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조진서입니다. 요즘 웬만한 소비재 기업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합니다. 미국 포천 500대 기업의 80%가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한국 대기업은 그보다는 비율이 낮겠지만 2/3 정도는 페이스북이든 네이버든간에 소셜미디어 계정을 운영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죠. 많은 노력과 비용을 써서 소셜미디어 계정을 운영했을 때 그 성과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네이버라면 방문자수, 인스타그램은 팔로워 수, 페이스북이라면 엄지손가락 모양의 ‘좋아요’ 숫자를 세는 경우가 많습니다. 페이스북에선 좋아요를 누르면 자동적으로 그 페이지의 폴로워가 됩니다. 폴로워가 되면 내 타임라인에 그 브랜드가 올리는 컨텐츠가 자주 노출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터들은 이 ‘좋아요’ 숫자를 올리는데 중점을 둡니다. 2016년 초에 어떤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신메뉴를 내면서 페이스북에서 이벤트를 했습니다. 660만명에게 광고가 보여졌고, 11만 7000건의 ‘좋아요’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기간 매장 매출도 실제로 크게 올랐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햄버거 신제품이 많이 팔린 게 정말 ‘좋아요’ 이벤트 때문일까요, 아니면 다른 광고 때문일까요? 물론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좋아요’ 효과가 아주 크다고 할 겁니다. 그래야 더 많은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레슬리 존 교수가 여기에 딴지를 걸었습니다. 잠깐 부연 설명을 드리면, 존 교수라고 하니까 남성일 것 같은데 여기서 존은 이름이 아니라 성이구요, 존 교수는 여성분이십니다. 하버드대에서 마케팅과 소비자 심리, 협상론을 가르치는데 특이하게도 원래는 발레리나였습니다. 운동에서 은퇴한 후에 대학에 가서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공부를 시작했고, 카네기멜론대학에서 박사를 따자마자 하버드 조교수로 임용된, 젊은 교수입니다. 존 교수는 아주 마음을 독하게 먹고 대규모의 실험을 했습니다. 4년 동안 1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해서 총 23번의 페이스북 광고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실험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이 확실히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긴 합니다. 그건 맞습니다. 그런데 좋아요를 눌렀기 때문에 제품을 구매한 건지, 아니면 원래 그 브랜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때문에 좋아요도 누르고 제품도 구매한 건지는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평소부터 BMW자동차를 사고 싶어했고, 그래서 페이스북에 들어가서 ‘좋아요’도 눌렀고, 한푼 두푼 월급을 모아서 결국 10년 만에 한 대 뽑았다고 해보죠. 과연 페이스북이 없었다면 이 사람이 그 차를 뽑지 않았을까요? ‘좋아요’를 눌렀다는 행동이 이 사람의 구매 가능성을 높여줬을까요? 존 교수는 말합니다. 노!노!노! 존 교수는 실험을 아주 똑똑하게 꾸몄습니다. 유명 브랜드에 대해 이미 좋아요를 누른 사람과 좋아요를 누르지 않은 사람들의 구매율을 비교한 게 아닙니다. 막 새로 출시된 작은 화장품 브랜드를 놓고, 이 브랜드를 전혀 접한 적이 없는 일반인들을 실험대상자로 삼았습니다. 그러니까 원래부터 이 브랜드를 좋아한 사람들이 들어가서 실험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한 겁니다. 그런 다음 50%에게는 ‘좋아요’를 눌러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실험이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탁받은 대로 좋아요를 눌러줬습니다. 나머지 50%에게는 그런 요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다음 모두에게 화장품 샘플 쿠폰을 보내줬습니다. 실험 결과, 좋아요를 눌렀든 말든 샘플 쿠폰을 받아서 사용한 사람들의 비율은 차이가 없었습니다. 또 페이스북 친구가 좋아요를 눌렀다고 해서 쿠폰 사용률이 올라가지도 않았습니다. 즉 좋아요를 누르는 것만으로는 내가 됐든 친구가 됐든 제품 사용률, 혹은 구매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단 얘깁니다. 이 얘기를 듣고 지금 뒷목을 잡을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실제 많은 한국 기업에서 좋아요 숫자를 늘리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국내에서 좋아요 팬이 잘 늘어나지 않으니, 한류스타 사진을 앞세워 동남아에서 좋아요 팬을 확보하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좋아요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인데요, 이 연구결과를 보시고, 도대체 우리는 왜 지금까지 페북 좋아요에 그렇게 집착하고 있었나 하는 자괴감이 드시는 분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좋아요의 의미가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좋아요도 잘만 활용하면 매출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세 가지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첫째, 어떤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지,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하는 타깃 고객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정보 소스가 됩니다. 아이들 멍자국 없애는데 쓰라고 만든 연고가 있는데요, 소셜미디어 분석을 해봤더니 실제로는 성형수술한 여성들에게 더 인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회사는 바로 광고 캠페인의 타깃을 아이엄마에서 젊은 싱글 여성으로 바꿨습니다.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둘째, 좋아요를 눌렀다는 건 일단 우리 브랜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니까, 그런 충성 고객들로부터 제품에 대한 성의 있는 피드백을 받는 용도로 쓸 수 있습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고객들이 평소에 이러쿵저러쿵 불평들이 많은 것 같아도 정작 평가가 필요할 때는 구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이때 페이스북을 사용하세요. 블록 장난감 회사 레고는 이렇게 SNS로 들어오는 충성고객들의 반응을 신제품 디자인에 반영합니다. 또 충성고객들의 개인 콘텐츠 제작을 유도한 다음에 그것을 회사 홍보에 사용해도 됩니다. 안경회사 와비파커는 인스타그램에서 와비파커 해쉬태그가 달린 사진들을 찾아서 그것들을 회사 브랜드 계정에서 홍보합니다. 셋째, 좋아요를 누르게 하는데 그치지 말고 사용자와 제품간의 좀 더 깊은 연결관계를 보여주면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MIT대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내 친구가 좋아요를 누른 제품이라고 보여줘봐야 소비자의 구매를 자극하지 못하지만, 페이스북에서 내 친구가 ‘이 제품 써봤다‘고 말하는 것은 구매를 자극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여행 앱 트립어드바이저는 사용자가 호텔을 검색할 때 이 호텔을 사용한 내 페이스북 친구가 있다고 알려줍니다. 이는 유의미하게 예약률 향상효과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하버드대 레슬리 존 교수가 제시한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저는 이런 분석결과도 중요하지만 이 실험을 설계한 존 교수의 신중함에도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요즘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모바일과 인터넷 기기를 이용해서 마케팅 활동의 퍼포먼스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기법인데요, 측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측정 설계부터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측정되는 실험군에 내재적인 편향성이 숨겨져있지는 않은지, 그걸 우리의 실험 모델이 제대로 필터링할 수 있는지,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혼동하고 있지는 않은 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큰 비용을 들여서 하는 실험 전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마케터의 아주 작은 심려가 큰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거대한 판단 착오를 막을 수 있습니다. 나쁜 데이터는 없느니만 못하니까요. 기업인 여러분들이 늘 실무에 바쁘시지만, 그래도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경영학을 배우고 또 HBR을 읽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