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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고객을 잡고싶다면?_01
2017-07-03 | 김현진 에디터

안녕하세요, 김현진입니다. 요즘 대부분의 기업들은 ‘혁신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변덕스러운 소비자 입맛에 맞춰 제품이든 마케팅이든 빠르게 바꿔야 살아남는다는 절박감 때문이겠죠. 해당 기업이 속한 업종이 진화속도가 빠른 IT관련 분야라면 이러한 강박증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민하게 움직이는 전략이 사실은 거꾸로 고객의 의중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라면 허무한 시도가 되지 않을까요.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사실 알고 보면 고객들은 그저 익숙하고 접하기 쉬운 제품을 구매한다며 기업의 노력에 ‘허’를 찌르는 주장을 펼칩니다. 디자인 경영이란 개념을 창안한 거장급 연구자인 로저 마틴 토론토대경영대학원 교수와, 탁월한 CEO로 맹활약했던 A.G. 래플리 전 P&G 회장이 창안한 새로운 주장을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사진공유 애플리케이션인 인스타그램은 2016년 봄, 기존 사용자들에게 이미 친숙한 복고풍 카메라 모양의 아이콘을 버리고 카메라를 단순화한 디자인의 밋밋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아이콘을 선보였습니다. 경쟁 어플리케이션인 스냅챗의 위협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뭔가 혁신을 꾀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고객 반응은 어땠을까요. 인스타그램 측의 기대와 달리 혹평이 이어졌습니다. 언론의 비판도 거셌습니다. ‘허접한 모조품 같은’,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을까’, ‘정말 경악스러운 쓰레기’ 등의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혁신을 꾀하고자 단행한 리브랜딩이나 리런칭 이후 이 같은 반발에 직면한 회사가 인스타그램 뿐만은 아닙니다. 코카콜라가 1985년 경쟁사 펩시에 대항해서 단맛은 더하고 톡 쏘는 맛을 줄여 출시한 ‘뉴코크’는 코카콜라에 오히려 시련을 안겨준 바 있습니다. 펩시 역시 아스파탐을 첨가하지 않은 다이어트펩시를 내놨다가 오히려 큰 손해를 봤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코카콜라, 펩시 모두 잘나가는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왜 잘나가는 기업이 결과적으론 별로 득이 되지 못한 리브랜딩의 유혹에 빠지는 걸까요. 연구진은 이것은 기업들이 경쟁우위의 본질을 크게 오해한데서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최신 전략이론들은 오늘날 비즈니스업계의 빠른 변화속도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니 인스타그램도 사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반면 전통적으로 수십 년 간 경쟁우위를 지키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뱅가드, 이케아 같은 기업이나 P&G의 효자 상품인 타이드, 헤드앤숄더 등은 예나 지금이나 시장 선두그룹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이들이 큰 혁신 시도 없이도 선두를 지키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연구진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현대 행동과학 연구를 토대로 경쟁우위를 지킬 수 있게 하는 이론을 제시합니다. 먼저 고객에게 ‘완벽한 선택’이 아닌 ‘쉬운 선택’을 제공해야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고객을 유지하는 비결은 고객 니즈 변화에 끊임없이 맞춰 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객이 다른 제품을 선택하지 않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연구진이 제시하는 이론은 ‘누적우위’입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습관의 동물이고, 뇌는 되도록 고민을 덜 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유도한다는 이론에서 기반한 것입니다. 기업들이 개인 니즈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려는 데는 소비자들이 신중하고 합리적일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행동경제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그렇게 의식적으로 애써가면서 구매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뇌는 정보를 필요로 할 때 분석하기보다는 과거 경험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결국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직관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단시간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강렬한 생각, 견해, 선호를 뜻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처리 유창성’이라고 부릅니다. 즉 우리의 뇌는 쉬운 정보처리를 위해 심사숙고하기 보다는 직관을 따르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처리 유창성은 반복적인 경험과 관련이 있습니다. 경험을 많이 하면 처리유창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죠. 따라서 소비자들은 새로운 자극보다 이처럼 반복적인 자극을 선호합니다. 인간의 뇌는 선택의 기로에서 같은 결정을 계속 반복하고 싶어 한다는 게 연구진의 핵심 주장입니다. 타이드의 세척력이 뛰어나다고 뇌가 인식하기 시작하고, 매장이나 온라인상에서도 이 세제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소비자의 뇌는 자연스럽게 타이드를 재구매하려 할 것입니다. 따라서 시중에서 잘 나가는 제품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게 제일 손쉬운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단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기업이 초기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싶다면 선택보다는 습관을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합니다.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이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만듦으로서 형성되는 하나의 보호막을 누적우위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누적우위를 쌓지 않는 기업은 이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경쟁기업에 추월당할 수 있습니다. 그 좋은 예가 소셜미디어 사이트 마이스페이스입니다. 2003년 8월 오픈한 마이스페이스는 2년 만에 미국 최대 소셜네트워킹 사이트로 성장했고 2006년에는 구글을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사이트가 됐습니다. 그런데 단 2년 만에 페이스북에 추월당하게 됩니다. 실패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놀랍게도 지나치게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자주 변화를 추구해 사용자들이 사이트에 익숙해질 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면 페이스북은 오픈 첫날부터 누적우위를 구축하는 데 힘썼습니다. 데스크톱 기반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확대하는 큰 변화를 시도할 때도 외형과 분위기를 일관되게 유지해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결론적으로 페이스북은 익숙함을 추구함으로서 누적우위를 구축했고 세계에서 가장 중독성 있는 소셜네트워킹 사이트를 만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적우위를 구축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다음 강의에서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리기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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