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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고수냐, 눈앞의 매출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2017-01-23 | 고승연 에디터

안녕하세요, 고승연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롤스로이스’라는 회사이름을 들으면 무엇부터 떠오르시나요? 최신 비즈니스 트렌드와 변화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항공기 엔진을 일회성으로 판매하다가 ‘토탈 케어’라는 엔진의 유지와 관리를 정기적으로 해주고 대금을 받는 일종의 ‘구독형’ 관리 서비스로 비즈니스를 전환해 성공한 스토리를 알고 계실 겁니다. 제가 지금부터 소개할 케이스는 롤스로이스처럼 ‘일회성 판매 방식’에서 ‘구독형 관리대행 ’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자하는 한 회사의 이야기입니다. 아시다시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는 매 호 아주 흥미로운 가상 케이스 스터디 아티클이 한 편씩 실립니다. 가상이긴 하지만 실제 사례에 기반하고 있죠. 딜레마에 처한 기업이나 경영자의 상황을 스토리로 풀어내고, 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진 않되 상반되는 주장을 펼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싣는 방식이지요. 저는 오늘 미국 전역에 지능형 가로등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루미스케이프 스토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캐머런 버크 루미스케이프 CEO는 대학을 졸업하고 필라델피아 시장 보좌관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때 공무원들이 가로등 유지보수 민원을 보고하고 처리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지 목격하면서 지금의 사업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습도, 동작, 진동, 장파장/중파장 자외선과 간접광 등 모든 데이터를 감지해 조명을 제어하는 첨단 시스템을 개발해 전력소비량을 줄이는 가로등을 구상한 것이죠. 에너지 효율성도 높이고 유지보수 비용은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며 6년전 회사를 설립하게 됩니다. 성과가 나쁘진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실시간 제어기능이 작동하지 않거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고객도 많았고, 캐머런의 고민도 깊어집니다. 루미스케이프 경영진은 그래서 회사 창립 6년 만에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기로 합니다. ‘물품판매형’에서 ‘정기적으로 돈을 받는 구독형 관리대행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인데요, 장비와 기술을 팔고 끝내는 게 아니라 루미스케이프가 월 이용료를 받고 설치,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모니터링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고 책임지는 서비스 임대 방식입니다. 요새 우리가 집에서 흔히 쓰는 정수기 렌탈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루미스케이프 이사회는 캐머런과 COO인 스테이시 하미코가 발의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스마트 시티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루미스케이프의 선도기술은 기업성장의 발판이 될 게 분명했습니다. 임대 모델, 구독형 관리대행 모델은 분명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루미스케이프의 통제권을 강화시켜주고 안정적 현금흐름을 보장해 줄 것으로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 캐머런에게는 큰 고민이 하나 생깁니다. 텍사스 주 휴스턴 시에서 일괄구매, 일회성 판매 형식으로 5000대의 가로등을 구매하겠다고 연락을 해온 겁니다. 사실 휴스턴시는 6년 전, 루미스케이프가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스마트 가로등’ 6000대 구입을 계획했다가 예산부족으로 1000대만 계약을 했었다고 합니다. 루미스케이프 영업팀에서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나머지 5000대의 계약을 그 후로도 몇 년간 추진해왔었고요. 하지만 이제 루미스케이프는 비즈니스 모델을 바꿨고, 더 이상 가로등을 따로 파는 회사가 아니게 됐습니다. 공공기관의 특성상 이미 결재가 떨어진 사안이어서 휴스턴시는 다른 방식으로, 즉 ‘구독형 관리대행 방식’으로 바꿀 수는 없는 상황인 거죠. 루미스케이프 입장에서는 아무리 비즈니스 모델을 바꿨다고 해도, 사실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30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한 이 회사에게는 300만달러의 역사상 단일 건으로는 역대 최대 수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덥썩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휴스턴 시는 사실 루미스케이프가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고민하게 된 계기를 제공한 곳이기도 합니다. 초기에 설치했던 1000대의 가로등이 이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고, 스마트 가로등은 별로 스마트하지 않게 방치돼 버렸기 때문입니다. 휴스턴에는 일단 5000대를 팔고, 다른 고객에게만 구독형 관리대행 서비스를 제안하는 일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아닐 겁니다. 고객들이 ‘왜 나는 저런 방식으로 살 수 없느냐’고 문제제기할 때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죠. 루미스케이프 임원진에게는 정말로 어려운 딜레마 상황입니다.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CFO는 “300만 달러를 눈 앞에 두고 협상장을 떠날 순 없다”고 말하고,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주도했던 COO는 “업그레이드를 통한 지속적인 서비스개선이 무용지물이 되고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며 수주를 반대합니다. CEO인 캐머런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루미스케이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버드비즈니스 리뷰의 다른 모든 케이스 스터디가 그렇듯이, 이 사례에서 두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두 개의 다른 의견이 나란히 실렸습니다. 먼저 스콧 번즈 가브딜리버리 CEO의 얘기부터 들어보겠습니다. 번즈 CEO는 루미스케이프 CFO의 주장에 힘을 실어줍니다. 지불 여력이 충분한 대형 고객을 그 시점에서 놓치는 것은 결코 옳은 선택이 아니라는 겁니다. 정부라는 복잡다단한 시장에 진입해 성공하려면 전략도 중요하지만 기회주의적인 판단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그는 자신이 만약 협상책임자라면, 먼저 휴스턴의 주문을 충실히 이행한 다음, 나중에 구독형 관리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스콧 번즈도 구독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한다는 점에는 찬성합니다. 구독형 모델이 비교적 영속적 수입원을 보장하도록 해주는데다, 공공부문의 높은 고객획득 비용과 긴 판매주기를 극복하는 훌륭한 대안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새로운 전략에 집착’하다가 기회를 놓치는 건 안된다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휴스턴에 5000대를 납품하되 유지보수나 소프트웨어 관리 등의 임대형 서비스를 일정기간 무료로 제공하는 대안도 제안합니다. 정부는 늘 하던대로 구매하는 습성이 있기에 사업가가 이걸 순식간에 바꾸기는 없다는 것입니다. “전략 때문에 돈을 잃지 마라” 라는 게 스콧 번즈 CEO의 핵심 조언입니다. 반면 잭커트너 빅벨리 CEO는 휴스턴시가 제안한 방식의 계약을 체결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장기전략을 진짜로 실행에 옮기고 싶다면 예외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는 "루미스케이프는 가로등을 파는 기업이 아니라 안전한 공원과 거리를 책임지는 기업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꺼진 가로등은 고객의 수요와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관리대행/임대형 모델로 가라고 말합니다. 휴스턴 시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편익과 기대효과를 설명한다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오히려 이 한 건의 계약을 위해 구독형 모델로의 전환을 번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일단 물품을 팔고 서비스제공을 시도하거나, 일회성 판매와 임대형 서비스 제공을 동시에 실행하는 하이브리드형 모델 역시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공공부문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항이 없는 대안인 ‘일회성 구입’을 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에 루미스케이프가 꿈꾸는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은 요원해진다는 것이죠. 그는 ”변화는 누구에게나 어렵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비즈니스 모델을 포기하거나 수정해서는 안된다“면서 ”바로 지금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도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장기적 해결책을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저 역시 루미스케이프의 딜레마가 이해가 되고, 두 전문가의 상반되는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IoT 시대, 공급과잉과 수요정체의 저성장 시대에 많은 제조업체, 판매회사들은 임대형/구독형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고자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소개해드린 루미스케이프의 딜레마는 지금 이 동영상을 보시는 여러분의 회사에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래를 준비하고 고민하시는 여러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이 주제를 회의석상이나 워크숍에 올려놓고 토론해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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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연 -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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