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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담당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한가요?
2017-02-09 | 고승연 에디터

안녕하세요, 고승연입니다. ‘획일적인 문화와 일사분란한 조직’이라는 얘기를 들으며 ‘효율성’, ‘성과’ 등을 떠올리는 사람은 이제 없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창의력과 협력이 중요해지면서 모든 기업은 ‘다양성’을 강조하고 이를 추구합니다. 특히 인재 채용에 있어서, 인종, 성별과 성정체성, 종교, 연령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비교적 ‘다양성 추구’에 있어서는 늦은 편이었던 한국 기업들도 최근에는 부쩍 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이뤄진 여러 연구결과들을 보면,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이 확보될 때 의사결정과 문제해결 능력, 창의성과 혁신, 그리고 유연성까지도 확대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다양한 인구통계학적 배경을 가진 직원들을 뽑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무리 실력위주로 공평하게 직원을 채용하려고 노력해도 이게 쉽지 않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하버드비즈니스 리뷰에는 ‘다양성을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라는 제목의 아티클이 하나 실렸습니다. 리사 버렐 HBR 시니어 에디터가 그 동안 여러 학자들이 연구한 내용들을 종합해 정리한 것인데요, 내용이 꽤 흥미롭습니다. 우리의 뒤통수를 치는 듯한 내용도 참 많았습니다. 이제부터 그 내용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우선 기업들이 ‘실력 위주’로 사람을 채용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만, 실제로는 ‘누가 실력있는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에 대부분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다양성 확보에도 실패하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남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영 서투르기 때문입니다. 로버트 프랭크 코넬대 교수는 우리가 ‘운’과 ‘우연성’을 지나치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이게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즉 어떤 사람이 아주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직업을 얻으면 그 결과만 보고 그 사람이 두뇌가 명석하고 열심히 노력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는 거죠. 이러한 판단과정에는 ‘상류층 학교에 다녔다면 실력과 인성이 좋을 것’이라는 프레임이 작용하기도 하고요, 우연한 계기로 성공한 사람에 대해 ‘저 사람이 실력으로 해낸 것’이라고 믿는 사후확신편향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게 왜 다양성 확보를 어렵게 하는 걸까요? 로렌 리베라 노스웨스턴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심사의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해 평가자들이 집단 토론을 벌이게 해도 그동안 우리가 ‘저 사람은 실력이 있을 것’이라고 믿게 만들어온 여러 프레임과 고정관념이 작동하기 때문에 결국 다양성 확보에는 실패하게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인종, 민족, 성별에 대한 무의식적/의식적 고정관념은 채용을 위한 토론이 계속될수록 의사결정에 영향을 더 끼쳤고, 운과 우연에 따라 얻은 즉 백인이어서, 남성이어서, 중상층 이상의 가정 출신이어서 얻게 된 성과들을 모두 ‘저 사람의 노력과 실력으로 얻어 낸 성과’라 믿게 만든다는 겁니다.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보겠습니다. 한 컨설팅회사가 리베라 교수를 초청해 모든 단계의 채용과정을 관찰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리베라 교수가 치켜보니 평가자들은 거의 모든 단계에서 ‘아주 탁월한 인재’나 ‘탈락자’에 대해서는 거의 혹은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주로 중간에 속한 지원자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를 했다고 하는데요, 바로 이 지점에서 여성, 백인이 아닌 인종 등 다른 소수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이 작용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심사과정, 특히 면접관들의 의견조정 과정에서 ‘불합격’을 결정짓는 기준 중 하나는 ‘세련미’라 부르는 의사소통 능력과 샘플 비즈니스 사례 분석, 그리고 그 분석에 사용되는 계산법, 문화적 적합도 등이라고 합니다. 이 조정과정은 ‘캘리브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기준이 인종이나 성별 등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더라는 겁니다. 예컨대 흑인 남성이나 히스패닉 남성이 ‘세련미’가 떨어져 보이면 곧장 불합격자 명단에 올라갔고요, 이때에는 다른 강점이 눈에 보였어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반면, 세련미가 부족한 백인 남성은 ‘가르칠만 하다’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 합격권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계산에서 사소한 실수를 하면, 여성의 경우 떨어뜨렸고 남성은 그대로 뒀다고 합니다. 분명 명확한 기준을 잡고 실력으로 평가를 한다고 하고 있는데도 그렇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걸러내고 나면, 대부분의 평가자들은 감정과 직관의 영역으로 넘어가 버린다고 합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소수자 출신이 평가자에 섞여있어도 이 패턴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조직 내에서의 입지가 ‘주류 백인 남성’에 비해 좁기 때문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크게 내기 어렵다고 합니다. 결국 ‘백인 남성의 편을 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구조로 바뀐다는 거죠. 사실 ‘다양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이전에 고민해야하는 문제는 ‘무엇이 다양성인가’일 겁니다. 다양성에 대해서는 많은 정의가 있지만, 일단 우리가 머릿속에 너무도 당연하게 갖고 있는 ‘이분법’부터 지우도록 해야 합니다. 남성과 여성, 백인과 흑인, 주류와 비주류 등의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실에서의 ‘다양성’은 이것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인데요, 단지 여성이고, 단지 흑인이며, 단지 무슬림이기만한 사람은 세상에 없다는 것이죠. 듀크대의 애슐리 셸비 로제트 교수는 우리가 저마다 “서로 맞물리는 여러 특성을 모두 갖춘 하나의 패키지”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렇다면, 성별의 불리함과 인종의 유리함을 갖춘 ‘백인 여성’의 경우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더 잘 인식하고 조직 내 구성원의 다양성 확보와 이를 위한 소수자 차별 방지책을 더 잘 만들 수 있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실상은 또 그렇지가 않다고 합니다. 크게 성공한 ‘백인 여성’은 일반적으로 크게 성공한 ‘백인 남성’보다 실제 현실 사회에서 백인들이 누리는 특권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차별을 극복하고 힘들게 고위직에 올라간 사람들 상당수가 과거 걸림돌을 자주 잊어버린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군대에서도 후임병 시절에 가혹행위를 당했던 병사가 나중에 가혹행위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는데요, 이와 유사한 현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참으로 안타깝게도 우리 머릿속에는 ‘다양성이 갈등을 유발한다’는 무의식적 사고가 잠재돼 있다는 군요. 이런게 결정적인 순간에 튀어나오거나, 때로는 조용히 작용하면서 기업의 다양성 확보를 막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이 어렵다면,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나을까요? 많은 연구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해결책도 있다고 말합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존 베셔, 프란체스카 지노 교수는 “인간의 두뇌회로를 바꾸기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지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환경을 바꾸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편견을 뒤집기는 어려워도 누그러뜨리는 건 가능하다는 거죠. 심사자와 평가자들이 채용대상자에 대한 정보와 선택사항을 어떻게 제시할지 의도적으로 구조화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은근슬쩍 특정한 방향, 즉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제도와 환경 그리고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인데요, 출신자의 학력이나 성별을 볼 수 없게 블라인드 오디션을 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리 모두가 다양성 확보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면,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다양성을 수용하고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면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에 조직원들은 크게 반발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다양성’에 대한 논의는 아직은 한국기업들보다는 다민족 국가인 미국기업들에게 보다 절박한 문제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서 이미 다른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이 일하기 시작했고,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고 승리하기 위해 이 같은 다양성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게 현실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지금까지 갖고 있던 일사불란한 조직문화와 획일적인 구성원으로는 더 이상의 도약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우리에게도 절박해진 ‘다양성 확보와 수용의 문제’를 다시 한 번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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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연 -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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