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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CEO 선정의 비밀
2017-07-10 | 김현진 에디터

안녕하세요, 김현진입니다. 오늘은 ‘CEO를 잘 뽑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수장을 잘 뽑아야 회사가 잘 된다’은 두 번 설명하면 입 아플, 절대 명제겠죠. 그런데 수장을 잘 뽑는 것 만큼 또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 오늘은 CEO및 이사회 멘토링의 대가로 여러 기업의 CEO선입에 관여해왔던 램 차란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위대한 CEO선정의 비밀’을 함께 살펴볼까 합니다. 도대체 어떤 이사회는 탁월한 혜안으로 CEO를 잘 인선하고, 또 어떤 이사회는 ‘좋은 CEO’를 뽑는데 매번 실패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CEO기용을 잘하는 이사들의 행동은 네 가지 측면에서 차이점을 갖습니다. 첫째, 이들은 그 직책을 맡는 후임이 갖춰야 할 핵심자질을 명확히 하기 위해 공을 들입니다. 둘째, 최고의 후보를 데려올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의 배경에 연연해하지 않습니다. 셋째, 이들은 어떤 후보가 최고 적임자인지 알아보기 위해 깊이 파고듭니다. 넷째, 선발된 후보의 결점까지 충분히 감안합니다. 좋은 CEO를 고를 줄 아는 이사회 멤버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판단을 확인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CEO를 최종 선발하는지 그 과정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제대로 된 CEO를 뽑는데 필요한 첫 번째 조언은 ‘피벗’, 즉 중심축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이사회는 항상 가시적인 CEO후보군을 마련해 둬야 합니다. 급작스럽게 후임자가 필요한 상황이 올 경우를 대비해 소위 ‘봉투속 이름’이라 부를만한 유력후보군을 정해둬야 합니다. 그런데 효율적인 이사회는 정작 후임 CEO를 발표할 순간이 임박하면 이 후보 목록을 일단 제쳐둡니다. 그 대신 현재 CEO의 자격 요건과 미래 CEO의 자격 요건을 파악하는 작업을 시작해 회사에 필요한 CEO의 핵심 역량을 찾아내는데 집중합니다. 이들이 찾으려고 하는 역량은 장황한 리스트에 담겨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성공을 위해 절실한 두 세 가지로 압축해 찾아내려 애씁니다. CEO선택에 탁월한 이사진은 이 피벗을 알아내기까지 상당히 공을 들입니다. 회사의 당면과제를 파악하고 외부 환경조건의 변화추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분석 보고서를 읽고 내부 인사와 소통하고, 외부 전문가와 상담합니다. IBM이사회의 일원이었던 토머스 머피와 제임스 버크의 사례로 ‘피벗’을 찾는 방법을 설명드리겠습니다. 머피는 캐피털시티즈와 ABC, 버크는 존슨앤드존슨에서 각각 CEO를 맡은 바 있습니다. IBM이 몰락의 위기에 놓였던 1990년대, 영업 현장을 돌아다니며 이들은 IBM의 문제가 기술적이기보다는 사업적 문제에 가깝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두 사람은 IT업계 근무 경험이 당시 IBM을 이끌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아니라고 판단했고 IT업계 밖에서도 적임자를 물색했습니다. 기술 관련 업계 내에서 인재를 찾을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IMB이사회는 예상 밖의 인물을 찾았습니다. 이사회가 염두에 둔 피벗은 검증된 사업적 통찰력, 고객중심적 시각, 대기업의 결단력과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었고 이 피벗에 입각해 CEO를 인선하려 애쓴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맨 처음 IBM의 수장 제의를 받은 인물은 GE의 전설적인 CEO잭 웰치였습니다. 그러나 웰치는 이들의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머피와 버크는 세 번째로 찾아간 루 거스너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거스너는 10년 간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마케팅의 귀재로 RJR나비스코의 CEO로 재직 중이었습니다. 거스너는 IBM의 CEO로 임명된 지 몇 주 지나지 않아 바로 문제점을 진단해냈습니다. 메인프레임 사업은 아직 죽지 않은 상태라 기업을 해체할 필요는 없어보였고, 고객에게 다양한 제품들을 하나의 통일된 창구에서 제공하는 능력은 오히려 대단한 강점으로 꼽을 만했습니다. 그는 IBM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 분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해 경쟁사 제품과 호환되는 제품을 내놓고, 사내 관료 체계를 축소해 실행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간파해 냈습니다. 그의 발 빠른 대처 덕분에 취임 원년인1993년부터 당장 현금흐름이 달라졌습니다. 3년도 되지 않아 주가는 두 배로 뛰었고, IBM은 다시 한번 세계 IT업계의 일인자로 올라섰습니다. 제대로 된 CEO를 뽑는데 필요한 두 번째 조언은 ‘늘 열린 마음을 유지하라’는 것입니다. 노련한 이사들은 피벗에 맞는 최종 후보 리스트를 작성할 때 원점에서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편애해온 후보에 연연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적임자를 찾는다는 뜻입니다. 이사회 멤버들은 시간을 두고 사내 리더들을 차근차근 파악해 나가기도 합니다. 중역회의실에서 그들의 발표 모습을 관찰하고 술자리나 식사자리를 마련해 대화를 해봅니다. 현장 방문에 동행해 이들이 직원들과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알아보기도 합니다. 또 후보 개인의 유명세나 후보가 소속된 유수기업의 후광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때로는 현직 CEO의 직속부하만이 리더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CEO감을 잘 고르는 이사진은 시각을 넓혀 CEO보다 몇 직급 아래에 있는 리더들도 고려 대상에 넣습니다. 세 번째 조언은 적임자를 찾으라는 것입니다. CEO인선을 잘하는 이사들은 각 후보와 피벗을 맞춰보는 작업을 심도 있게 진행합니다. ‘최고의 리더’가 아닌 ‘최고의 적임자’가 누구인지 찾아내기 위해 각 후보의 면면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이사진 모두가 CEO선임에 불만이 없도록 후보들에 대한 인터뷰를 면밀히 진행하고 평판 조회를 실시합니다. 훌륭한 이사는 특히 ?理洋楊?대신 직접 평판조회를 합니다. 사람들은 헤드헌터보다 기업 이사진과 얘기할 때 더 솔직한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헤드헌터는 자신의 한 발언을 기록해뒀다가 나중에 자신의 평판조회에 참고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헤드헌터에게는 솔직한 진심을 털어놓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전략입니다. 또 하나의 조언은 결점을 보완할 방법을 준비해두라는 것입니다. 모든 CEO는 약점을 지니고 있고 후보 검증과정에서 이러한 흠이 표면화되기 마련입니다. CEO선임에 능한 이사들은 결정을 내릴 때 후보의 결점을 받아들입니다. 예컨대 전략, 기획, 재무 담당 출신인 CEO는 대개 대인관계 기술에 약하고, 디지털 기술전문가인 리더들은 재무지식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감안하고도 피벗에 정확히 맞는 인재라면 영입 대상에서 제외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피벗에는 충분히 부합하지만 결점도 너무 뚜렷하다면 결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강구해볼 수 있습니다. 2009년 자동차부품기업인 델파이는 새로운 투자자집단에 속하게 된 헤지펀드 대표들이 월스트리트와 잘 소통하지 못하는 CEO를 해고해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제고해달라고 설득합니다. 당시 CEO의 역량이 피벗에는 잘 맞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실력 있는 재무담당최고책임자를 고용해 콤비를 이루게 함으로서 놀라운 재무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조언은 ‘인재를 잘 뽑는 이사를 찾으라’는 것입니다. CEO인선작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이사들을 선정하는 일은 CEO자체를 뽑는 것 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인선작업에도 비즈니스 통찰과 뚜렷한 가치관, 실무적 경험 등 ‘3박자’를 갖춘 리더가 필요합니다. 결과적으로 어떤 CEO인선 작업도 위험을 수반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 후보를 편애하지 않고 피벗에 집중하며, 개별후보의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고려한다면 인선 과정을 주도하는 이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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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HBR Korea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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