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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다각화가 초래하는 문제
2017-05-22 | 조진서 에디터

안녕하세요, 조진서입니다. 네덜란드에 본사가 있는 필립스는 2003년 기준 유럽에서 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한 회사였습니다. 미국의 대표 전자기업이 GE라면 유럽에는 필립스가 쌍벽을 이뤘죠. 그런데 2000년부터 2010년 사이 이 회사의 매출이 40%나 하락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문제는 너무 많은 것을 팔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제품다각화 전략의 문제점과 대안을 알아보겠습니다. 필립스는 120여 년 동안 사세를 확장하면서 2000년 기준 조명, 전자제품, 가전 및 생활용품, 전자부품, 반도체, 의료시스템 등 6개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고, 세부 상품군은 2011년까지 60개 이상으로 불어납니다. 또 제품 라인별로 또 지역별로 사업 책임자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지원 시스템을 개별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에 공급망과 영업, 마케팅, R&D, 그리고 관리 프로세스의 운영이 지나치게 복잡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병원이 필립스의 의료용 스캐너와 관련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까지 구매하려 할 때, 이 병원은 이 각각에 대해서 필립스 각 부서의 여러 담당자들과 따로 상담하고 인보이스도 별도로 받아야 했습니다. 고객 입장에선 똑같은 데이터를 몇 번씩 반복해서 입력하고, 또 부서마다 일관성 없는 담당자들을 상대해야 하니 시간과 리소스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내부 직원들에게도 혼란이 가중됐습니다. 사내 ERP시스템만 60개까지 불어났고 전체 IT 서비스의 수는 1만개 이상이었습니다. 고객 데이터가 이 수많은 시스템에 산재해있다 보니 일선에서 뛰는 직원들이 필요한 데이터를 찾기도 어렵고 고객들에게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불가능했습니다. 이렇게 사업이 무분별하게 확장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통 일선 직원들은 제품 다각화가 몰고오는 문제들을 잘 이해합니다만, 가장 위에 있는 리더급들은 문제점들은 잘 보지 못하고 잠재적 혜택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항상 신제품을 빨리 도입하거나 경쟁사 제품을 모방하려고 합니다. 신제품 출시로 인한 다른 제품들의 자기잠식(카니발라이제이션)까지는 리더들도 잘 파악을 하지만, 운영상 복잡성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비용 상승은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필립스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야 했습니다. 이 중 의료와 소비자용품을 합쳐서 만든 헬스테크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순차적으로 매각했습니다. 이로서 수익률과 주가는 모두 상승했지만 덩치는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또 해고와 같은 조직원들의 고통이 수반되었습니다. 이렇게 제품다각화로 인해서 운영이 방만해지고 그로 인해 부작용을 겪었던 또 다른 사례로 레고가 있습니다. 레고그룹은 원래 장난감 블록을 만들죠. 1990년대부터 이 회사는 블록의 종류를 크게 늘립니다. 1997년부터 2004년 사이에 블록 수가 약 6000종에서 1만2000종으로 두 배가 늘어납니다. 또 컴퓨터게임, 아동복, 테마파크 사업에도 진출합니다. 그러다보니 공급망이 복잡해지고 직원과 고객들 모두가 어려움을 겪기 시작합니다. 어떨 때는 한 세트를 구성하는 블록 500개 중에 단 하나의 재고가 없어서 생산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국가에는 재고가 동이 났는데 바로 옆 나라엔 재고가 쌓여있고 그것을 가져오지 못하는 상황도 연출됐습니다. 결국 2004년에 파산 위기까지 몰리게 됩니다. 네덜란드 로이틀링겐대의 마틴 모커 교수, 그리고 미국 MIT경영대학원의 잔 로스 연구원은 이렇게 필립스와 레고 같은 기업들이 겪었던 제품다각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일곱 개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 72명을 직접 인터뷰하고 255명을 설문조사했습니다. 그런 다음 세 가지 해결책을 집중했습니다. 첫째, 다각화 대신 통합에 집중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신제품 출시나 새로운 수입원을 포기하더라도, 통합적인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과거 필립스의 의료기기 부서는 의료기기 하드웨어를 판매하는데 집중했지만 이제는 한 부서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병원 운영 컨설팅 서비스까지 통합적으로 판매합니다. 또 미국 아이오와주에 본사가 있는 프린시플 파이낸셜 그룹이라는 보험회사는 중소기업 근로자들 대상의 연금과 보험상품을 판매하는데요, 판매하는 상품의 수는 줄이는 대신 중소기업의 HR담당자 입장에서 가장 심플하고 가장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통합 연금보험 패키지를 제공하면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둘째, 신제품을 개발하고 혁신을 추진하는 팀과, 그 혁신의 결과를 처리해야 하는 영업, 서비스 팀을 통합시켜야 합니다. 일을 벌?甄?사람과 뒷감당하는 사람을 떨어뜨려놓지 말라는 것이죠. 필립스는 이제 신규 디지털 제품을 도입할 때 엔지니어뿐 아니라 영업과 IT직원들도 함께 모여 애자일 방법론에 따라 개발 과정에 참여합니다. 레고 역시 사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기 위해 영업, 제조, 재무, 혁신, 개발 등 주요 직무별 전문가들이 모이는 PEN이라는 팀을 만들어서 통합 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마지막 셋째, 조직원들이 혁신에 중독되지 않도록, 혁신을 위한 혁신을 하지 않도록, 회사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줘야 합니다. 레고는 회사의 미션이 ‘미래의 빌더들을 육성하고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빌더’는 뭔가를 만드는 사람을 말하는 데요, 이런 회사의 미션에 맞지 않는 제품이나 프로세스는 설령 수익성이 보인다 해도 도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미션 선언문은 혁신이 목적성을 잃고 방황하지 않게 하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지금까지 제품다각화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영진은 신제품을 출시해서 회사를 성장시키려는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따르는 복잡성의 증가라는 짐은 일선직원들이 떠안기 마련입니다. 너무 일이 커진 후에 제품을 통합하려 하면 조직 전체에 막대한 스트레스를 주게 됩니다. 현명한 기업 매니저라면 미리미리 사내 조사를 통해서 현재 우리 사업이 너무 복잡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퍼레이션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고객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체크해봐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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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서 HBR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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