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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들의 포트폴리오를 성장동력으로 탈바꿈시킨 WPP의 최고경영자(CEO)
2017-02-06 | 조진서 에디터

안녕하세요, 조진서입니다. 삼성, 현대, SK 등 한국의 대기업 집단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이들은 보통 다양한 산업분야에 자회사를 두고 거기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은 제조업과 금융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있습니다. 이에 비해 해외에서는 ‘호리젠털리티, 즉 수평적인 관계에서 대기업 집단을 형성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소비재 분야에서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를 갖고 있는 P&G 같은 회사가 대표적일텐데요, 오늘은 이렇게 수평적인 기업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성공한 회사, WPP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WPP는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세계 최대 광고회사입니다. 광고업계에는 이른바 빅 4라는 대형 글로벌 그룹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WPP가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직원수가 19만 명이고, 세계 110여개국에 3000여개 오피스를 두고 있습니다. 진출한 국가수는 110여개인데 오피스는 3000여개라니 이상하게 생각하실 분도 있을 텐데요, 그것은 이 회사가 많은 자회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회사가 광고업에 들어온 지 불과 30년 만에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는 점입니다. WPP는 ‘와이어 앤 플라스틱 프러덕트’라는 말의 약자입니다. 철사와 플라스틱 제품이라는 뜻인데요, 이 회사는 1971년에 만들어졌고 주로 쇼핑센터와 마트에서 쓰는 철사 바구니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그러다가 1985년에 마틴 소렐이라는 아주 야심만만한 사업가가 이 회사를 사들였습니다. 철사 바구니를 만들려는 생각은 아니었고요, 소렐은 WPP를 우회상장의 도구로 사용한 겁니다. 회사를 사는데 들인 돈은 67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억원이었습니다. 소렐은 캠브리지대와 하버드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사치앤사치라는 유명 광고회사에서 CFO로 일했습니다. 그러니까 광고업계에서 있었지만 재무적인 베이스를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마흔살이 되던 해에 독립을 하겠다고 생각했고, 기왕 하려면 규모를 크게 벌여야겠다는 생각에 WPP를 사서 우회상장을 한 것입니다. 광고업을 하면서도 철사바구니 팔던 시절의 이름은 그대로 사용한 것이 재미있습니다. 이후 2년간 무려 18개의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보통 우리가 광고회사라 하면 TV, 신문, 잡지, 라디오 같은 매체에 나오는 광고를 만드는 걸 연상하는데요, 이것을 업계 용어로 어보브 더 라인, 줄여서 ATL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소렐은 이렇게 화려한 ATL이 아니라 판매지원, 유통지원, 대면 마케팅 같은 이른바 BTL 분야에 집중하는 광고회사들을 사들였습니다. 보텀 오브 더 라인 이라는 말의 약자입니다. 자금은 주식 발행으로 조달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소렐의 사업 전략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도 소렐은 제이월터톰슨, 오길비앤드마더 등 대형 업체들을 인수했습니다. 자금조달은 항상 빡빡했지만 다행히 인수한 회사들의 사업 실적이 향상되면서 빚을 갚을 수 있었습니다. 소렐의 전략은, 비슷한 사업모델을 가진 회사들을 한데 모아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비용을 절감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직원 교육, 오피스 렌트, IT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투자 등을 한번에 모아서 집행하면 훨씬 비용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영미권의 광고업계에는 그전까지 공식적인 직원 교육프로그램이 없었다고 합니다. 경력직을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소렐은 대학생과 대학원 졸업생을 채용해서 교육시키고 그룹사에서 순환근무를 통해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재벌그룹들에게는 익숙한 방법인데요, 광고업 같은 크리에이티브 산업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또 통합 연구조직도 만들었습니다. 광고회사들은 시장조사를 아주 많이 하는데요, 그룹 내에 시장조사만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들을 만들어서 자회사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로서 각각의 자회사에서 따로따로 시장조사를 할 때보다 비용을 상당히 많이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클라이언트들에게도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됐습니다. WPP의 자회사들은 각기 특장점이 다릅니다. 어떤 회사는 온라인 마케팅에 특화돼있고 어떤 회사는 마켓 리서치를 잘 하고 어떤 회사는 언론 상대 PR을 잘 하는 식입니다. 대형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으면 WPP 그룹 차원에서 여러 자회사들의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업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습니다만, 소렐의 호리젠털리티 모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재무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그래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광고업이라는 산업에 부족했던 점을 잘 뚫어보았기 때문입니다. 크리에이티비티만 너무 강조되고 체계적인 운영과 비용절감에 대한 노력은 부족했던 광고회사들을 한데 모아서 시스템적으로 운영한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간파했습니다. 우리도 지금 우리 회사에 부족한 역량이 무엇인지, 어떤 것이 보틀넥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한 번 차근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때로는 마틴 소렐같은 외부인의 시각이 더 객관적일 수 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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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서 HBR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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