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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치 목표의 역설
2017-08-14 | 장재웅 에디터

안녕하세요, 장재웅입니다.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원대한 꿈을 가져야 한다.” 경영현장에 계신 많은 분들도 이런 주장에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 바로 잭 웰치 전 GE회장입니다. 그는 전 세계에서 1, 2위 사업이 아니면 철수하겠다는 소위 ‘스트레치 목표’, 즉 역량의 한계를 뛰어넘는 큰 목표를 조직원들에게 독려해 독보적인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경영계에서 전설적 베스트셀러가 된 ‘Good to Great’를 쓴 짐 콜린스도 소위 비핵(BHAG), 즉 Big Hairy Audacious Goal, 우리말로 하면 크고 아슬아슬하며 담대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달성하기 쉽지 않은 스트레치 목표를 세우면 구성원들이 기존 업무 관행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일하게 돼 보다 높은 성과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은 경영계의 상식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스트레치 목표가 항상 성공을 보장해줄까요? 현실에서는 GE처럼 스트레치 목표로 크게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자주 목격이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야후입니다. 2012년, 침체된 야후의 구원투수로로 등장한 머리사 메이어 CEO는 경우 취임 일성으로 “야후를 다시 IT업계 '빅4‘ 수준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선언과 함께 5년 안에 두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매우 도전적인 8가지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스트레치 목표 중 대부분은 달성되지 않았고 결국 2017년 1월 10일 CEO자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야후 역시 인터넷 사업부문을 미국 최대통신업체인 버라이즌에 매각하면서 사명을 알타바로 바꾸게 됩니다. 조직행동 분야의 거장급 연구자인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의 심 시트킨 교수 등은 이런 현상을 지켜보며, 과연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치 목표가 통하는지, 또 어떤 상황에서는 통하지 않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했습니다. 시트킨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스트레치 목표로 성과를 내려면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최근 성과가 좋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좋은 성과를 낸 조직에서 스트레치 목표가 제시되면 조직원들이 낙관적 태도를 취하며 유연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서 스트레치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반면 최근 성과가 좋지 않은 기업에서 스트레치 목표가 제시되면 직원들은 도전적인 목표를 오히려 위협으로 인식하고 방어적 태도를 취하거나 공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는군요. 실제로 스포츠 분야에서도 최근에 안타를 많이 쳐서 자신감을 가진 선수가 기회를 더 잘 살려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기업 경영에서도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조직원들이 스트레치 목표를 달성할 확률을 더 높여줍니다. 스트레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은 여유자원입니다. 돈이나 시간 등 여유자원이 많은 상황에서 도전적 목표가 제시되면 조직원들은 전혀 다른 부서, 혹은 전혀 분야의 아이디어를 탐색하거나, 과감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실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 개발팀은 1년 내에 연료 효율을 100% 높인다는 매우 담대한 목표를 갖고 있었지만 워낙 여유 자원이 많아서, 무려 80개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실험해 본 다음에 성공가능성이 높은 4개의 기술을 확보해 최종 후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정리해보면, 최근에 성공을 경험한 기업, 그리고 여유자원이 많은 기업에서 스트레치 목표가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매우 열악한 상황에 처한 기업들, 즉 최근 성공경험도 없고, 여유자원도 부족한 기업들이 스트레치 목표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앞서 야후의 사례처럼 임기 안에 뭔가 보여주고 싶은 리더의 조급함이 스트레치 목표와 결합해 조직에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럽 자동차 생산업체 오펠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오펠은 2001년에만 5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낼 정도로 어려운 상황을 겪었습니다. 디자인과 품질에 문제가 있었고 경쟁까지 치열한 상황에서 오펠은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오펠은 2년 이내에 흑자로 전환한다는 스트레치 목표를 세웠습니다. 실적이 부진한데다 여유자원도 없는 상태에서 스트레치 목표가 추진되자 직원들의 사기는 더 떨어졌다고 합니다. 결국 오펠의 모기업인 GM은 14년간 이익을 내지 못한 이 사업부의 매각을 추진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에 성공적이지도 못했고, 또 여유자원도 없는 조직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트킨 교수 등은 당장 스트레치 목표를 추구하지 말고, 작은 성공을 먼저 추구하라고 말합니다. 즉, 스트레치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사전 토대를 구축하라는 것입니다. 오길비앤마더 라는 광고회사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오길비앤마더는 1990년대 실적 저하로 위기에 빠졌습니다. 새로운 CEO는 크고 담대한 목표를 제시하기보다 업무관행 개선, 재무적 통제 강화, 고객 보안 강화 등 단기 성과에 영향을 끼치면서 비교적 쉽게 개선할 수 있는 목표 달성에 집중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재무적으로 여유 자원을 확보하고, 조직원들이 성공 경험을 축적하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이 회사는 불과 5년 만에 회사를 과거와 같이 탄탄한 기업으로 돌아왔고 매출도 20억 달러나 늘렸다고 합니다. 작은 성공 자체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작은 성공을 체험하면 나중에 더 크고 야심 찬 목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 자신감도 생길 수 있습니다. 작은 성공과 함께, 스트레치 목표의 또 다른 성공 요소인 여유자원 확보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합니다. 비효율적인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M&A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다른 회사의 자원을 활용하는 게 가장 전형적인 여유자원 확보 방법입니다. 이외에도 자본을 확충하거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부채의 경우 리스크도 감안해야 합니다. 이 외에 필자들은 학습이란 대안도 제시합니다. 전문가와 협력하거나 시행착오 등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도전적 목표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카콜라의 사례는 여유자원 확보를 통해 도전적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지난 2007년 코카콜라는 2020년까지 코카콜라가 음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한 물과 같은 양의 물을 지역사회에 되돌려주겠다는 담대한 목표를 추진했습니다. 과거에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목표였기 때문에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지만, 코카콜라는 차근차근 자원을 확보하면서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술적 옵션을 시험해보는 데 3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학습을 하게 됐고,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예상보다 5년이나 빠른 2015년에 목표치를 초과달성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성과가 좋지 않거나 여유자원이 없는 기업들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살펴봤는데요, 이와 달리 성과도 좋고, 여유자원도 많은 조직이라면 스트레치 목표 실행에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조직에서는 담대한 목표를 추진하면 성공 확률이 높긴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조직원들의 현실 안주 성향입니다. 현재 성과도 좋고 자원도 많은 조직일수록 현실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조직에서 스트레치 목표를 제시하면 조직원들이 반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조직원들이 위기의식을 갖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자들이 혁신을 주도했을 때 어떤 일이 발?暉?수 있는지 경각심을 갖게 해야 스트레치 목표가 실행될 수 있습니다. 실제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회장은 임원들에게 머크 경쟁자 입장이 돼서 어떻게 혁신할지를 상상해보라고 독려하면서 위기의식을 불어넣어 스트레치 목표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기업이 잘 나갈 때 혁신을 추진해야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해야 합니다. 잘 나가고 있을 때 혁신을 게을리 했던 코닥이나 노키아 등의 사례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크고 담대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만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트레치 목표는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조직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성과와 여유 자원이라는 성공의 전제 조건을 잘 파악하고 스트레치 목표를 활용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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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웅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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