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반 세계화, 반 기업 정서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산층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각 나라 정부가 자국 기업을 우대하고 수입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높이거나 비관세장벽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인 인물이죠. 또 중국에서는 현지 정부가 한국 기업들의 영업을 억압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것 역시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밖에도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법인세를 조정하는 것 역시 전 세계적으로 기업활동을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고 또 해외 공장도 많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는 이런 국제 정세 변화가 불안 요소로 작용하는데요, 이렇게 정치와 기업 경영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시대에는 기업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뉴욕대 판카즈 게마와트 교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트럼프시대 기업의 세계화 전략을 3 단계로 제시했습니다. 하나씩 보시죠. 첫째, 어느 시장을 노릴 것인지부터 과거보다 훨씬 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우리는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니까 전 세계가 우리의 시장이다’는 식의 접근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사실 하나의 통합된 글로벌 시장이라는 건 원래부터가 환상입니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시장은 지역별로 파편화 되어있죠. 자동차 산업만 봐도,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모두 활약하고 있는 회사는 도요타 하나 뿐입니다. 나머지 메이커들은 모두 시장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투자 측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임금 국가들도 이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 자본을 가려서 받습니다. 그러니 우리 기업들도 ‘세계 경영’을 하겠다는 큰 꿈을 품는 것보다는 잘 할 수 있는 국가와 시장 몇 개에만 집중하자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합니다. 둘째, 국내외 시장에서의 사회적 평판에 대해서도 미리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요즘은 소셜미디어가 워낙 발달해서요, 사소한 실수 하나로 기업의 명성이 하루아침에 망가지는 일이 빈번합니다. 어느 나라든 소비자들은 자국 기업의 실수보다 외국기업의 실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러니 해외시장에서는 현지의 사회적 평판을 쌓는데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단순히 현지 법과 규제를 준수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현지에서의 일자리 창출, 기술 이전과 같은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어필해야 합니다. 글로벌기업의 대명사인 GE, 제너럴일렉트릭은 더 이상 저임금국가의 노동력을 이용해 비용우위를 창출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대놓고 하지 않습니다. 괜히 현지에서는 착취하는 해외자본이라는 나쁜 이미지만 생기고, 미국에서는 또 일자리를 해외로 빼돌리는 기업이란 나쁜 이미지만 생긴다는 것이죠. 대신에 각 국가에서의 매출을 늘리고 각 시장 특성에 맞게 적응해나가는 현지화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식으로 포장합니다. 셋째, 사회적으로 반기업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이슈에 대해 기업이 역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인상이나 증세와 같은 정책에 대해서 기업계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차피 여론의 방향이 그 쪽으로 정해졌다면,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이전에 기업이 먼저 그런 정책들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냄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세계화의 이점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정부와 또 소비자와 소통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로니 갭’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세계화의 영향력을 사람들이 현실보다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사실 일자리 감소와 같은 사회문제는 세계화 때문이라기보다는 공장자동화와 IT기술의 발달 같은 측면이 큽니다. 기업인들은 그냥 조용히 사업에만 신경쓰고 있다가 여론재판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규제의 덫에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론을 꼭 적으로 돌릴 필요야 없겠지만 따져볼 건 따져보고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소통에 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규제와 여론이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컨설팅펌 BCG는 기업이 당장의 시장경쟁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거시경제적 측면에서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시대, 우리 회사는 충분히 대비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