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mium > 자기계발
CEO는 기업 문화를 애써 품으려 할 필요가 없다
2017-02-02 | 이상아 에디터

안녕하세요, 이상아입니다. 오늘은 CEO및 조직문화와 관련해서 HBR에 실린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CEO의 성향은 때로는 조직 문화와 유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가 냉정하게 성과를 중심으로 보상하는 냉혹한 조직문화를 가졌다면, 조직문화와 유사하게 냉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일의 CEO를 선임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조직문화와 정 반대로 인간적이고 공감을 잘 하는 따뜻한 성격의 CEO를 선임하는 게 좋을까요? 꽤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조직문화와 유사한 성격의 CEO를 선임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유사한 스타일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조직문화와 반대 성격의 CEO를 선임하면 서로의 장단점이 보완이 돼서 더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과연 조직문화와 유사한 성격의 CEO가 조직을 더 발전시킬까요, 아니면 조직문화와 다른 성격의 CEO가 더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될까요? 이 질문은 CEO선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레벨의 부서에서도 고민해볼 만한 가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궁금증을 갖고, 애리조나 주립대 안젤로 키니키 교수와 조지아주립대 채드 하트넬 교수는 114개 기업에서 조직 문화와 CEO의 리더십 스타일의 일치 여부를 조사했고, 실제 조직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과연 연구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조직 문화와 다른 리더십 스타일을 가진 CEO의 성과가 더 좋았습니다. 9개월 동안 총자산수익률, 즉 ROA를 분석한 결과, CEO와 조직문화가 일치하지 않는 기업에서 1~4% 정도 더 높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즉, 조직문화와 유사한 성격의 CEO가 발휘할 수 있는 시너지보다는, 조직문화와 다른 성격의 CEO가 특정 조직문화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효과가 더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CEO후보자의 경영 역량이 비슷한 수준이라면, 만약 냉철한 성과중심적 조직일 경우에는 화합형 CEO를 선택하는 게 더 바람직하고, 가족적인 문화를 가진 조직이라면 냉철한 CEO를 선택하는 게 더 좋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기업문화와 다르기만 한 CEO가 무조건 좋은가 하는 점입니다. 물론 그렇지 않겠죠. 조직문화와 상반되는 CEO가 성과를 높인 핵심 이유는 CEO가 조직문화의 단점을 보완해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점을 보완해줄 능력이 있고 실제로 단점을 보완하는 정책을 취해줄 수 있는 CEO가 성과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자칫, 단점 보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직문화와 다른 성향을 가진 CEO는 심각한 문화 충돌만 야기하고 조직을 망가뜨릴 수도 있습니다. HBR과의 인터뷰에서 연구팀은 포드와 HP의 사례를 비교합니다. 포드의 경우 냉정한 성과주의 문화와는 거리가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파산위기에 몰리자 규율을 중시하고 실행을 앞세우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앨런 멀러리가 CEO로 취임했고, 포드 조직문화의 단점을 보완하며 성공적으로 회사를 턴어라운드 시켰습니다. 하지만, 휴렛팩커드의 CEO였던 칼리 피오리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는데, 이는 HP의 인간적 문화와 충돌을 일으켰고, 결국 조직문화를 파괴했다는 비판을 받고 말았습니다. 결국 조직문화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역량을 CEO가 갖고 있어야 성과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 결과와 관련해서 이런 의문도 가질 수 있습니다. CEO는 조직 문화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예를 들어 앨런 멀럴리는 포드자동차 CEO로 재임하면서 2주마다 전략 실행을 독려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런 일이 지속되면 조직 문화도 변할 수 있습니다. 실제 포드에서는 멀럴리 재임 기간 중에 성과와 실행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됐습니다. 즉, 처음에는 조직문화와 CEO가 달랐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문화적 동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다시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가설도 수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구팀은 이 이슈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견해를 제시합니다. CEO의 스타일이 낙수효과를 통해 조직에 침투하게 되면, 결국 초기에는 달랐더라도 나중에 CEO와 조직의 문화가 동질화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경우, 조직문화가 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흐르지 않도록 적절한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성과중심의 문화를 강조했다가, 나중에 조직이 지나치게 성과중심주의로 흘러가버렸다고 판단된다면, 리더십 스타일을 바꿔서, 협력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조직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변화하는 상황에 맞는 적합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시중(時中)’의 지혜가 떠오릅니다. 시중(時中)은 동양고전인< 중용>에 나오는 문구로 군자는 시기와 환경에 부합하는 적합한 행동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반면, 소인은 주변 환경이나 상황과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팀장, 본부장 등 하위급 리더의 경우는 어떨까요? 기업의 조직문화가 하위 조직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업무의 성격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기업 문화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때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까요? 이 연구 결과를 적용한다면, 리더십과 문화의 불필요한 중복을 줄이고 서로 보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견제와 균형을 항상 염두에 두고 구성원이나 조직이 긍정적인 방법으로 움직이는 쪽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번 시간에는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주는 연구 결과를 소개해드렸습니다. 경영자나 리더를 선택할 때 기본적인 리더십 역량 외에도 조직 혹은 팀 문화와의 보완성이라는 측면도 고민해봐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용 모두 펼치기
HBR Premium은 유료 서비스입니다.
10인의 디렉터가 쉽게 설명해주는 HBR Premium!
HBR Premium을 구독하고 디지털 서비스까지 이용하세요!
프리미엄신청
이상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매니저
관련 아티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