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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할수록 비용이 많이 든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을 이뤄낸 페이팔 CEO
2017-05-08 | 조진서 에디터

안녕하세요, 조진서입니다. 여러분 온라인 해외 직구를 해 보셨나요? 20대 30대 직장인 분들은 많이들 해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때는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국산 TV를 사서 한국으로 역수입해오는 것도 유행이었습니다. 관세와 운송료를 고려해도 가격차이가 나기 때문인데요, 또 해외 쇼핑몰은 대금 결제가 간편하다는 것도 해외 직구가 퍼지게 된 주요 요인이었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구매가 가능하니까요. 해외 특히 미국 온라인 쇼핑몰들은 대부분 페이팔이라고 하는 결제 서비스를 활용합니다. 신용카드를 미리 등록시켜놓으면 물건을 살 때마다 귀찮게 신용카드 번호와 유효기간을 일일이 입력할 것 없이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결제가 되는 방식입니다. 심지어 자주 가는 쇼핑몰이라면 비밀번호도 넣지 않고 클릭 한 번으로 결제가 되기도 합니다. 쇼핑몰 입장에선 매출을 올려주는 일등 공신입니다. 페이팔은 1998년에 설립된 기업이고 그동안 온라인 유통산업의 성장과 함께 폭풍성장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 회사가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쇼핑몰 결제만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개인간 소액 송금이나 소기업 대상의 대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사회공헌 활동인데요,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는 것은 2014년 CEO가 된 댄 슐먼입니다. 댄 슐먼은 노동운동가인 할아버지와 인권운동가인 어머니로부터 남과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배웠다 합니다. 그는 10년 전 버진모바일의 대표로 일하면서 뉴욕에서 24시간 노숙인 체험을 했습니다. 돈, 신용카드, 휴대폰 없이 구걸을 해서 밥을 먹었습니다. 다행히 여름이라 얼어죽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많은 걸 느꼈다 합니다. 몇 년 뒤에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서 사업부 총괄로 일하면서 신용카드와 은행계좌가 없이 사는 체험도 했습니다. 신용카드와 은행계좌가 없으면 공과금 내는 것이나 남에게 돈을 부치는 것처럼 사소한 일도 아주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드는 노동이 됩니다. 현대의 금융시스템에서는 저소득층일수록 삶이 더욱 고단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은 4시면 문을 닫는데, 그때는 노동자가 일하는 시간입니다. 과연 은행업무는 어떻게 보라는 걸까요. 이런 경험들을 했던 슐먼은 2014년 페이팔 대표가 됐습니다. 이 회사는 매년 약 25%씩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사업전략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는데요, 슐먼은 반대로 페이팔이 이렇게 잘 나갈 때일수록 시장의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가난할수록 비용이 많이 든다”는 고정관념을 깨자고 직원들을 설득했습니다. 먼저 그는 개발부서와 판매부서로 나뉘어 있던 조직구조를 판매자그룹과 소비자그룹의 두 가지로 재편했습니다. 판매자그룹은 페이팔을 사용하는 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상대하고, 소비자그룹은 말 그대로 일반 소비자와 개인들을 상대하게 했습니다. 생산자적 마인드가 아니라 소비자 중심 마인드로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의지였습니다. 그런 다음 여러 신규 서비스를 런칭하거나 인수했습니다. 은행계좌 없이 휴대폰으로 소액을 송금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라든가, 페이팔을 쓰는 소기업에게 해주는 대출 서비스 등입니다. 페이팔 워킹 캐피털이라는 이 대출 상품은 대출을 신청하는 기업의 신용점수를 보지 않습니다. 오직 페이팔 사용 데이터만을 봅니다. 그들만의 자동 알고리즘을 통해 대출 가능 여부가 결정되는데, 그동안 무려 20억 달러, 우리돈 2조 원 이상을 대출해줬다 합니다. 그 중 1/4은 은행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군 단위 지역에 있는 작은 회사들이었습니다. 또 페이팔 대출 서비스를 받은 회사들은 연 평균 22%의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이는 진짜 필요한 곳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곳을 찾아내 자금을 빌려줬다는 얘기입니다. 은행이 할 수 없는 일을 페이팔의 알고리즘이 가능케 한 사례입니다. 슐먼은 페이팔의 선도적인 금융기술을 이용해, 좀 더 많은 혁신을 이루려 합니다. 당장 은행 송금에 드는 비용과 수수료만 절감해도 인류의 삶이 훨씬 편리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고객 만족과 사회공헌, 주주가치 창출이 결국은 모두 이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말하는 CSV, creating shared value라는 경영 이론과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 회사가 가장 잘 하는 일을 통해 사회에도 봉사하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철학입니다. 어느 나라, 어느 산업에 있는 기업이라도 이렇게 업의 특성을 살려 일석이조, 일석삼조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CSV전략은 무엇인가요. 노숙자 체험을 했던 슐먼처럼, 평소에 해볼 수 없었던 경험, 나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사는 타인의 삶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 등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는 개인뿐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슐먼 또한 페이팔에 오기 전 버진모바일과 아메리칸익스프레스라는 회사의 일원으로서 그런 경험을 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나 자신을 좀 더 지혜롭고 사려깊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회사에게도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를 가져올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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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서 HBR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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