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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다국적기업 SAP의 최고경영자가 된 맥더멋이 말하는 경영의 비결
2017-05-04 | 조진서 에디터

안녕하세요, 조진서입니다. 세계 최강대국은 역시 미국입니다.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또 경제적으로나 아직 미국의 상대가 될 만한 나라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인들을 만나면 가끔은 오만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성격들은 밝고 좋은데, 너무 힘 센 나라에서 살다보니 다른 나라의 입장이나 사정, 문화를 잘 이해하지도 못하고 또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특히 미국이 워낙 큰 나라다 보니 미국인 중에는 해외에 나가보지도 않고 심지어 평생 자기가 살고 있는 주를 떠나지 않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건 곧 미국식 스탠더드를 의미합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맥도날드 햄버거와 스타벅스 커피, 코카콜라를 마시며 NBA농구 중계를 볼 수 있으니 사실 그게 틀린 말도 아니긴 합니다. 가끔 미국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기업을 다니는 지인들에게 하소연을 듣습니다. 본사 임원들이 한국의 실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꾸 자기네 식으로 일할 것을 강요한다는 겁니다. 컨퍼런스 콜만 하다가 지쳐버리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 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기업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외국에 지사를 만들거나 외국 기업과 합작 비즈니스를 할 때 그들의 입장이나 그들의 비즈니스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많은 경우 해외 사업의 실패는 이런 인간관계의 실패에서 비롯되곤 합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저는 빌 맥더멋이란 사람을 떠올립니다. 그는 독일에 본사가 있는 다국적 기업 SAP의 대표입니다. 비유럽인으로서는 최초로 이 회사의 대표를 맡았습니다. 맥더멋은 2011년 취임 이후 회사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그는 특히 글로벌 경영의 대가라는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대체 어떤 비결이 있을까요. 맥더멋은 많은 미국인들처럼 성인이 될 때까지 외국에 나가기는커녕 비행기를 타본 적도 없다 합니다. 다만 살던 동네에 이민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 아니라서 어려서부터 신문배달, 주유소 알바, 식품점 알바 등을 많이 했는데요 그러면서 각계 각층, 다양한 인종과 배경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웠다 합니다. 영업수완도 좋아서 이미 고등학교 때 일하던 식품점을 인수했는데요, 하루에 최대 500명의 손님을 접대했다고 합니다. 그는 29살에 복사기 회사 제록스에서 처음으로 해외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회사가 그를 푸에르토리코에 파견했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미국 본사에서 파견된 지점장은 권위를 세우기 마련인데요, 맥더멋은 2주동안 아무 지시도 내리지 않고 직원들의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어 문장들을 비서에게 하나씩 외우면서 가끔 써먹었습니다. 현지 언어를 얼마나 유창하게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가 현지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성의를 다하고 있다는 것을 직원들에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던 겁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겸손한 태도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도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겸손은 곧 호기심과 공감능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는 2002년 SAP의 북미 대표를 맡게 됩니다. SAP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강자이긴 한데 미국에서는 다소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그 이유는 회사가 독일에서 쓰던 영업 스타일을 미국에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독일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마치 법정에 선 것처럼 사실 위주로, 원리원칙적으로 내용을 설명해야 합니다. 위기 상황을 설명한 후에 합리적인 근거를 대며 매출성장 계획을 얘기해야 합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하자마자, “이번 분기에 30% 매출을 성장시키겠다”고 선언하면 오히려 박수갈채를 받습니다. 미국인들은 에너지 넘치는 발표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북미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맥더멋은 2010년 글로벌 공동대표로 선임됩니다. 2014년에 단독대표가 되자, 그는 아예 독일 본사 바로 옆으로 가족과 함께 이사합니다. 가족까지 함께 이사를 해야 직원들에게 ‘내가 독일 문화의 한 부분이 되고 싶다’는 것을 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글로벌 조직의 대표라면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만 이런 작은 시그널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철학입니다. 지금까지 맥더멋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이 교훈은 꼭 글로벌 조직에서만 적용가능한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 자기에게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 자기 마음과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영업을 하기 위해서라면, 또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경영자라면, 맥더멋의 조언을 한 번 생활에 적용해보시면 어떨까요. 겸손한 자세로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려는 진심어린 노력이 애써 만든 복잡한 경영 전략보다 큰 성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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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서 HBR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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