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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의 의견은 항상 옳다? 전략의 노이즈를 줄이는 법
2017-08-21 | 장재웅 에디터

안녕하세요, 장재웅입니다. 여러분들은 전문가의 판단을 얼마나 신뢰하십니까. 아마도 상당히 신뢰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기가 전혀 모르는 분야일수록 전문가의 판단을 곧이곧대로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전문가들의 판단이 항상 옳을까요?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그렇지 않은 사례들을 종종 목격하고는 합니다. 예를 들어, 의사들은 같은 환자를 두고도 다른 진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어느 한 병원에서는 암 판정을 받았는데 다른 병원에서 오진이었던 것이 밝혀지기도 하듯이 말이죠. 신용평가기관 감정인이나 보험업체 손해사정사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같은 자료를 놓고도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의사 결정이 현재의 기분이나 마지막 식사 시간, 날씨 등 엉뚱한 요인들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판단은 어떤 상황에서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의 대가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인간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을 ‘노이즈(noise·잡음)’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리고 판단 오류를 유발하는 노이즈가 많을수록 기업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고 경고했습니다. 카너먼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줄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했습니다. 그 핵심 아이디어를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노이즈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판단과 결정에서 나타나는 오류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소수집단에 대한 고정관념 같은 ‘사회적 편향성’이나 지나친 자신감과 근거없는 낙관주의 같은 ‘인지적 편향성’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노이즈도 오류의 한 유형입니다. 욕실에 체중계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내가 이 체중계에 올라갔을 때 올라갈 때마다 다른 무게가 나온다면 노이즈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결같이 실제 몸무게보다 5kg적은 무게가 나온다면 이는 편향성은 있을지언정 노이즈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노이즈는 자주 발생합니다. 같은 데이터라도 서로 다른 상황에서 제시되면 전문가들조차 매번 다른 판단을 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각기 다른 날 주어진 업무의 완성 시간을 추정하게 하면 그들은 평균 71%나 다른 시간을 제시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병리학자에게 조직검사 결과의 심각성을 두 차례 평가하게 했을 때 그 결과 사이의 상관관계는 0.61(만점 1.0)에 그쳤습니다. 그들의 진단이 꽤 오락가락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에 대해 카너먼 교수는 “판단이 내려지는 곳에는 노이즈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노이즈의 폐해를 측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금 내린 의사결정의 결과는 시간이 한참 지나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테면 대출 담당 직원은 최소 몇 년을 기다려야 자신이 승인한 대출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거부당한 대출 신청자에게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는 알아낼 방법도 없죠. 또 기업들은 직원들의 다양한 판단에 노이즈가 개입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도 합니다. 숙련된 전문가들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직장 내 동료들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임직원이 많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에 대해 과도한 기대감을 갖는 조직원도 상당수 입니다. 많은 기업은 노이즈가 심각한 의사결정의 편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이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사례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노이즈 검사가 중요합니다. 노이즈 검사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노이즈 문제를 표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필요합니다. 특히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한데요. 어떤 결과가 나와도 경영진이 그 결과를 기꺼이 수용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갖춰져야만 성과를 볼 수 있습니다. 카너먼 교수는 노이즈 문제를 가장 철저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컴퓨터 알고리즘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 단순한 통계 알고리즘을 활용한 예측과 결정이 전문가의 결정보다 정확하다는 사실은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의 가장 큰 장점은 노이즈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죠. 인간과 달리 컴퓨터는 특정 공식을 활용해 투입한 정보에 대해 늘 한결같은 판단 결과를 내놓기 때문입니다. 카너먼 교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복잡한 통계 방법으로 분석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중요한 몇 가지 데이터만 입력해서 만든 알고리즘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알고리즘을 만든다면 상식적인 선에서 채무불이행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를 우선 추출하면 됩니다. 대표적으로 대출자의 현재 자산, 신용도, 연봉 등이 채무불이행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이런 변수들이 실제 대출자의 채무불이행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과거 데이터를 통해 간단한 통계 방법론으로 분석해서 규칙을 찾아내면 어렵지 않게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양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이처럼 단순한 방법으로 만든 알고리즘을 활용한 예측이나 의사결정의 질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 단순한 알고리즘만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위험한 측면도 있습니다. 복잡한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컴퓨터 알고리즘의 결과물에 대해 인간의 판단력이 더해져야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염두에 둬야 합니다. 즉, 알고리즘의 통제권은 계속 인간이 가져가야 합니다. 알고리즘은 최종 결정을 내리는 전문가들의 참고자료로 활용돼야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미국 판사들이 피고를 가석방해야 할지를 판단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알고리즘인 ‘공공안전평가’는 컴퓨터의 판단을 참고하되 최종 결정은 인간이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입니다. 미국 켄터키 주에서 이 시스템을 6개월 동안 사용해본 결과 석방된 피고인들의 수는 늘어났지만 이들의 범죄율은 오히려 1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알고리즘과 판사들의 판단이 결합하면서 이전보다 더 정확한 결정을 했다는 게 입증된 셈입니다. 기업에서 판단 오류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엄청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간단한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런 손실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조직 내의 강력한 저항이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특정 환경에서는 알고리즘을 만들기가 불가능한 상황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알고리즘 외에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의사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게 대표적인 대안입니다. 여러 전문가가 함께 토론을 하고 정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노이즈를 없앨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수가 함께 논의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목소리가 큰 한 사람이 전체의 의견을 특정 방향으로 몰아 갈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항을 따로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꼼꼼하게 필요한 항목을 검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또 참석자들이 사전에 회의 안건을 꼼꼼히 검토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와 시간도 확보해주는 것도 바람직한 대안입니다. 인간의 판단력과 알고리즘을 결합하는 것, 의사결정 과정에서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는 것, 조직의 노이즈를 줄여 비용을 감소하는 매우 훌륭한 대안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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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웅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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