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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상사가 금속 팬츠를 입었을 때
2015-10-14 | 김남국 에디터

2013년 열린 컨퍼런스에서 한 MIT연구원이 ‘플레오’라는 이름의 장난감 공룡 로봇을 갖고 놀아보라고 사람들에게 권유했습니다. 이 로봇은 사람이 쓰다듬어주는 건 좋아하지만 꼬리를 잡아 들어 올리는 건 싫어한다는 점을 몸동작과 표정으로 표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공룡과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에게 얼마 후에 MIT연구원이 칼과 손도끼를 건네며 공룡 로봇을 절단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MIT연구원은 사람들이 약간의 거부감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격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어떤 사람은 공룡 로봇을 헤치지 못하도록 몸으로 가로막기도 했습니다. 한낱 기계에 불과한 로봇인데 왜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요. HBR 편집자인 월터 프릭은 스포트라이트 아티클을 통해 이 실험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전해준다고 강조합니다. 기계나 컴퓨터, 로봇 등이 직장 내에서 여러 가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요, 직원들이 어떤 상황에서는 로봇이나 컴퓨터에 대해 동료로서의 동질감이나 정서적 유대감까지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월터 프릭이 쓴 기사의 제목처럼 ‘금속 팬츠를 입은 상사’, 즉 로봇을 상사나 동료처럼 생각하고 함께 일해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과 기계가 조직 내에서 한 차원 높은 협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알고리즘 회피 현상을 막아야 합니다. 와튼스쿨 연구팀이 MBA 입학생의 자료를 제시하고 학업 성과가 얼마나 뛰어난지 예측해보라는 과업을 피실험자가 수행하게 했는데, 대다수 피실험자는 컴퓨터 알고리즘보다는 지산의 직관을 더 선호했다고 합니다. 알고리즘의 예측 결과가 더 좋다는 점을 알려줘도 소용없었답니다. 알고리즘 예측력이 더 높다는 사실을 알려줘??어쨌든 알고리즘도 완벽하지 않고 가끔 실수한다는 점을 알게 되는데, 사람은 배움을 통해 실수를 개선할 수 있지만, 알고리즘은 그게 안 된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는 거죠. 물론 요즘 알고리즘은 실수를 통해 배우는 기능도 갖고 있어 사람들의 이런 생각은 편견에 불과합니다. 어쨌든 사람은 기계의 오류에 대해 사람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에 알고리즘 회피 현상이 나타난다는 설명입니다. 알고리즘 회피 현상,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의외로 어렵지 않습니다. 우선 사람들에게 수행해야 할 과제가 ‘인지’ 혹은 ‘분석적 추론’과 관련한 것이라고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알고리즘 회피 현상이 약해진답니다. 수학문제 푸는 것처럼 복잡하고 논리적 과정을 요구하는 과업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려주면 부담 없이 알고리즘을 사용한다는 설명입니다. 반대로 ‘감정’과 관련한 일이라고 알려주면 알고리즘 회피 경향은 커집니다. 또 알고리즘의 예측 결과에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인간에게 부여하면 컴퓨터와의 협업 수준이 높아집니다. 또 사람들은 인간적 특징을 가진 로봇을 더 신뢰한답니다. 앞서 공룡 실험에서도 로봇 공룡이 감정 표현을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애착을 가졌는데요, 이름을 부여하고,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게 하고, 사람과 비슷하게 몸통과 머리를 갖게 하는 등 의인화 기술을 활용하면 협력 수준이 높아집니다. 실제 카네기 멜런대 연구팀이 직장에서 스낵을 배달해주는 스낵봇을 만들어 실험을 했는데요, 그림에서 보시듯 사람과 비슷하게 만들었고 또 실제 맞춤형 대화가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답니다. 그랬더니 스낵봇과 대화했던 사람은 그냥 간식만 전달받은 사람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았구요, 스낵봇이 부탁을 더 잘 들어줬답니다. 하지만 의인화 기술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인간적 요소를 더 많이 넣으면 사람들이 로봇을 너무 인간적이라고 생각해서 차별이나 편견, 혹은 갈등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답니다. 실제 스낵봇이 한 동료가 열심히 일한다면서 칭찬을 하자 다른 동료가 이걸 듣고 질투심을 느꼈다고 합니다. 또 숭실대 연구팀 연구 결과, 보안 경비 로봇에 대해서는 남성적 이름을 가졌을 때 만족도가 높았고, 가사 업무를 하는 로봇은 여성 이름을 가졌을 때 만족도가 높아서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로봇에도 적용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논리적 과업을 로봇에 맡긴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시키고, 적절한 수준에서 의인화 기술을 사용하는 것, 기계와 인간의 협업을 촉진하는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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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Harvard Business Review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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