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장재웅입니다. “사업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 들어보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사업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아서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면 넘어지기 쉽다는 뜻입니다. 즉, 사업은 끝없이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게 이 말의 핵심 교훈입니다. 실제 성장은 경영 현장에서 무조건 올바른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년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가정하고 계획을 수립했다가는 상급자나 주주들에게 엄청난 질책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장은 절대 선이라는 경영계의 믿음에 정면 도전하는 연구 결과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렸습니다. 마셜 피셔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등은 소매기업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특정 시점에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기업에 치명적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월마트의 경우 1968년부터 1988년까지 20년동안 매장수를 24개에서 1198개로 늘리며 연평균 43%의 매출 및 수익 성장률을 구가했지만 2006년부터는 성장 정체기가 찾아왔고 2011년부터 2015년 사이에는 연평균 성장률이 2.7%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성장세가 줄어들면 대부분의 소매기업들은 자사의 비즈니스가 위기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매장 확장을 통해 매출 성장세를 높이려고 하는데 자칫 이런 전략은 기업의 건전성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치는 독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일정 시점에서는 성장보다 내실을 위주로 경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피셔 교수 연구팀은 최소 1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한 미국 소매기업 중 연간 매출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37개 업체의 재무데이터를 분석했는데요,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일부 소매기업은 여전히 성장을 추구한 반면, 일부 소매기업은 매장 확장 작업을 중단하고 기존 매장에서 매출과 수익 제고 전략을 추진했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 두 그룹 가운데서 매장 확장을 중단하고 운영 효율성 개선에 나선 유통업체들이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합니다. 실제로 저성장 상황에도 매장확대에 주력한 저성과 기업들은 연평균 2.8%의 총주주수익률(TSR)을 기록한 반면, 성장을 포기하고 효율화를 추구한 기업들은 21.9%의 연평균 총주주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S&P500 평균에 2배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결국 신규매장에 대한 투자가 순이익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를 끼치기 시작하는 시점, 그 시점이 확장 전략을 포기해야 하는 시기일텐데요. 문제는 이 시점이 언제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 시기를 파악할 수 있는 몇 가지 지표를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첫째는 투자자본수익률 즉, ROIC입니다. 평균 투자자본에 대해 영업이익이 얼마인지를 구해보면, 일정 시점에는 정체나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 시점이 성장 전략을 수정해야 할 적기임을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또 단순히 신규 매장을 설치할 때 예상되는 매출이나 이익만 고려하지 말고, 기존 매장의 매출이나 이익이 줄어드는 부분도 고려하라고 강조합니다. 전국 곳곳에 매장이 설치되고 나면, 신규 매장은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기존 매장의 수요를 줄이는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월마트의 경우 매출 잠식 효과(cannibalization effect)를 체계적으로 측정해서 매장 설치 의사결정을 할 때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한다고 합니다. 수십 년 간 고성장 모드를 유지해 온 소매기업이 기계처럼 계속해 오던 매장 개설을 중단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연구대상이던 소매기업들의 2011년부터 2015년까지의 데이터를 보면 왜 맹목적 매장 개설을 그만두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성과가 주식시장 평균에 못 미친 소매기업들은 이 기간동안 연평균 4.4%의 비율로 신규매장을 추가한 반면 성과가 평균을 웃도는 소매기업들은 단 2%의 매장 수만 늘렸습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저성과 소매기업이 0.9% 성장에 그친 반면 고성과 그룹은 8% 성장했습니다. 맹목적 매장 수 확대가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매장확장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까요.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성장을 숭배할 뿐만 아니라 이를 기업들에 강요합니다. 성장세가 느려지면 기업에 문제가 생겼다고 여깁니다. 때문에 성장이 하락세에 접어들면 기업들은 원점으로 돌아가 사업을 재검토하고 매출을 키울 수 있는 전략을 도출하라는 압력을 받습니다. 때문에 기업인들은 전략의 수정 대신 노력을 배가해 성장세에 다시 불을 지피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받습니다. 무리한 기업인수에 나서는 경우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소매기업들은 성장전략을 포기해야 할 시점을 인정하지 못하고 큰 고통을 겪곤 합니다. 맥도날드의 사례를 보시죠. 맥도날드는 신규 매장을 개설하는 방법으로 1998년까지 성공적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1999년 성장이 느려지기 시작했고 성장전략이 수익을 깎아 먹고 주가를 하락시키고 있었지만 맥도날드는 성장이라는 경로를 계속 따라갔을 뿐 아니라 새로운 레스토랑 체인을 인수하기도 했죠. 이런 전략에 제동을 건 주인공이 짐 캔털루포(Jim Cantalupo)입니다. 그는 2003년 새로 맥도널드의 CEO로 부임하면서 인수 기업들을 처분하고 신규 매장 개설을 중단했으며 서비스 개선과 고객 만족을 통해 기존 매장의 매출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이 전략 덕분에 그 후 5년간 회사의 수익은 두배가 됐고 주가는 네배로 뛰었습니다. 스포츠화 소매업체인 풋락커와 피니시라인을 비교해봐도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피니시라인과 풋락커의 성장률을 비교해 보면 9% 대 8%로 피니시라인의 연간 성장률이 조금 높았습니다. 하지만 피니시라인의 성장은 대부분 새롭게 문을 연 매장에서 발생했고 풋락커의 경우 기존 매장에서 대부분의 성장이 일어났습니다. 결과적으로 풋락커는 비용보다 매출이 1.8% 증가했지만 피니시라인은 매출보다 비용이 1.3% 늘어 오히려 손해를 봤습니다. 실제 피니시라인의 영업이익률은 4.6% 감소했지만, 풋락커는 23.6%로 증가했죠. 신규 매장이 매출 증진에는 기여하지만 결국 비용을 높여 영업이익률에 악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존 매장에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까요. 중요한 것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부동산입니다. 매장수를 늘리지 않는다고 해도 생산성이 낮은 매장을 폐점하고 좋은 위치에 자리잡은 매장은 리모델링하는 등의 노력은 해야 합니다. 이른바 ‘매장 위치 합리화 작업’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죠. 데이터 분석, 이른바 애널리틱스 역시 중요합니다. 특히 요즘에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달로 어떤 종류의 제품을 얼마나 보유할 것인지,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 매장별로 어떤 시간대에 영업사원을 얼마나 배치할지 등을 데이터 기반으로 효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신제품 개발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최근 이른바 PB제품을 선보이는 소매기업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소매기업의 신제품 개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업조직의 채용, 교육, 배치 등도 고려해야 합니다. 풋락커의 경우 영업 성향과 풋락커 문화에 대한 적합성을 측정하는 온라인 테스트를 통해 직원을 선발하고 시간당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직원들이 가장 중요한 시간대에 근무하도록 배치하는 방법으로 생산성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채널 전략도 수정돼야 합니다. 최근에는 옴니채널 소매업체들이 늘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적절히 활용해 소비자의 구매를 늘리는 전략입니다. 성숙단계에 접어든 소매업체의 장점은 현금이 많이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금 활용 방안도 잘 고민해야 합니다. 즉, 자본 배분 절차를 잘 갖춰야 합니다. 메이시스나 맥도날드는 다양한 판매 혁신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평가하는 혁신그룹을 두고 이 혁신그룹을 통해 기존 매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찾고 각 방안의 ROIC를 평가하고 이 중 허들레이트를 초과하는 사업계획에만 자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절차를 잘 갖추면 자연스럽게 적절한 시점에 전략 전환이 가능합니다. 성장은 때로는 치명적 독이 될 수 있다는 점,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