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진서입니다. 여러분 파파이스라는 치킨 프랜차이즈 아시죠. 바삭하고 약간 매콤한, 미국 남부식 치킨을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전 세계 26여개국에 2500여개의 매장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진출해서 한때 성황리에 영업을 했지만 한국 토종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약진하면서 최근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파이스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급성장하다가 한 때 심각한 위기도 경험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이 파파이스의 글로벌 CEO인 셰럴 배첼더라는 분이 어려움에 처한 파파이스를 어떻게 턴어라운드 시켰는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공개한 내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 분은 도미노피자에서도 일했고 KFC에서는 글로벌 사업 총괄로 일하셨던 분입니다. 2006년부터 파파이스 이사회 멤버로 일했고, 2007년에 CEO직을 맡습니다. 당시 회사가 너무 어려워져서 CEO후보들이 하나둘씩 거절하다가 결국 사외이사였던 배첼더에게까지 차례가 돌아온 건데요, 그는 요식업계 베테랑답게 바로 문제 해결에 착수합니다. 당시 파파이스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셰릴 베첼더가 취임 초기 한 매장을 방문해서는 그곳 직원들에게 ‘고객 서비스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고객 경험 개선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는 내용의 훈화를 했답니다. 그리고 한 젊은 직원을 만났는데요, 그 직원은 CEO인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더랍니다. 그 매장직원은 먼저 ‘사장님 이름이 뭐냐’고 묻더니,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셰릴, 일단 우리 매장엔 내 코트를 걸어둘 옷걸이도 하나 없어요. 옷을 걸어둘 곳도 없는 마당에 내가 새로운 고객경험 프로그램 같은데 신경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얘기를 듣고 베첼더는 큰 충격을 받았답니다. 일단 가맹점 소속 매장 직원들을 마치 본사 직원 다루듯이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들은 사실상 직원이 아니라 고객이었습니다. 파파이스의 실제 고객은 치킨을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치킨을 파는 프랜차이즈 점주들과 매장직원들이었던 겁니다. 이 사실을 간과하고 본사에서 가맹점을 대할 때 자신들도 모르게 하대를 해왔기 때문에 가맹점주와 매장 직원들이 본사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불신하는 상태였음을 베첼더는 파악했습니다. 미국의 프랜차이즈 사업은 한국과 약간 다릅니다. 한국은 보통 자영업자가 프랜차이즈 식당을 하는데요, 미국에서는 점주가 법인을 설립해 적게는 두세 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한 명의 점주가 KFC매장도 갖고 있고 파파이스 매장도 갖고 있고 맥도날드 매장도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의 한국처럼 갑을관계인 것이 아니고, 대등한 사업 파트너 관계에 가깝습니다. 이걸 잘 알고 있는 베첼더는 생각했습니다. 지금 이 치킨 사업에 가장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많은 것을 베팅한 사람은 누구인가. 답은 본사가 아니라 가맹점주입니다. 본사 임직원들이야 사실 월급쟁이고 이 회사가 망하면 다른 회사 찾아가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말 그대로 자신들의 모든 것을 이 비즈니스에 걸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가장 절박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베첼더는 파파이스 역사상 처음으로 가맹점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또 매장 단위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나아가, 기존 가맹점주들에게 새로운 매장의 입지를 추천해주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개발해서 제공했습니다. 이것이 특히 인기를 끌었습니다. 회사가 이렇게 성의를 보이자 가맹점주들도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는 각 매장 매출의 3%를 본사가 공동 마케팅 비용으로 걷어갔는데요, 베첼더는 이것을 4%로 올려서 좀 더 많은 TV 광고를 하자고 과감하게 제안했습니다. 가맹점주 입장에서 보면 아주 큰 차이입니다. 이들은 조건을 걸었습니다. 본사에서 일단 6백만 달러를 마케팅에 투자하면 우리도 그만큼 월 납입금을 올려주겠다고 한 겁니다. 이렇게 해서 파파이스는 대대적인 TV 광고를 하면서 미국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 점유율을 10%대에서 20%대로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베첼더는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스튜어드십’이라고 합니다. 마치 집사처럼, 가맹점주들이 사업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스튜어드십은 프랜차이즈 사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회사든 가장 먼저 챙겨야 할 1번 고객은 바로 일선 직원들입니다. 일선 직원들은 고객이 대하는 회사의 얼굴입니다. 일선직원의 사기가 낮다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도 없습니다. 직원의 신뢰 없이는 시장의 신뢰도 얻을 수 없습니다. 베첼더와 가맹점주들이 광고비 부담을 놓고 협상했던 내용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누군가 한 쪽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식의 협상은 이루어지기 어렵고, 설령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협상 과정에서 서로 감정이 상해 파트너십의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들이 매장 매출의 3%를 걷을 것이냐 4%를 걷을 것이냐 그 숫자에만 집착했다면 발전적인 합의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본사가 그에 맞춰 새로 투자하기로 한 600만 달러라는 돈은 사실 본사 차원에서 아주 큰 돈은 아니지만, 가맹점주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본사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증표가 됐습니다. 한참 치킨 얘기를 하다보니 배가 고파지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식사시간이 다가오나요? 오늘도 맛있는 식사하시면서, 한 번만 더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진짜 고객은 누구인가 하고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