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김정원입니다. 성과평가 체계는 조직원들의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매우 중요한 요소지요. 외환위기 이후 많은 한국기업들은 서구 기업에서 만들어진 상대평가 식 성과주의를 도입했습니다. 이 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생각을 가진 경영자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장을 선도하는 많은 해외 기업들은 성과 평가 시스템을 혁신하고 있습니다. 상대평가의 원조 격인 GE가 30년 만에 인사혁신을 단행하면서 연 1회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상시평가 및 절대평가로 전환한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조직원들의 자발성과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인사평가 제도의 대대적인 혁신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이와 관련, 글로벌 컨설팅사인 딜로이트의 인사제도 혁신 사례를 집중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딜로이트의 제도 혁신이 정답은 아니더라도, 인사제도 혁신을 고민하는 많은 기업들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성과관리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마커스 버킹엄과 딜로이트에서 직접 성과평가 혁신에 관여한 애슐리 구달이 제시한 HBR논문의 핵심 메시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딜로이트는 원래 다른 기업과 유사한 성과관리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연초에 6만 여명에 달하는 임직원이 개별적으로 업무 목표를 설정하고, 연중 진행되는 프로젝트별로 목표 성취도를 평가한 다음에 연말에는 다수의 위원들이 수백명의 직원에 대해 평가등급을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이런 관행에 딜로이트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1년에 한 번 설정하는 목표는 너무나 포괄적이어서 임직원들의 역량 개선이나 조직의 성과 개선에 큰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1년에 한 번 평가등급을 매기기 위해 열심히 토론하는 것보다는 실시간으로 업무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게 직원들의 역량계발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내부 현황에 대한 조사 결과도 딜로이트의 인사제도 혁신에 큰 힘을 실어줬습니다. 내부 조사 결과, 평가서 작성, 평가등급 산정을 위한 회의 등에 무려 200만 시간이 소비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간부들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직원 개인의 ‘능력’에 대한 평가를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질적으로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는 못했습니다. 객관성과 중립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평가자의 주관이 어쩔 수없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평가자의 선호도나 취향, 인지편향, 정보 부족 등 다양한 요인 때문에 객관적 평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응용심리학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가자의 개인적 특성에서 비롯된 요인이 등급의 차이의 무려 62%를 차지했고, 실제 업무성과는 21%밖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딜로이트는 인사?漬?결과가 피평가자의 역량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평가자의 성향을 보여주는 매우 정확한 지표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연구 결과와 내부 설문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개선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렇다면, 딜로이트는 어떻게 평가 체계를 바꿨을까요? 딜로이트는 객관적 역량을 평가한다는 목표를 아예 포기했습니다. 대신, 아예 대놓고 평가자의 주관적인 생각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의 성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해당 성과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관리자가 행동을 취할지를 물었습니다. 컨설팅사의 특성상 팀장 외에 프로젝트 관리자에게도 다음 질문들을 해서 5점 척도로 답하게 했습니다.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평가자의 성과를 고려할 때, 이 사람의 급여를 최고 수준으로 인상하고 보너스도 지급하겠다 피평가자의 성과를 고려할 때, 나는 언제든지 이 사람을 팀원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 사람은 미흡한 성과를 내 고객이나 팀에 손해를 입힐 가능성이 크다 이 사람의 발전 가능성을 판단해 오늘 당장이라도 승진시킬 수 있다. 사실 직원들의 능력을 평가할 때에는 일관된 평가가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딜로이트처럼 자신의 느낌과 행동에 대해 평가하라고 하면 훨씬 더 일관된 답변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1년에 한 번 하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가 종료될 때마다 관리자들에게 이 질문에 답하도록 했습니다. 장기 프로젝트의 경우 분기마다 이 질문에 답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모아진 자료는 간부 승계 계획을 수립하거나, 경력계발 계획을 수립할 때 중요한 정보로 활용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평가자의 주관과 행동을 묻게 되자, A등급을 부여할지, B등급을 부여할지를 놓고 고민해야 했던 무려 200만 시간을 다른 생산적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새로운 제도 하에서 딜로이트의 간부들은 등급부여 업무에서 해방된 대신, 매 분기별로 새로운 평가 자료를 토대로 직원들의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합니다. 또 프로젝트의 난이도를 고려하거나, 인재채용이나 직원 육성과 같이 직접적으로 회사 수익에 기여한 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회사 발전에 기여한 부분까지 반영해서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도 구축했다고 합니다. 즉, 정량적 측정이 가능한 부분 외에 비정량적인 부분까지 함께 고려해 보상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합니다. 딜로이트는 또 성과를 평가해서 보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과를 개선시키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혹은 이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높은 성과를 내는 팀 리더들을 연구했고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아냈습니다. 자주 팀원들과 접촉하면서 방향성과 우선순위에 대한 토론을 하거나 정보를 제공했다는 게 고성과 팀장들의 한결같은 특징이었습니다. 그래서 딜로이트는 팀의 리더들에게 매주 한 번씩 각 팀원들과 면담을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팀 리더의 업무가 너무 과중해진다는 불만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딜로이트의 인사제도 혁신 담당자들은 팀원들과의 소통이 팀 리더에게 부여되는 추가 업무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고유의 업무라고 규정하고 반발을 정면 돌파했습니다. 여기에는 대화의 빈도가 높을수록 팀원의 업무몰입도가 확실히 높아진다는 데이터도 한 몫을 했습니다. 딜로이트가 새로 도입한 시스템은 한 마디로 인사평가의 초점을 ‘과거 성과에 대한 등급 부여’에서 벗어나, ‘규칙적인 평가와 잦은 점검을 통해 조직원들의 성과 향상을 유도하는 것’으로 전환했습니다. 이런 인사제도 전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이슈는 투명성이었다고 합니다. 성과 평가와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이어진 논쟁은 성과 평가 결과가 과연 공정한지, 그리고 그것이 기업의 목표에 부합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이를 위한 다양한 보완책이 시도됐습니다. 그러나 딜로이트는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개인의 역량을 단 하나의 숫자, 즉 A등급이나 B등급처럼 하나의 숫자로 평가하는 관행은 조직의 발전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딜로이트의 문제의식입니다. 딜로이트의 제도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인사제도 혁신을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분명 새로운 시각을 전해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