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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만큼 믿기는 어려운, 재무보고서의 숨겨진 ‘진실’은?
2017-02-20 | 장재웅 에디터

안녕하십니까, 장재웅입니다. 건전한 자본주의 발전에 재무제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재무제표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HBR은 ‘재무보고서로 진실을 알기 어려운 이유’라는 아티클을 통해 그 원인과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다양한 개혁 조치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회계 세계가 계속 혼탁스런 이유는 무엇일까요. 몇가지 문제점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먼저, 보편적인 회계 표준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 때 통합을 시도했던 미국의 GAAP과 유럽의 IFRS는 여전히 각자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GAAP와 IFRS의 통합실패가 무엇을 의미할까요. 투자 대상을 찾거나 인수를 결정할 때나 경쟁사를 분석할 때, 많은 경우에 서로 다른 두 회계체제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를 비교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실제 벌어졌던 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영국 과자 회사 캐드베리는 2009년 미국 식품기업 크라프트에 인수되기 직전에 IFRS기준으로 6억9000만 달러의 이익을 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GAAP를 기준으로 한 이익은 총 5억9400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거의 14%나 적은 금액이었지요. 마찬가지로 캐드베리의 GAAP기준 자기자본수익률(ROE)은 9%대로 IFRS기준으로 했을 때의 14%보다 5% 낮았습니다. 이런 차이는 사실 인수 결정을 바꿀 정도의 큰 차이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매출인식에 대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서비스, 또는 3000만 달러짜리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개인이나 회사에 판매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런 제품이나 서비스 계약에는 대개 앞으로 제공할 업그레이드가 포함됩니다. 그런데 업그레이드에 드는 비용은 판매 시점에는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 판매에서 이윤이 얼마나 창출될지 결정하기란 불가능합니다. 현재 GAAP규정에 따르면 이런 업그레이드 비용을 미리 측정할 객관적 방법이 없을 경우 이회사는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그 비용을 산출하기 전까지는 이 판매에서 발생한 매출을 기록할 수 없습니다. 그때까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비공식적 기준이 많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나 징가 같은 게임 업체 등은 수익을 보고하는 다른 비공식적 방식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2015년 트위터는 GAAP기준 순손실 5억 2100만 달러의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동시에 다른 기준을 사용해 흑자를 보고하기도 했는데요. 비일반회계 즉, non-GAPP기준의 2가지 수익 측정기준을 활용한 것입니다. 그 중 하나는 조정 EBITDA 5억 5700만 달러, 그리고 다른 하나는 비GAPP기준의 순이익 2억7600만 달러였습니다. 향후 변경되는 GAPP규정에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의 상품과 서비스를 일괄 판매하는 기업들은 미래의 비용과 매출을 추정해 그해의 매출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추진 중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관리자의 판단이 필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평가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 번째 문제는 바로 비공식적인 수익지표의 문제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등이 비GAPP기준을 활용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4년 트위터는 GAAP기준 주당 0.96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비GAAP기준으로는 주당 0.96달러 이익을 봤습니다. 2015년 아마존은 GAAP기준으로 주당 순이익 0.37달러, 비 GAAP기준으로는 주당순이익 4.14달러를 올렸다고 발표하기도 합니다. 이들 기업의 경우 비공식적인 측정 기준이 수익을 더 잘 반영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위험한 점이 있습니다. 이런 대안적 기준들은 대부분 개별 회사의 회계 작업에만 적용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심지어 개인투자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EBITDA와 같은 기준을 활용하더라도 회사간 비교가 어렵고 같은 회사에서도 회계연도에 따라 비교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계산에 무엇이 포함되고 무엇이 배제됐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는 회사의 자산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에 대한 문제입니다. 경영진과 투자자는 회사의 자산 가치를 결정할 때 두 가지 측정 기준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바로 취득가액 기준이냐 공정가치 기준이냐인데요. 인터넷이 부상하기 이전에 기업의 재무제표는 취득가액에 의존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들이 갈수록 종류가 늘어나는 여러 자산군을 측정할 때 공정가치를 선호합니다. 대차대조표를 검토하면 현재 그 기업의 경제 현실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무엇이 ‘공정가치’인가에 대해서 여전히 이견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각종 규제가 늘면서 재무보고서를 조작하는 기업들의 관행은 줄고 있지만 대신 기업의 의사결정을 조작하는 관행이 퍼지고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한 학술지(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에 실린 한 연구가 이같은 현상을 잘 보여줍니다. 이 연구는 400명 이상의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기업의 실적 보고서를 어떻게 관리했는지를 조사했는데요. 연구자들은 경영자들에게 회사가 이번 분기의 실적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하도록 하고 GAPP의 규제 하에서 수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를 물었습니다. 그 결과, 관리자들은 결과를 조작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특히 성과를 보고하는 방식의 조작보다는 경영 의사결정 자체를 바꾸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예를 들어, 응답자의 거의 80%가 수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출인 R&D, 광고, 유지보수, 고용, 직원훈련 등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답했습니다. 기업의 의사결정을 조작하는 행동은 단기 보고에는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과를 잠식하는 폐해를 낳습니다. 게다가 이런 행동은 현재의 공시 규정으로는 탐지해 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회계규정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회계 조작이 더욱 어려워지면 기업들은 장부보다는 의사결정을 조작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투자자와 임원들은 기업이 업무적 의사결정에 대해 더 많이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보고된 정보량이 엄청 많고 검증하기 어려운 가정이 포함될 경우 규제 효과는 다시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사용 가능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더 효율적인 툴이 필요합니다. 이 때 사용할 수 있는 분석 도구가 벤퍼드 법칙입니다. 벤퍼드 법칙은 숫자로 된 데이터 세트에서 첫 자릿수의 빈도 분포에 관한 법칙입니다. 이 방법은 최근에서야 회계부정행위를 탐지하는데 사용되기 시작했는데요. 20세기 초 영국 과학자의 이름을 딴 벤퍼드 법칙에 따르면, 자연적으로 발생한 데이터에서 나온 숫자 리스트에서, 각 숫자의 첫 자릿수가 1인 경우가 전체의 약 30%라고 합니다. 첫 자릿수가 2일 확률은 18%이고 뒤이은 숫자들은 점점 더 적은 비율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를 회계변수에 적용하면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는 게 벤퍼드 법칙입니다. 언어적 단서 역시 비양심적인 행동을 탐지하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회계학자 두 명이 약 3만건의 콘퍼런스콜 회의록을 분석해보니, 거짓말을 할 때 특정 언어 패턴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거짓말을 할 때 경영자들은 주주가치를 비교적 덜 언급했다고 합니다. 아마 소송의 위협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또 그냥 ‘좋다’고 말해도 되는데 ‘환상적이다’라고 말한다면 의심해봐야 합니다. 거짓말을 하는 경영자들은 극도로 긍정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또 거짓말을 할 때에는 ‘나’라는 단어는 잘 사용하지 않는 대신 ‘3인칭’을 선호했다고 하는데요, 양심의 가책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 거짓말을 할 때에는 ‘음’이나 ‘에’같은 망설이는 단어를 더 적게 사용했고 외설스러운 말을 더 자주 사용했다고 합니다. 또 재무성과 조작이 CEO임기 초반 빈번히 발생한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때문에 이 시기에 이사회나 투자자들은 회사의 회계 실태를 특별히 주시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를 100% 신뢰할 수 있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보고서의 단점을 이해하고 조작을 탐지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이용한다면 최소한 잘못된 재무제표로 낭패를 보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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