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mium > 운영/재무
블록체인,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2017-06-15 | 장윤정 에디터

안녕하세요, 장윤정입니다. 미래 유망 기술을 얘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미래의 금융 및 핀테크 보안 기술로 전 세계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사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구요, 한국에서는 2017년 하반기부터 블록체인을 활용한 공인인증 수단이 등장하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기술이길래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그 잠재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마르코 이안시티 하버드대 교수 등이 경영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블록체인에 대한 내용을 담은 아티클을 HBR에 기고했습니다. 블록체인이 과연 비즈니스에 혁명을 불러올 수 있을지, 하버드경영대학원 석학의 진단과 전망을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블록체인은 2008년 10월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통해 처음으로 소개됐습니다. 과거 화폐는 발행 기관이 따로 존재했습니다. 달러는 FRB, 원화는 한국은행이 발행기관입니다. 카카오톡의 ‘초코’나 싸이월드의 ‘도토리’도 사이버상에서 화폐 역할을 했지만, 명확한 발행 기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반의 비트코인은 화폐 발행, 소유권 이전, 거래확정 과정이 중앙기관 혹은 중개기관을 통하지 않고 이뤄진다는 게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블록체인은 한 마디로 개방적인 분산형 ‘거래 장부’입니다. 특정 기관이 데이터나 정보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모든 거래 당사자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중재자 없이도 거래 상대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송금을 했다면 관련 정보가 특정 블록 형태로 온라인에서 생성이 됩니다. 이 정보는 네트워크상의 모든 관계자들에게 전송이 이뤄집니다. 해당 정보는 참여자들의 검증이 이뤄진 후 블록체인, 즉 블록들 간의 사슬 중 하나로 저장됩니다. 그리고 실제 송금이 이뤄지면 거래가 완료됩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위조나 변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오프라인 지불 수단인 현금은 오랜 역사를 통해 위변조가 이뤄져 왔구요, 온라인 거래도 해킹 등을 통해 거래 기록을 위변조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거래장부가 자동으로 복제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려면 모든 이해관계자의 장부를 위조해야 합니다. 현실에서 이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 블록 체인은 마치 레고 블록처럼 차곡차곡 쌓이면서 거래 정보가 축적됩니다. 따라서, 만약 A와 B의 거래가 이뤄지고 난 후 만약 10개의 거래가 추가로 이뤄졌다면, 나중에 거래됐던 10개의 기록을 모두 바꿔야 비로소 A와 B의 거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소유권을 증명하거나 이전하는 제3의 중재자가 필요 없이도, 사실상 위변조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혁신적인 개념의 기술입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업계에 큰 지각변동이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공증’과 같은 거래 확인 관련 비즈니스가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공증 시장이 한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 금융거래 외에도 도든 결제, 과업지시, 프로세스, 확인, 저장, 공유 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변호사, 중개인, 은행원, 증권예탁원 등 수많은 중개 비즈니스 모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연 블록체인 기술이 얼마나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이안시티 교수 등은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자리잡을지 이해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덤벼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사업적 의사결정에 앞서 제대로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무엇보다 블록체인은 싼 값에 높은 품질로 기존 산업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파괴적 기술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대신, 인터넷처럼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는 기반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즉, 인터넷처럼 분명히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기술임에는 분명하지만, 사회 기반시설로 스며들기까지 수십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즉, 점진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기반기술인 인터넷 기술이 어떻게 자리 잡았는가를 살펴보면, 블록체인의 미래도 조망할 수 있습니다. 1972년 소개되었을 당시 TCP/IP(전송제어 프로토콜/인터넷 프로토콜)는 단일 용도로 사용됐습니다. 미 국방부 아르파넷에서 연구자들이 이메일을 교환하는 기반을 제공한 것입니다. 사전에 회선을 연결하지 않고도 정보를 디지털로 전환해 전송할 수 있게 한 이 기술은 혁신적이었지만 업계에서는 TCP/IP를 회의적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TCP/IP를 사용했고 1990년대 월드와이드웹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대중화됐습니다. 넷스케이프 등 인터넷 브라우저들이 생겨나고 야후 등 검색 엠진들이 탄생했습니다. 이렇듯 기반이 다져지자 신세대 기업들은 기존 비즈니스를 대체할 강력할 인터넷 서비스를 창조했습니다. 아마존은 어떤 오프라인 서점보다 많은 책을 상품으로 내놓았고, 프라이스라인과 익스피디아는 항공권 구매를 더 쉽게 만들었습니다. 더 나아가 구글, 이베이 같은 혁신기업이 쏟아졌습니다. TCP/IP가 궁극적으로 경제구조를 바꿔놓기까지 3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꾸는 데 몇 년이 걸릴까요? 기반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가 발전하는 데는 두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칩니다. 일단 첫 번째는 생소함입니다. 생소함이 클수록 사용자들이 그것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이해시키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 다른 요소는 복잡성이죠. 복잡성이 클수록 생태계 창출을 위해 더 많은 이해당사자들 간 조율이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이안시티 교수 등은 기반기술 발전단계를 크게 4가지로 나눴습니다. 일단 생소하지도 않고 조정도 별로 필요 없는 ‘단일용도’ 단계가 있습니다. 초기 아르파넷에서 제한적으로 TCP/IP기술을 적용해 도입한 이메일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사용자가 많지 않아 조율이 필요 없고, 기존 우편과 본질적으로 유사한 서비스여서 생소함도 적었습니다. 비트코인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지불 수단으로 국한해 도입했다는 측면에서 단일용도로 사용된 사례입니다. 두 번째 사분면은 생소함은 크더라도 사용자 수가 제한적이라서 도입을 촉진하기가 비교적 쉬운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제한적 용도’라고 이름을 붙였는데요, 특정 조직이나 단체에서 제한적 목표로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게 이 단계입니다. 실제 나스닥의 경우 블록체인 기반으로 금융거래를 처리하는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가 제한적 활용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 다음 단계는 ‘대체’입니다. 생소하지는 않지만, 사용자가 많아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조율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아마존의 온라인 서점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오프라인 서점과 유사한 서비스여서 생소하지는 않지만, 이해관계자들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조율의 필요성이 대단히 높은 단계입니다. 대중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상품권 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이 단계를 거쳤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단계는 다수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거나, 많은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MIT의 비트코인클럽에서 학생들 4494명에게 10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했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그 중의 30%의 학생은 그 공짜 돈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등록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등록한 학생의 20%는 불과 몇 주 만에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꿨습니다. 첨단 기술에 가장 잘 적응할 것 같은 MIT학생들조차 비트코인을 어떻게, 어디에 사용해야할지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생소함도 크고, 조율의 필요성도 큰 단계가 있습니다. 이 단계는 ‘혁신’이라고 이름붙였는데요, 이 단계에서 성공하면 사회의 근간이 바뀝니다. 만약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계약’이 활성화된다면 사회 전반에 혁명적 변화가 일 것입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쌍방이 거래에 합의하면 자동적으로 결제가 실행되고 화폐나 자산이 이전됩니다. 예컨대 스마트 계약이 현실화되면, 직원들이 복잡한 대금 지불절차를 밟지 않더라도 화물이 도착하자마자 공급업체에 자동으로 대금 지불이 이뤄집니다. 그렇다면 경영진들은 각자의 조직을 위해 블록체인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필자들이 제시한 틀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경우 단일용도 적용물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생소하지 않고 제3자와 조율할 일도 적기 때문에 위험이 최소화되지요. 예를 들어 결제방법의 하나로 비트코인을 추가하면 쉽게 블록체인 역량을 쌓아나갈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택할 수 있는 다음 단계는 제한적 용도의 적용물입니다. 기업들은 제한적 용도의 블록체인 적용물을 통해 구체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미 기업들은 복잡한 공급망을 거쳐야 하는 품목을 추적할 때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업계에서는 광산에서부터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다이아몬드의 위치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추적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대체용 적용물을 개발하는 일은 신중해야 합니다. 기존 솔루션을 밀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많은 준비와 치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또 아직까지 혁신적인 적용물 관련 비즈니스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이런 과제는 다소 먼 미래의 사업 아이디어로 분류하는 게 좋습니다. 블록체인도 인터넷과 같이 진화를 거듭할 것입니다. 인터넷을 모르고 비즈니스 하기 어려운 시대인데요, 앞으로 블록체인을 모르고 비즈니스 하기 어려운 세상이 올 것입니다. 다만, 이런 변화가 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렇다고 준비 없이 기다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단일 용도와 제한적 용도로 활용하면서 기술을 이해하고 익혀야 합니다. 특히 블록체인이 큰 영향을 끼칠 금융회사라면 대체 모델까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용 모두 펼치기
HBR Premium은 유료 서비스입니다.
10인의 디렉터가 쉽게 설명해주는 HBR Premium!
HBR Premium을 구독하고 디지털 서비스까지 이용하세요!
프리미엄신청
장윤정 동아일보 기자
관련 아티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