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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가 활용할 수 있는 의사결정철학
2015-10-14 | 김남국 에디터

“기사만 안쓰면 기자가 정말 좋은 직업”이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아마도 “의사결정만 안하면 경영자도 정말 좋은 직업”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현실에서 이는 불가능합니다. 경영자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 바로 의사결정입니다. 경영 칼럼니스트 저스틴 폭스가 HBR에 기고한 글을 보면 경영자가 활용할 수 있는 의사결정 철학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합리성에 기반한 분석적 방법입니다. 엄밀한 통계와 확률 등을 활용하는 것이죠. 대표적인 게 베이지안 추론이나 의사결정 나무decision tree 같은 방식입니다. 베이지안 방법론은 신사업이 성공할 확률뿐만 아니라 이 예측을 한 부서의 과거 예측정확도나 주관적 믿음 등을 감안해서 확률을 도출하는 기법입니다. 또 의사결정 나무는 의사결정 유형별로 확률과 예상 수익 등의 정보를 입력해 대안을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전통적인 방법은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있고 투자기간이 긴 석유, 가스, 제약 등의 산업분야에서 중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매우 유용합니다. 두 번째 철학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휴리스틱, 즉 어림짐작이나 편향을 막는 것입니다. 이 접근법은 인간이 비합리적이라고 가정합니다. 예를 들어 가용성 휴리스틱으로 인해 사람들은 어떤 대상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특징만을 갖고 의사결정을 합니다. 명문대를 나왔다면 업무 성과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해 채용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명문대 출신이라도 사람에 따라 성과 차이가 클 수 있는데도 사람들은 가용한 정보만으로 판단하는 우를 범하곤 합니다. 또 소유효과도 문제입니다. 소유효과는 자신이 보유한 것에 대해서는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편향입니다. 그래서 자사가 보유한 사업에 대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사업부 퇴출 같은 의사결정을 제때 하지 못해 손해를 봅니다. 이런 접근은 다양한 대안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못하지만 치명적으로 잘못된 의사결정을 막는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철학은 무척 흥미롭게도 직감에 따르는 것입니다. 너무 비과학적이라구요? 물론 한계도 많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직감도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학자들의 연구 결과, 과거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현란한 통계분석을 활용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과, 그냥 ‘n분의1’로 여러 펀드에 돈을 넣는 것과 성과는 거의 같았다고 합니다. 또 미국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두 도시의 이름을 알려주고 어느 쪽 인구가 많은지 예측하게 해봤더니, 미국 도시보다 독일 도시 이름을 보여줬을 때 점수가 더 높았다고 합니다. 반대로 독일 학생들은 독일 도시보다 미국 도시 문제를 더 잘 맞췄다고 합니다. 복잡한 계산보다 인지도 같은 것에 기초한 어림셈법이 더 정확한 판단을 유도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연구를 한 학자들의 논문 제목도 ‘우리를 똑똑하게 만드는 어림셈법simple heuristics that make us smart’입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 가지 칼을 적절한 상황에서 제 때 빼내서 사용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전통적인 합리적 의사결정 기법은 믿을만한 데이터가 존재할 때, 집단적 의사결정을 할 때 굉장히 유용합니다. 두 번째, 휴리스틱과 편향을 막는 방법들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예방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에 주요 휴리스틱별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편향이 없었는지 점검해보는 것만으로도 의사결정의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또 휴리스틱은 협상에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에도 유용합니다. 마지막 직감은 믿을만한 과거 데이터가 없을 때 유용합니다. 대형 재난이나 큰 사고 등 확률 계산을 할 시간이 없을 때에도 직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직감을 키우는 것도 매우 유용합니다. 직감을 키우는 데 정도는 없습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시사하는 것처럼 직간접적인 사업 경험을 해보면서 시장의 반응을 꾸준히 학습해야 직감이 정확해집니다. 실제 노련한 경영자게에 데이터와 직감 중 뭐가 더 중요하냐는 질문을 던져보면 현장에선 직감이 조금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데이터, 휴리스틱, 직감, 3가지 칼을 상황에 맞게 꺼내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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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Harvard Business Review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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