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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큰 회사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
2017-07-17 | 조진서 에디터

안녕하세요, 조진서입니다.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1년 전만 해도 농담거리처럼 여겨졌던 후보였는데요, 파격적이고 예의를 무시하는 직설적 언행으로 화제를 모으면서 지지세력을 불려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특히 트위터를 사용해서 상대방 후보를 비난하거나 또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하는 언론매체를 공격하는 등, SNS를 가장 잘 사용하는 정치인이 됐습니다. 기업계에도 이렇게 트럼프처럼 거침없는 언행과 자유분방한 SNS 사용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경영자가 있습니다. 미국의 통신사 T모바일의 CEO인 존 레저입니다. 작은 회사가 큰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 레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티모바일은 미국의 이동통신 시장에서 오랫동안 버라이즌, AT&T라는 두 거대 통신사에 밀려서 시장점유율 10%대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레저는 2012년에 CEO로 부임했습니다. 당시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있었고 약 43억 달러의 연간 영업손실을 보고 있었습니다. 티모바일의 모회사인 도이치텔레콤은 티모바일을 AT&T에 매각하려고 했는데, 독과점 우려 때문에 미국 정부가 허가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도 저도 못 하고 계속 손실만 쌓여가는 상황이었습니다. 레저의 해결책은 다음의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도전자의 정신, 젊은 스피릿을 살려주려 노력했습니다. 사기는 땅에 떨어졌지만 일선 직원 평균 나이가 27살일 정도로 젊은 조직이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힘을 불어넣어주기만 한다면 에너지가 분출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말로만 도전정신을 외친 게 아닙니다. 레저는 1958년생으로 젊지 않은 나이이지만 본인부터가 티모바일의 색깔인 핑크색 옷과 추리닝을 입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긴 머리는 부스스하게 산발을 하고요. 트위터도 시작했는데 팔로워가 300만명을 넘겼습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관료적인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법무팀과 인사팀이 공격 타깃이 됐습니다. 하루는 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 출신의 직원이 군 시절 찍었던 사진을 책상위에 올려놨더니 인사팀에서 사진을 치우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전쟁에 반대했던 사람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거죠. 이른바 PC, political correctness라고 불리는 미국적 관행입니다. 레저는 이 얘기를 듣고 그 직원을 자기 방으로 불렀습니다. 자기 책상에 앉힌 다음에 그 사진을 책상 위에 두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 다음 ‘누구든 이 사진에게 더 할 말이 있는 사람은 나에게 보내라’고 말해줬습니다. 화끈하죠? 직원들의 문신과 피어싱을 금지하는 규칙도 없앴습니다. 자신의 큰 딸은 혀에 구멍을 뚫었고 작은 딸은 몸에 문신이 6개인데, 자기가 운영하는 회사에 자기 딸들이 취업을 할 자격도 없다는 게 말이 되냐는 거죠. 그래서 그런 조항도 없애버렸습니다. 이후 직원들의 복장이 이렇게 자유로워졌습니다. 카우보이 모자에 핑크색 하이힐이 자연스러운 회사가 됐습니다. 두 번째 전략은 흙탕물 전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CEO는 점잖은 얘기만 합니다. 또 홍보팀을 통하지 않고는 언론매체나 대중과 접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레저는 경영자가 외교관처럼 점잖게 행동해야 하는 시대가 끝나버렸다고 선언했습니다. 2016년 미국 대선이나,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들처럼 대중과 직접적으로 직설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처럼 레저도 직접 트위터에 가입해서 경쟁사를 비방하고 또 조롱하는 트윗들을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럴 때 꼭 필요한 것이 있죠. 바로 악당입니다. 모든 명작 영화에는 뛰어난 악역이 있습니다. 레저는 일부러 업계 1위 AT&T를 악당으로 설정해서 기회가 날 때마다 공공연하게 조롱했습니다. 어차피 대형사들의 광고 물량공세를 이길 수 없으니, 이렇게 가십성 기사라도 나오게 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트럼프의 선거전략과 똑 같죠? 이런 전략은 소비자와 임직원 모두에게 주효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들의 서비스와 요금체계에 불만이 많은데 레저가 시원한 발언으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자 좋아했습니다. 또 직원들은 AT&T라는 공공의 적을 상대한다는 마음으로 하나로 뭉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콜센터처럼 힘든 일을 하는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올라갔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내놨습니다. 소비자들이 싫어하는 장기 약정제를 없애고, 대신에 아주 간단한 구조의 요금제들을 내놓았습니다. 휴대폰 사용자들은 누구나 요금폭탄을 맞아본 기억들이 있기 때문에 투명한 가격제를 원한다는 걸 이해한 겁니다. 또 레저는 우회상장을 통해서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다음 그 돈을 네트워크 성능 개선에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적어도 통신속도에서는 업계 1위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습니다. 성과는 확실합니다. 레저 부임 4년만에 티모바일 가입자는 3300만명에서 6900만명으로 두배 이상 늘었습니다. 또 연간 43억달러의 손실에서 21억달러의 영업이익으로 전환했습니다. 티모바일 씨이오 레저의 경영법은 포화된 시장에서 작은 도전자가 큰 거인들을 상대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줍니다. 거인들이 정한 룰을 무시해야 합니다. 경쟁사가 아니라 소비자의 룰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때론 진흙탕 싸움을 벌일 수도 있어야 합니다. 리더가 SNS라는 도구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직의 사기를 살려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사악한 기운과 맞서 싸우고 있다고 믿게 해 줘서 팀을 뭉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의 티모바일 씨이오 존 레저의 또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사례가 주는 교훈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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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서 HBR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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