도나 가치평가 기준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부대 조항을 넣자고 요청함으로써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은 스타트업에 대해 인수협상을 벌이는데 이 기업의 매출 추정치가 불가능해보일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 실제 매출액에 따라 인수 가격을 연동시키는 부대조항을 제안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제안을 하면, 상대가 제시한 매출 전망치에 대해 얼마나 확신을 갖고 있는 지 알 수 있게 되고, 상대방이 최선을 다해 매출을 달성하도록 압박할 수 있습니다. 도처에 널려있는 거짓말은 협상에 실질적인 장애가 됩니다. 하지만 적어도 과학적 근거를 가진 전략을 사용한다면 협상에서 상대의 거짓말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상호주의를 활용하라, 적절한 질문을 던져라, 회피 전략에 맞서기 위한 질문 리스트를 준비하라, 비밀보장에 너무 신경쓰지 마라, 정보 유출 환경을 만들어라는 다섯 가지 조언을 협상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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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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