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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다양성을 경쟁력으로
2017-05-25 | 고승연 에디터

안녕하세요, 고승연입니다. 여러분 혹시 30년 전에 나온 명작 영화 ‘레인맨’이라고 기억하시는 분 있나요? 톰크루즈와 더스틴호프만이 나온 영화인데, 뛰어난 작품성으로, 61회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 등 여러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그 ‘레인맨’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더스틴 호프만은 자폐증을 가진 캐릭터로 나오는데,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흉내도 못 낼 정도의 암기력과 천재성을 보여줍니다. 다만 자폐증의 증상으로 인해 종종, 주기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할 뿐입니다. 제가 왜 갑자기 오래된 명작영화 얘기를 꺼냈을까요? 바로 조직에서의 신경다양성 확보 문제를 말하기 위해섭니다. 신경다양성이란 말이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신경다양성이란 자폐, 통합운동장애, 난독증 등 흔히 우리가 함부로 ‘비정상’ 심지어 ‘무능’의 범주에 넣어버리는 많은 증상들이 사실은 엄청난 잠재력을 의미하기에 이런 증상을 가진 이들을 조직의 다양성 범주에 포함시켜야한다는 뜻입니다. 즉, 마치 인종과 성별의 다양성이 조직의 창의력과 건강함을 보장해주듯, 신경다양성 인재들이 그들이 가진 천재성으로 조직의 혁신과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는 바로 이 ‘신경다양성 인재 확보방안’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로버트 오스틴 아이비경영대학원 정보시스템 교수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개리 피사노 교수가 쓴 글입니다. 두 글로벌 석학은 왜 신경다양성 인재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요? 이제 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오스틴 교수와 피사노 교수는 가상의 ‘존’이라는 인물의 사례를 먼저 들려줍니다. 존은 데이터분석의 귀재로, 발군의 수학실력과 소프트웨어 개발능력 두 가지를 동시에 갖췄고 석사학위를 두 개씩이나 우수한 성적으로 취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는 남들과 좀 다르다고 합니다. 10여 분마다 몸을 숙여 구두끈을 고쳐매야 하고, 끈이 조금이라도 느슨하면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두끈만 단단히 묶여 있다면 그는 거의 쉬지도 않고 가장 생산적으로 일하는 직원이라고 합니다. 몇 몇 실제 사례를 조합해 만든 이 존 과 같은 인물은 생각보다 꽤 많다고 합니다. 다만 기존의 ‘표준화된’ 채용절차에서 다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 기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기업으로서는 이게 큰 손해라는 게 문제입니다. 존과 같은 신경다양성 인재들은 패턴인식, 기억, 수학 등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아예 활용할 기회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그 인재들에게도 기업들에게도 모두 손해입니다. 하지만 초경쟁 상황, 극한환경에 몰린 기업들이 이제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는 이 신경다양성 인재들을 찾아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인재들을 채용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은 “신경다양성 인재들은 ‘남들과 다른’사람들이지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적절한 도움과 편의시설만 제공해준다면, 똑똑하긴 하지만 ‘평범성’의 범주에 있는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성과를 낸다고 합니다. HPE는 신경다양성 인재들을 소프트웨어 테스터로 활용합니다. 프로젝트 출시 직전 뭔가 혼란스러운때에 무질서함을 참지 못하는, 이를 바로잡는데 강하게 집착하는 테스터들이 달려들어 소프트웨어를 바로잡는다고 하는데, 고객사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합니다. 호주 복지부는 HPE처럼 소프트웨 테스트 업무에 신경다양성 인재들을 배치했는데, 이들로 구성된 팀은 타 팀에 비해 생산성이 30% 이상 높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기업이나 조직에 큰 도움이 되는 신경다양성 인재들이 그동안 묻혀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그동안 기업들은 신경다양성 인재를 발굴하지 않을까요? 우선 예전에는 ‘표준화된’ 우수한 인재들이 기업에 많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혁신을 위해 좀더 탁월한 재능,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흔히 ‘신경전형성’이라는 범주에 있는 인재들은 해내지 못하는 업무를 할 사람들이 필요해졌습니다. 즉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찾아나선지 얼마 안됐다는 겁니다. 문제는 기존 모집, 채용, 인재개발 관행이 그대로인 상태에서는 신경다양성 인재를 뽑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신경전형성’ 인재들 중 우수한 사람을 뽑고 관리하는 과정과 아주 독특한 행동양식이나 사고방식을 가진 신경다양성 인재를 뽑고 관리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HPE, SAP,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처럼 신경다양성 인재를 제대로 뽑아 이들의 천재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채용을 하고 채용 후에는 어떻게 관리해야하는 걸까요? 오스틴 교수와 피사노 교수는 몇 가지 중요한 팁을 알려줍니다. 첫째, ‘사회적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신경다양성 인재에 대한 기업의 부족한 지식과 전문성을 보충해야 합니다. 기업의 관리자들은 아무리 박식한 사람이어도 절대 신경다양성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요. 또 직원 사생활까지 관여하는 관리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신경다양성을 지닌 인재가 회사에 있었더라도 쉽게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이런 이유로 앞서 언급한 글로벌 기업들은 장애인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정부나 비영리기관 등 ‘사회적 파트너’들과 협력하기 시작했습니다. SAP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재활국, 팬실베니아주 직업재활과, 미국 비영리기관 익스팬더빌리티 등과 협력하고 있고, HPE는 자폐관련 단체인 오티즘SA와 공조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파트너들이 자폐증이나 강박증 등 신경다양성 인재 중 각 기업에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주고, 원활한 채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거지요. 저자들은 신경다양성 인재의 채용과 훈련을 위한 방법도 제시합니다. 바로 면접에 의존하지 않는 파격적 평가와 훈련과정을 도입하라는 겁니다. 덴마크의 IT회사 스페셜리스테른은 신경다양성 채용자들이 기업의 관리자들과 한나절 동안 편안하게 대화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도록 ‘어울리기’라는 편안한 분위기의 행사를 기획한다고 합니다. 행사가 끝날 무렵 지원자 가운데 몇 명을 선택해 2~6주 정도 평가와 훈련을 해 인재를 육성합니다. HPE는 스페셜리스테른과 유사한 방식의 인턴십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피사노 교수 등은 ‘훈련’이 꼭 신경다양성 인재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점도 지적합니다. 신경다양성 인재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존 직원들 역시 간단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자들이 신경다양성 인재를 위해 제언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지원환경 마련’입니다. SAP는 두 개의 ‘서포트 서클’이라는 걸 만들어 새로 들어온 신경다양성 인재들의 직장생활과 개인생활을 돕습니다. HPE는 신경다양성 신입직원을 15명 내외로 구성된 ‘포드’에 배치하는데요, 한 포드에는 이들과 기존 동료들이 약 4대1 비율로 함께 일하면서 2명의 관리자와 1명의 컨설턴트가 신경다양성으로 생기는 문제를 지원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고 합니다. 오스틴과 피사노 두 교수는 이렇게 처음에 적응을 돕고 이후 맞춤형 경력관리 방식을 제공하면서 신경다양성 인재 채용관리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보편화하라고 말합니다. 신경다양성 인재 채용과 관리는 우리 기업들에게 다소 생경하게 느껴질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이런 인재들을 찾아나서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마땅한 인재를 구하기 힘들었던 분야에서 우수하거나, 평범함을 넘어서는 진짜 ‘탁월함’을 가진 인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 인재가 보여주는 암기력, 강박, 천재적 발상이 불량률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고 때론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져왔습니다. 전혀 의도하지 않은 긍정적 효과도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인 의사소통 방식이 쉽지 않다보니 다양한 방법으로 신경다양성 인재들의 어법이나 소통방식을 이해하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 조직 전체의 의사소통 스킬이 올라갔다고도 합니다. 물론 ‘다양한 인재를 채용한다’는 ‘정치적 올바름’으로 인해 회사의 평판이 올라가는 것도 덤이겠지요. 너무 먼 나라 얘기, 먼 미래 얘기라고 보고 넘어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신경다양성 인재들의 탁월함이 절실할 만큼 글로벌 경쟁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입니다. 영화 엑스맨에 나오는 초인적 능력의 주인공들이 여러분의 기업에서 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 소개해드린 이 내용이 여러분의 채용과 인사관리에 하나의 획을 긋는, 완전히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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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연 -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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