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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선택은 없다. 최선의 선택이 있을뿐. 고민하고 있는 당신을 위한 ‘의사결정 TIP’
2017-03-27 | 조진서 에디터

안녕하세요, 조진서입니다. 오늘은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유용한 사회생활 팁을 드릴까 합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하버드경영대학원 조지프 바다라코 교수의 조언입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사회생활에선 흑과 백으로 나누기 어려운 상황이 대부분입니다. 딱 떨어지는 정답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특히 부하직원들을 챙겨야 하고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하는 매니저급에 올라가면 더욱 그렇습니다. 뭐가 정답인지 예측할 수도, 채점할 수도 없다는 것부터 사회생활의 어려움이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보죠. 여기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의류 부문의 기술 팀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명으로 김선희 팀장이라고 하겠습니다. 김 팀장은 직위로는 부장급입니다. 해외 MBA를 다녀와서 일찍 승진했습니다. 나이는 34세고 여성입니다. 그 밑으로는 팀원이 14명 있습니다. 팀원 중에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김 팀장 밑에 박영철 과장이라는 남자 팀원이 있습니다. 박 과장은 나이가 마흔 두 살이고 남성입니다. 김 팀장보다 먼저 입사했고 직장 경력도 더 깁니다. 그런데 박 과장은 일을 잘 못 합니다. 예전 팀장은 박 과장의 성과를 평가하면서 5점 만점에 3.5점을 줬는데요, 김 팀장 생각에는 그 점수도 과분합니다. 박 과장은 나이가 많아서 최근 IT기술의 추세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교육 프로그램에 보내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프로젝트도 맡겨봤지만 그때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습니다. 사무실에서도 표정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의욕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김 팀장은 박 과장의 평가점수를 2.5점으로 낮추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회사의 ‘성과불량자 개선 프로그램’에 보내고 싶어 합니다. 말이 좋아서 성과개선 프로그램이지, 그 명단에 들어가면 대부분 해고의 길로 가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 회사의 고위 임원 두 명이 김 부장을 호출했습니다. 이 임원들은 박 과장??오랫동안 같이 일하면서 친분을 쌓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박 과장을 옹호하면서, 팀원이 성과를 내도록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팀장이야말로 문제 아니냐고 비아냥거렸습니다. 이제 김 팀장은 부하직원과 임원들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거죠. 이래야 좋을지 저래야 좋을지 정답이 없죠.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소신 있게 밀어붙일까요? 그러다 망하면?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바다라코 교수는 우선 스스로에게 다섯 가지 질문을 던져보라 조언합니다. 이 때, 이 다섯 질문을 순서대로 묻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내가 택할 수 있는 옵션은 무엇이며, 그것이 각각 가져올 실질적 결과는 무엇일까?’ 김 팀장의 경우 크게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박과장을 내치거나, 아니면 그대로 두거나. 내치는 쪽으로 가면, 박 과장과 친분이 있는 고위 임원들의 분노를 살 것 같습니다. 그 팀에 배정된 예산을 줄이거나, 사사건건 시비를 걸거나, 심지어 김 팀장을 내쫓는 식으로 보복을 할 수 있죠. 이번엔 만일 박 과장을 그냥 놓아두는 편을 택하면 어떤 결과가 올지 생각해봅니다. 임원들은 흡족해 할 것입니다. 하지만 팀 업무에서는 박 과장의 존재가 계속 방해가 되겠죠. 또 일을 잘 하는 다른 팀원들의 사기도 떨어질 것입니다. 일단 여기까지 생각하고, 이제 두 번째로 던져야 할 질문은 ‘내가 갖고 있는 핵심적 의무가 무엇인가’입니다. 김 팀장의 핵심 의무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회사가 운영하는 쇼핑몰이 잘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또 팀의 리더로서 14명 팀원들의 커리어 성장도 책임져야 합니다. 세 번째 질문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라’입니다. 마키아벨리처럼, 아주 냉정하게 상황을 보라는 겁니다. 김 팀장은 팀에서는 리더이지만 회사에서는 일개 팀장에 불과합니다. 임원들에게 도전한다면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요? 너무 허무하게 임원들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면 팀 내에서, 또 사내에서 입지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힘없고 임원들에게 굽실거리는 팀장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네 번째 질문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 조직은 어떤 것을 추구하는 조직인가’ 입니다. 당신이 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옵션 중에서, 당신의 조직이 추구하는 바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결정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라는 뜻입니다. 이제 김 팀장이 생각해봤습니다. 그의 이 회사는 아직 젊은 회사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봐서 연차가 아니라 실력과 실적 위주로 직원을 평가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또 고객들의 요구를 무엇보다도 우선시 하자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던져야 할 질문은 ‘당신의 결정을 감수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성적으로는 좋은 결정이라고 해도, 감정적으로 뭔가 불편하고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좋은 결정이 아닐 수 있습니다. 혼자서 종이에 차분하게 나의 감정을 정리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김 팀장이 그렇게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박 과장의 입장도 슬슬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IT스타트업 업계는 20대 젊은 남자들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많고 머리가 빨리 돌아가지 않는 박 과장은, 똑똑한 20대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아마도 외로움과 설움을 느꼈을 겁니다. 김 팀장 역시 여자라는 이유로 동료나 상사, 심지어 부하직원에게도 무시당하는 경험을 많이 해 봤기 때문에 그런 기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자, 이제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해 시스템적으로 생각을 해 본 김 팀장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일단 박 과장에게 낮은 평가점수를 주는 것은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성과불량자 개선 프로그램에는 넣지 않았습니다. 상담을 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해줬습니다. ‘나이도 많으신데 너무 모욕적일 것 같아서 공개적으로 성과불량자 명단에 넣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 과장님도 한 번 솔직하게 생각해봐라. 요즘 젊은 직원들은 다 기술력이 뛰어난데 그런 사람들 옆에서 계속 일하는 게 행복하겠냐. 과장님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 같냐. 다른 자리도 알아보면서 일하는 게 어떠냐.’ 이렇게 말했답니다. 이렇게 얘기했더니, 박 과장은 처음엔 평가점수가 낮다고 약간 화를 냈지만, 곧 팀장에게 동의했습니다. 사실 자기도 이미 이직에 대해 생각 중이었다는 겁니다. 면담 후 몇 주 동안 잡서칭을 했고, 곧 다른 회사에 합류했습니다. 결국 모두에게 해피한 결말이 됐습니다. 이건 실제 사례입니다. 이름만 한국식으로 바꿨습니다. 물론 이렇게 일이 잘 풀린 데는 운도 좋았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이렇게 애매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그냥 주먹구구로 생각하지 말라는 겁니다. 고민하는 것도 절차를 갖춰서, 시스템적으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만 괜찮은 결정을 내릴 수 있고, 또 플랜A가 먹히지 않을 때 당황하지 않고 플랜B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일단 종이에 한 번 이 순서대로 적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정답이 있겠습니다만, 마치 경영 컨설턴트처럼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는 습관을 키운다면, 애매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베스트 옵션은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워스트 옵션은 피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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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서 HBR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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