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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무너트릴 수 없을 것 같은 골리앗의 아성. 후발 주자인 ‘다윗의 승부수’는?
2017-04-13 | 고승연 에디터

안녕하세요, 고승연입니다. 오늘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케이스스터디 하나를 다뤄볼까 합니다. 시장에 먼저 진출해 ‘눈에 확 띄는 사회공헌활동’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돼 있는 ‘골리앗’과 경쟁하는 한 회사의 얘깁니다. 텔라라는 페루 회사인??? 이 회사는 페루 전통의상 ‘판초’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들의 경쟁사는 ‘사이라’인데요, 텔라보다 몇 년 먼저 이 분야에 진출했고, 순식간에 서유럽과 북남미 전체 시장의 60%를 점유했습니다. 사이라는 바로 ‘하나 사면 하나를 기부한다’라는 정책을 썼습니다. 신발업체 톰스와 안경업체 와비파커처럼 고객이 판초 한 벌을 구입하면, 자동적으로 한 벌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기부가 이뤄지는 거지요. 물론 텔라 역시 사회적 사명/소셜 미션이 있었고 어떤 면에서는 훨씬 사회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는 방직공을 고용했고, 불우한 여성들에게 방직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개설했습니다. 또한 판초를 진정한 페루제품으로 생산했습니다. 즉 인건비가 싼 곳으로 공장을 옮기지 않고,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모두 페루에서 진행했습니다. 또 사이라가 60~100달러의 가격을 책정해 판매하는 동안 40~70달러에 같은 품질 혹은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느끼시겠지만, 텔라는 ‘가격 경쟁력’은 있지만 사회 공헌이라는 게 눈에 확 띄지가 않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또 경쟁사인 사이라의 약점, 즉 경쟁사 제품이 페루에서 생산되지 않는다는 점은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텔라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상대적으로 약한 기업의 입장에서, 후발주자의 입장에서 어떤 포지셔닝을 해야할 지 고민이 되는 거죠.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십니까?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먼저 첫 번째 대안은 사회적 사명, 소셜 미션을 더욱 강조하는 겁니다. 지금 텔라가 하고 있는 사회적 기여를 더욱 더 열심히 알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사이라 방식의 ‘한 벌 구매 한 벌 기부’를 따라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도 명쾌한 ‘한 벌 구매 한 벌 기부’와 겨룰만한 메시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고요, 만약 사이라의 방식을 똑같이 따라한다면 영원한 아류가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텔라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포지셔닝은 ‘진정성’의 강조인데요, 사이라는 ‘페루이서 디자인 됐다’라는 점만 강조해서 사실 페루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생산하지 않았다는 걸 감추지만 텔라는 자국 내에서 투자와 고용을 엄청나게 일으킨다는 점을, ‘진짜 페루’임을 강조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이라의 ‘기부’라는 대의명분이 워낙 강하고, 타 국가에서 고용을 창출해 도움을 주는 면에서는 사이라도 공헌하는 바가 있기에 함부로 쓸 수 없는 대안입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텔라의 제품은 사이라의 제품에 비해 상당히 저렴합니다. 최소 20달러 정도는 싼데요, 그 가격을 강조하는 겁니다. 요새 유행하는 말로 ‘가성비’ 포지션을 잡는거죠. 얼핏 들으면 가장 좋은 포지셔닝 같지만 이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우선 깐깐한 소비자들의 경우에는 ‘왜 같은 품질인데 더 쌀까?’라는 의문을 제기한 뒤 ‘저임금 고용’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이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이라가 사실은 거의 두 벌 값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공격해야하는데, 이는 법적 분쟁의 위험도 있고 ‘좋은 일하는 기업’을 공격하는 나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뒤집어 쓸 수도 있어 위험이 매우 높은 전략입니다. 그리고 그냥 ‘가격이 싸다’라는 포지셔닝으로만 나가면 ‘2류 제품’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텔라가 생각할 수 있는 마지막 대안은 사회적 사명, 진정성, 합리적 가격을 모두 합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인데요, 얼핏 보면 이게 제일 쉬워보이지만, 아시다시피 가장 해서는 안될 일이지요. 소비자들은 ‘도대체 이 브랜드는 정체성이 뭐냐’라고 생각하며 혼란스러워 질 것입니다. 정말 선택이 어려워 보입니다. 텔라가 어떤 포지셔닝을 가져야할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립니다. 아시다시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리는 케이스는 정해진 답이 없고, 상반된 두 개의 전문가 답변 등을 읽으며 독자들이 스스로 새로운 답을 찾도록 유도합니다. 먼저 여러분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실지 잠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니 이미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셨을수도 있겠네요. 그럼 이제 이 케이스스터디 말미에 실린 두 전문가의 엇갈리는 해법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마크 람폴라 파워플랜트 벤처스 파트너의 답변을 들어보겠습니다. 이 분은 코코넛워터 제조사인 지코의 창업자이자 CEO였습니다. 람폴라 파트너는 “작은 회사일수록 제대로 된 포지셔닝 찾기는 매우 중요한 것이고 명확하고 단순한 메시지를 찾는 것은 중요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자로 잰 듯 원하는 곳에 딱 들어맞는 브랜딩, 그런 포지셔닝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금 상태에서 무조건 뭔가를 하려하지 말고 내부부터 들여다보라고 말합니다. 왜 비즈니스를 시작했는가, 창업자 스스로 자신의 가치관과 개인적 관심 그리고 비즈니스를 ?淪?이루려고 하는 것을 다시 따져보라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외부로 시선을 돌려 비즈니스 이해관계자들간 관계를 고민해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확실히 소셜 미션이라는 창업 취지가 드러나고 시행이 되고 있다면 그렇게 밀고 나가라는 겁니다. 즉 지금 상대가 ‘한 벌 구입 한 벌 기부’라는 명확한 방식을 통해 성공하고 있지만, 텔라는 자신의 사회적 사명과 기여방식을 다시 점검해 일관되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하면 이 또한 어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소비자들은 다소 복잡해보이는 텔라의 사회기여를 분명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과 텔라의 진정성 등 복합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신발제조사 파에스의 공동창업자인 토마스 판도는 절대 ‘다중적이고 복잡한 메시지’를 보내지 말라고 말합니다. 너무 많은 메시지가 너무 많은 표적집단을 겨냥하면 단기간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판매실적과 성과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브랜드가 무엇을 지향하는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거죠. 텔라는 회사의 마케팅을 위해 모든 메시지를 결합할 게 아니라 하나의 방향을 설정하고 적어도 몇 년 간 고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또 사이라라는 경쟁사에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자신만의 주안점, 자신만의 포지션을 찾아야하는데, 판도가 보기에 텔라는 ‘진정성’ 부분이 어필할 가능성이 크다는 군요.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빨리 정해서 밀고 나가라고 조언합니다. 일단 내부부터 돌아보라는 다른 전문가의 조언과는 상반됩니다.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당장 답변이 어렵더라도 이 상황을 워크숍이나 세미나에서 한 번 던져보고 함께 논의를 해보길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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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연 -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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