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진서입니다. 오늘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6년 7-8월호에 실린, 인센티브 설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마이클 포터 교수와 스탠퍼드대 의과대학의 브렌트 제임스 교수의 논문입니다. ‘코브라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전에 영국이 인도를 식민 통치하던 시절의 일입니다. 인도에 코브라가 많이 사는데, 코브라에 물려 죽는 사람이 심심치 않게 나오니 영국 총독부에서 코브라를 잡아오면 마리당으로 보상금을 주겠다 했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코브라 수는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보상금을 노리고 코브라를 대량 사육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려고 했다가 역효과가 나는 경우를 ‘코브라 효과’라고 합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하게, 너무 안이하게 인센티브를 설계하면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낳곤 합니다. 코브라 효과는 기업에서도 종종 관찰됩니다. 만일 회사가 고려하고 있는 어떤 신규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주가가 30%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패할 경우 회사가 망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상식적으로 손을 떼야 하는, 위험한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이 회사 CEO는 스톡옵션이 있습니다. 주가가 30% 오르면 수십억원의 이득을 봅니다. 그렇다면 이 CEO입장에서는 한 번 해볼만한 도박이 됩니다. 프로젝트가 실패해도 자신은 월급만 챙겨서 떠나면 그만입니다. 경영자가 갖고 있는 스톡옵션의 인센티브가 주주의 이해관계와 어긋나기 때문에 회사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입니다. 인센티브 설계가 가장 복잡한 부분이 바로 의료 분야입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국가적인 의료보험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의료비가 비싼 것으로 유명합니다. 재수없게 팔이라도 부러지면 수백에서 수천만원을 내야 붙일 수 있고, 직장이 없는 사람은 의료보험비로 매달 백만원 넘는 돈을 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코브라 효과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현재의 진료행위별 수가제에서는, 병원이 환자에게 진료 행위를 하나 할 때마다 보험사에 그 비용을 청구합니다. 예를 들어 엑스레이 촬영은 십만원, 맹장 수술은 천만원, 입원비는 하루에 50만 원, 이런 식입니다. 이러다보니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굳이 필요 없는 비싼 치료를 해서 보험사에 진료비를 과잉 청구하게 됩니다. 뭐 하나라도 시술을 더 하게 만들고, 필요없는 약도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합니다. 그리고 병을 예방하기보다는 치료하는데 집중하게 되죠. 한국에서도 이런 과잉 진료의 문제가 많은데요, 한국의 의료보험 체제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진료행위별 수가제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보험사와 병원, 환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런 낭비가 미국에서 연간 1조 달러, 우리 돈으로 1200조 원이나 된다는 것이 스탠퍼드 의대 제임스 브렌트 교수의 추산입니다. 한국에서는 수가 자체를 정부가 낮게 통제하고 있어 의보제도가 미국처럼 엄청난 쟁점이 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 과잉진료 문제를 막기 위해 브렌트 교수는 인두제, 영어로 캐피테이션 시스템 이라는 것을 제안합니다. 사람 머릿수대로 돈을 지불한다는 의미입니다. 시민이 의료보험에 가입하면 보험사는 그 가입자를 특정 병원 혹은 특정 병원 프랜차이즈 체인에 할당합니다. 할당받은 병원에서는 나이와 건강상태들을 고려해 가입자의 등급을 매기고, 그 등급에 따라서 매달 보험사로부터 정액의 돈을 지급받습니다. 환자는 아프면 무조건 그 병원에 가야 합니다. 영국의 1차 진료 시스템이 이런 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쉽게 얘기해, 사람마다 동네 주치의를 정해두고 매달 정해진 금액을 주치의에게 내는 방식입니다. 인두제 시스템에서는 병원 입장에서 진료행위를 많이 하든 적게 하든 받는 돈이 똑같기 때문에 과잉 진료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같은 질환이라도 최대한 간단하고 저렴한 방법으로 치료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연간 1조 달러에 달하는 국가적 과잉진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게 브렌트 교수의 주장입니다. ^^ 그런데 인두제도 문제가 있습니다. 영국 의료보험은 대기 시간이 긴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자잘한 질환은 의사가 잘 만나주지도 않고, 예약을 해도 최소 1주에서 길게는 두세달을 기다려야 의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인두제에서는 병원이 보험 가입자 개개인의 건강상태를 적극적으로 챙겨야 할 요인이 없습니다. 환자가 아프든 말든, 자신들의 비용만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병원의 인센티브 구조가 설계되어 있습니다. 더군다나 환자가 큰 병에 걸려서 막대한 돈이 드는 수술을 받게 되면 그 비용을 병원이 떠맡아야 합니다. 기존의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보험사가 떠안았던 재무적 리스크를 인두제에서는 병원이 감당해야 합니다. 당연히 작은 병원은 이런 재무적 리스크를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점차 병원들이 대형병원 위주로 통합될 것이고 특정 질환에 특화된 소규모 클리닉들은 차차 사라지게 됩니다. 병원간의 건전한 경쟁이 사라지고 점차 과점 체제로 변화하게 된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다시 새로운 제안을 합니다. 이른바 포괄적 지불제라는 것입니다. 포괄적 지불제는 환자가 병에 걸렸을 때부터 그 병이 완전히 나을 때까지 전체 사이클을 하나의 단위로 보고 보험료를 지불한다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갑자기 복통으로 응급실에 실려 들어와 엑스레이를 찍은 다음에 맹장수술을 받고 3일간 입원한다고 해보죠.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응급실 사용료, 엑스레이 촬영료, 수술료, 입원비가 따로 보험사에 청구됩니다. 인두제에서는 이런 거 상관없이 그냥 병원은 늘 받던 만큼의 정액을 보험사로부터 받습니다. 포터 교수가 제안하는 포괄적 지불제에서는 ‘맹장염’이라는 하나의 질환에 대해서 일정 금액, 예를 들어 2천만원이라는 돈을 보험사가 의료기관에 지불하게 됩니다. 그 돈을 가지고 의료기관이 적절히 알아서 최고의 진료를 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환자가 완치가 되어야만 보험사가 병원에게 진료비를 100% 지불합니다. 심지어 두 개 이상의 의료기관이 ?河坪?할 때도, 그 기관들끼리 적절히 협의해서 환자를 완치시킨 다음 서로의 공헌도에 따라 보험사가 주는 돈을 나눠서 가지라고 합니다. 포터 교수의 포괄적 지불제는 굉장히 진보적인 제안입니다. 보험사와 의료기관, 환자의 이해관계가 거의 일치합니다. 아프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빨리, 적은 비용으로 치료를 받게 합니다. 기대되는 코브라 효과가 없습니다. 대신 기술적인 문제들이 남아있습니다. 협진을 하면 여러 의료기관끼리 어떻게 잡음 없이 돈을 나눠가질 것인지, 또 애초에 보험금 정산의 기준이 되는 질병을 각각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그것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의료보험 제도를 개선할 여러 가지 대안들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머리가 아프시죠? 여기서 우리가 배울 점은, 인센티브를 설계할 때는 다양한 요소와 부작용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직원이나 고객에게 인센티브를 줄 때, 그들의 동기가 회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도록 정렬이 되어있는지를 확인해봐야 할 것입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과잉진료하는 병원. 자신의 스톡옵션을 위해 위험한 프로젝트에 손을 대는 CEO의 사례를 기억하세요. 이것은 도덕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잘못된 인센티브 설계의 문제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