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장재웅입니다. 편견 하면 어려분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성별에 따른 편견, 인종에 따른 편견, 학벌에 따른 편견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요. 사실 꽤 오래 전부터 기업들은 편견을 없애고 다양성이 보장되며 평등한 조직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왔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이 1960년대부터 사용해 온 오래된 접근방식을 고수하면서 상황을 나아지게 하기는커녕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들은 작업 현장에 퍼져 있는 편견을 줄이기 위해 다양성 교육에, 그리고 채용과 승진 과정에 존재하는 편향을 제한하기 위해 채용 테스트와 성과평가제도를 오랫동안 의존해 왔지만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HBR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듣기 위해 행동경제학 분야의 거장 아이리스 보넷 하버드대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아이리스 보넷 교수는 “기업들이 다양성 교육에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워크숍을 더 많이 개최하거나 차별을 낳는 편견을 뿌리뽑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편향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일하는 방식을 재설계 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보넷 교수의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보넷 교수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다양성 교육이 실패하는 원인을 다양성 교육 자체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 효과를 측정하는 작업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보넷 교수는 그의 동료인 존 도비디오 예일대 교수가 실행했던 실험을 예로 듭니다.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 61개 학급에서 반편견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를 평가한 실험이었는데요, 임의로 선정된 학급들 중 절반은 4주간 성별과 인종, 체형에 관한 수업을 듣게 했습니다. 자신과 여러 측면에서 다른 아이들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르치는 수업이었죠. 나머지 절반은 아무런 교육도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놀라운 점은 반편견 교육을 받은 학생이나 받지 않은 학생이나 별다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 사례가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는 대조군의 중요성입니다. 대조군이 있어야 교육의 효과를 측정하고 개선 방향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그냥 다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수행했다는데 의의를 둬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조직 내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우리의 마음이 고집스러운 괴물처럼 견고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편견을 없애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지요. 보넷 교수 역시 대체로 다양성 교육 프로그램들은 직원들의 행동은커녕 태도조차 바꾸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조직의 설계나 일하는 방식을 바꿔주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합니다. 오케스트라에서 단원을 뽑기 위해 블라인드 오디션을 도입한 것이 좋은 예인데요. 1970년대 미국 유수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 중 여성은 10%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연주를 못해서가 아니라 오디션 심사위원들의 인식이 그렇게 박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들은 연주자들이 커튼 뒤에서 오디션을 보도록 했습니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이후 오케스트라의 여성 비율이 40% 가까이 올라갔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사고의 전환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실 당시 가장 유명했던 오케스트라 음악감독들은 커튼 따위는 필요없다고 확신했습니다. 지금까지 분명 음악의 질에 집중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블라인드 오디션을 해보니 이전까지 편견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음악감독들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조직 내 바람직한 행동 설계는 어떤 것일까. 사실 채용이나 HR분야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편견을 마주하게 됩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입사 지원서에 개인의 학력이나 부모님 직업 같은 개인정보를 기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편견에서 벗어나 오롯이 지원자의 재능에만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HBR은 특히 채용에 대한 접근 방식이 지원자들의 생각도 왜곡시킬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채용 공고에 무의식적으로 남성 또는 여성의 지원을 막는 언어를 쓰고 있지 않은지 잘 검토해야 합니다. 최고의 교사를 뽑고 싶은 학교라면 채용 공고에 이상적인 지원자를 묘사하면서 ‘보살피는’ 혹은 ‘도와주는’과 같은 문구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남성들의 지원을 꺼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가하면 ‘경쟁적인’ 또는 ‘적극적인’과 같은 단어는 여성 지원자들의 등을 돌리게 할 수 있습니다. 사내 평가시스템에서도 편견을 배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직감을 최대한 배제하고 확실한 데이터에 의존해 평가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데이터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많은 기업들이 성과 평가 시 직원들에게 자기평가를 하게 합니다. 상사들은 이 자기평가를 참고해서 직원의 인사고과를 매기죠. 여기서 문제는 사람에 따라 스스로를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대놓고 자기 자랑을 편하게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관대한 평가를 내리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어떤 사람은 그런 것을 불편하게 생각해 스스로의 업적을 평가절하하기도 합니다. 특히 남성은 자신을 더 과대평하는 경향이 있고, 여성은 과소평가하는 경향도 강하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흔히 닻내림 효과라고 부르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경영자들이 이 자기평가를 기준으로 인사고과를 매기다 보니 부풀려진 자기평가를 보면 인사고과를 조금 상향 조정하고 보잘것없는 자기평가를 보면 사실 여부를 더나 더 나쁜 인사고과를 주게 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상사가 인사고과에 대한 마음을 정하기 전에 자기평가를 상사에게 보여주지 않는 등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공정하다고 여겨지는 조직의 관행도 되돌아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수학능력시험인 SAT에서는 한때 객관식에서 오답을 선택하면 감점을 주는 제도를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남성들은 위험감수 성향이 높아 과감하게 답을 써냈던 반면, 여성들은 오답이 무서워 아예 답을 표시하지 않는 경향이 더 강했다고 합니다. 결국 남성들이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합니다. SAT는 학업능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이지 위험감수 성향을 보는 시험은 아닙니다. 그래서 오답에 벌점을 주는 제도를 바꿨고 편견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원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절대 쉬운 과제가 아니지만 보넷 교수는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경험부터 바꿔주면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연설을 하기 전 힐러리 클린턴이나 앙겔라 메르켈의 사진을 본 여성들이 빌클린턴의 사진을 보거나 어떤 사진도 보지 않은 여성들보다 객관적으로 볼 때 더 연설을 잘 해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즉, 이런 롤 모델들에 둘러싸인 여학생들은 여성의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벽에 걸어놓는 사진 하나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제 아이리스 보넷 교수가 속해있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는 10년 전만 해도 벽에 걸린 인물 사진 가운데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특정한 의도를 갖고 남성 사진만 걸어놓은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학생의 절반에 달하는 여성들은 위대한 리더가 되기 어렵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보넷 교수는 설명합니다. 이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케네디스쿨은 이후 미국의 여성 리더 사진을 추가로 게시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남자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넷 교수는 이번 인터뷰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유했습니다. 바로 딸을 가진 아버지들을 양성평등의 강력한 지지자로 활용하는 것이죠. 딸을 둔 아버지들은 딸이 커서 사회생활을 할 때 양성평등이 더욱 확산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양성평등이나 다양성 교육만으로는 편견이 사라지기 어렵습니다. 조직의 제도와 일하는 방식, 조직 내에서의 경험까지 편견을 유발하는 요소가 없는지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