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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로 이직했던 유능한 직원이 다시 돌아오고 싶어한다면?
2017-05-18 | 고승연 에디터

최근에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완전히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경제환경과 산업환경이 엄청나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유능한 직원들일수록 이동이 잦습니다. 특히 첨단기술 스타트업이나 컨설팅 업계 등 ‘인재’가 중심이 되는 업계일수록 이러한 이직은 더욱 자주 일어납니다. 경쟁사로 훌쩍 떠나는 일도 많지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케이스스터디에서는 바로 경쟁사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희망하는 직원을 두고 다시 받아들여야할지 고민하는 CEO얘기를 하나 다뤘습니다. 람 카푸르는 친환경디자인회사 그린임팩트컨설팅의 창업자이자 CEO이고요, 하리 슈클라는 회사 설립초기에 회사에서 가장 유능한 직원 중 하나였지만, 2년 전 경쟁사로 떠난 사람입니다. 그런 하리가 람에게 다시 연락을 해서 그린임팩트컨설팅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한 것이죠. 아마 여러분이 CEO라도, 혹은 회사의 옛 팀원이 다시 돌아오고 싶어하는 상황이고 여러분이 재채용 권한이 있는 팀장이라도 결정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람 CEO의 고민 속으로 한 번 같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돌아오고자 하는 직원인 하리가 매우 유능한 직원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창업 초기 하리는 그린 임팩트에서 람의 오른팔 같은 존재였습니다. 람이 사무실에서 기술분석팀과 디자인팀을 이끌 때, 하리는 회사의 주거용, 상업용 부동산개발사업 현장에서 토목기사들을 감독했다고 합니다. 람 입장에서는 하리가 1등 공신이었는데요, 회사를 설립한 첫해에, 지역 개발자들에게 친환경 건축기법의 중요성을 납득시키는 게 매우 어려웠던 상황에서 8년차 하리가 들어와 사업을 호전시킬 수 있었다는 거죠. 두 사람은 친구이자 동료로서 완벽한 팀을 이뤘고, 람은 당시 그린임팩트가 친환경 건축회사로서 인도 내에서 탑 3안에 들어가는 게 시간문제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때, 그린임팩트가 인도 탑 3 회사로 올라서려던 바로 그때 하리가 회사를 그만두게 됩니다. 말은 ‘개인적 사유’였지만, 결국 더 큰 경쟁사인 서스테이너블빌드 그룹으로 간 거죠. 람의 배신감은 아주 컸다고 합니다. 물론 람도 인도에서 기업가로 살면 이런 위험요소가 따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인재시장에는 늘 사람이 부족한 탓에 소규모 회사는 인지도가 더 높고 성공적인 회사들에 유능한 직원들을 자주 빼앗겼던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람의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하리가 떠난 후 확실히 회사는 어려워졌습니다. 람이 사무실과 현장을 모두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업무가 과중해지면서 계획했던 성장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기존 고객을 관리하고 직원의 고용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둘 수밖에 없었던 거죠. 심지어 다른 직원들이 하리처럼 회사를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전 직원의 급여를 올려줘야 했습니다. 마케팅에는 당연히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고, 간신히 사업을 유지했던 겁니다. 그렇게 힘든 한 해를 보내면서 람은 그린임팩트를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놓게 됩니다. 하리 밑에 있던 직원 두 명이 능력을 키웠고, 집중적인 교육과 코칭을 통해 하리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럼 굳이 람이 자신에게 배신감을 안겨?少?하리를 다시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케이스스터디에서 독자들에게 던지는 ‘딜레마’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최근 람은 중동지역으로의 시장확대를 고려하기 시작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겨우 인도 내의 비즈니스를 완벽하게 소화하게 된 직원 두 명을 데리고 중동지역까지 커버할 수는 없는 노릇인거죠. 그런데 하리가 돌아온다면 람의 이 꿈이 실현가능해집니다.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그가 다시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던 겁니다. 람은 하리가 ‘왜 돌아오려하는 지’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하리와 통화를 하게 됩니다. 하리는 그린임팩트에서의 끈끈한 유대감을 그리워했고, 새 직장의 지나치게 긴 근무시간에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관리’만 하는 게 아니라 뭔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이뤄가는 경험을 다시 하고 싶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람도 예전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그와 함께 다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려운 시기를 함께 고생하며 성장해 준 다른 직원들의 의견도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때 하리가 없는 동안 크게 성장하면서 회사의 중추가 된 두 직원이 람을 찾아옵니다. 한 직원은 이미 자기들끼리 하리의 컴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하면서 대부분이 하리의 복직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힙니다. 일단 현재 하리처럼 능력있는 사람이 그린임팩트로 와야 중동 지역 시장확대 등 신사업과 신시장 개척이 가능하다는 현실적 이유였습니다. 또 그가 그린임팩트로 오지 않고 또 다른 경쟁사로 가게 될 경우 그것 역시 큰 손해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다른 동료들은 여전히 하리에 대한 원망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며 ‘믿음의 회복’이 가능할지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비즈니스적으로 하리가 다시 필요하다고 해도, 정말 직원들이 진심으로 다시 하리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이 되는 대목입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케이스는 이번에도 역시나 상반된 두 전문가의 의견을 제시합니다. 여러분도 한 번 두 의견을 꼼꼼히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삼다르시 나이야르라는 인도 그린호라이존 컨설팅의 창업자이자 대표이사는 하리를 다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합니다. 우선 람과 하리 사이에 신뢰는 예전에 무너진 상태였고, 그건 전화 몇 통으로 복구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하리가 돌아오려는 동기도 불분명하고 심지어 수상하다는 지적도 합니다. 또 하리가 돌아온 지 얼마 안돼 다시 떠날 가능성도 있는데, 그땐 어떻게 수습할거냐는 질문도 던집니다. 혹시나 하리가 경쟁회사의 정보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100%확실한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또 한편으로 과연 람에게 하리가 정말 필요하냐는 질문도 합니다. 이미 성장한 훌륭한 두 직원이 하리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거죠. 그냥 하리는 하리대로 잘 되기를 기도해주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보낸 믿음직한 동료들과 다시 시장을 개척해나가라고 조언합니다. 글로벌 디자인업체 겐슬러의 공동 CEO인 다이앤 호스킨스는 상반된 의견을 제시합니다. 하리를 다시 고용해야 한다는 거죠. 그린임팩트의 현 성장단계를 고려해보면, 람은 지금 전략적 리더십을 발휘해야하는데 바로 하리가 이 중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깁니다. 람이 새로운 인재를 기용할 수도 있겠지만, 하리는 더 짧은 시간안에 업무에 적응가능하다는 장점도 있고, 직원들과 회사 문화에도 익숙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직원을 꼭 ‘용서’의 관점에서 봐야하는지도 의문이라고 합니다. 직원들이 회사 외부에서 성장하더라고, 각자의 성장이 팀에 어떤 이로움을 주는지 관점에서 볼 문제라는 것입니다. 직원들이 기량을 향상시키고 리더십 역량을 키우는 건 꼭 회사 내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다른 회사, 경쟁사로 갔다가 거기에서 더 성장해 돌아온다면 그건 회사로서 좋은 일이라는 논리입니다. 오히려 그렇게 돌아온 직원들을 환영하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잠깐 어떤 이유로든 나갔던 인재가 자꾸 돌아온다면 그게 회사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하리를 다시 데려오는 방법은 신중하게 고민해야한다고 조언도 합니다. 람이 어떤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오직 하리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가 아닌가만을 놓고 고민하라는 게 핵심입니다. 하리와 깊은 얘기를 나누고 그가 왜 떠났는지, 돌아온다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논의해야하고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들 때 받아들여야한다고 조언합니다. 앞서 이 비즈니스 케이스를 다루기 시작할 때, 여러분이 CEO라면, 혹은 회사의 옛 팀원이 다시 돌아오고 싶어하는 상황이고 여러분이 재채용 권한이 있는 팀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오늘 이 비즈니스 케이스를 쭉 따라오시면서 아마도 마음 한 구석에 ‘나는 어떻게 하겠다’라는 결심이 서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두 전문가의 상반된 조언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를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은 매우 보완적인 관점을 제시해줍니다. 재채용 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더라도, 이런 문화가 자칫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 재채용을 결정했다 하더라로 하리가 다시 배신할 수 있는 가능성과 그에 대한 나름의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사한 상황이 다양한 조직에서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여러분의 동료들과 함께 워크샵에서 혹은 자유로운 회의나 회식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꺼내놓고 논쟁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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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연 -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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