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진서입니다. 인간은 어떤 문제에 부딪힐 때, 그 문제를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해결책부터 찾으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특히 기업의 관리자들은 이런 성향이 더욱 강합니다.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항상 갖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어떤 문제를 발견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려 들기 전에 먼저 그보다 더 중요한 진짜 문제는 없는지 질문을 던져보는 게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제가 돈을 많이 벌어서 강남에 빌딩 하나를 샀습니다. 근데 이 빌딩에 엘리베이터가 노후해서 속도가 느리다고 입주사들이 불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점심시간엔 줄이 길게 늘어섭니다. 일부 임차인들은 이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사무실을 빼겠다고 협박까지 합니다. 이런 경우 엘리베이터를 교체하거나 최소한 엘리베이터 작동 알고리즘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를 다시 프레이밍해보죠. 과연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속도가 느리다는것 때문에 불만을 갖는 것인가? 이분들의 진짜 문제는 우두커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게 지겹고 싫다는 것이죠. 문제를 이렇게 리프레이밍하면 좀 더 쉽고 저렴한 해결책들이 나옵니다. 층마다 점심시간에 시차를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이런건 어떨까요. 엘리베이터 앞에 대형 거울을 부착하는 겁니다. 또 음악을 틀어주고, 손 세정제를 설치하고, 와이파이가 빵빵 터지게 해주는 겁니다. 이런 장치만으로도 사람들은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을 훨씬 덜 지루하게 생각할 겁니다. 또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유기견 보호소에 가보면 상황이 열악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개 수용용량에 비해 수용된 개들의 수가 너무 많죠. 개들을 입양보내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동물보호단체들은 입양 희망자가 개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지를 아주 엄격하게 심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가 인간에게 두 번 버림받을까봐 염려하는 거죠. 그런데 로스엔젤레스의 도그레스큐라는 단체가 이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애초에 사람들이 왜 키우던 개를 버릴까? 이런 질문을 던져본겁니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개를 버리는 사람 중 30%는 생활여건상 어쩔 수 없이 버린다고 합니다. 가난한 가족이 이사를 갔는데 그곳의 집주인이 개를 키우려면 보증금을 더 내라고 했다는 식이죠. 아니면 광견병 예방주사 10달러 맞출 돈이 부족하다든가요. 도그레스큐는 그래서 개를 버리러 오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이 개를 더 키우고 싶다면 우리가 재정적으로 도와주겠다’고 제안을 합니다. 이런 제안을 받은 사람중 75%가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수용소에 두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들고, 개도 행복하고 사람도 행복한 결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부?姑?회사에서, 이렇게 문제 리프레이밍을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 일곱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독립 컨설턴트인 토마스 베델-베델스보르그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소개한 방법입니다. 첫째, 정당성을 확보하라. 동료들에게 문제 리프레이밍의 중요성을 먼저 일깨워줘야 합니다. 회의에 들어가면 다들 해결책 찾는데만 바쁜데요, 그럴 땐 30초만 투자해서 방금 전 소개해드린 엘리베이터 문제 이야기를 해주면 대부분의 경우 리프레이밍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게 됩니다. 둘째, 토론에 외부인을 끌어들여라. 맨날 모이는 멤버들끼리 모여서 회의해봐야 색다른 시각을 얻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우리의 세계를 이해하지만 거기에 완전히 속하지는 않는 사람을 모셔서 의견을 청합니다. 예를 들어 경영진 옆에서 일하는 비서나 총무직원을 초대합니다.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게 아니라 문제에 대한 그 사람의 느낌을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 셋째, 사람들에게 문제를 종이에 써서 정의해보라 합니다. 회의에서 같은 문제에 동의한 것처럼 보여도 한 달 후에 물어보면 각자 기억하는 바가 다른 경우들 있으셨죠? 이럴 땐 자신이 기억하는 문제의 정의를 종이에 적으라고 요구해보는 겁니다. 그러면 거기에서 생각지 못한 통찰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자가 참여한 어떤 건설회사의 중역 회의의 경우는, 문제를 제시하라 했더니 ‘우리 팀은 무엇을 하지 않는다 ’시장은 무엇을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적었을 뿐 ’나‘라는 단어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걸 보고 사람들은 깨달았습니다. 지금 우리의 진짜 문제는 책임의식 부족이었구나 하구요. 넷째, 무엇이 빠졌는지 질문하라. 어떤 문제점을 한 번 묘사하고 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세부사항에 집착하게 되고, 거기 나오지 않은 내용에 대해선 관심을 갖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우리가 빠뜨린게 뭐지?’라고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어떤 기업의 회사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보죠. 주당이익, 부채비율, 자산가치 등 온갖 숫자들을 놓고 고민만 할 게 아니라, 회사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얼마나 친절하게 설명해주는지, 담당자가 얼마나 고위직급인지 등도 중요하다는 걸 빼먹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섯째, 여러 범주를 고려하라. 미국의 어린이 TV채널 니켈로디언이 스마트폰용 앱을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 앱을 다운만 받고 사용등록을 잘 하지 않았습니다. 이 회사의 UX/UI 전문가들이 달려들어서 아이들의 손동작을 유심히 관찰했지만 왜 그런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UX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감정의 문제였습니다. 앱을 실행시키면 최초 한 번은 케이블TV 비밀번호를 넣어야만 사용등록이 되는데, 아이들에게는 이것이 금지된 영역이라는 신호로 다가가기 때문입니다. 니켈로디언은 그래서 문구를 하나 추가했습니다. “부모님에게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물어도 괜찮다”고요. 앱 등록 비율이 10배로 올랐다고 합니다. 여섯째, 긍정적인 예외사항을 분석하라. 문제가 생기지 않았던 상황을 살펴보고 대체 뭐가 달랐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매주 지루하게 진행됐던 회의가 오늘 유난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면, 됐다면 대체 뭐가 달랐을까? 오늘 처음 참석한 사람이 있었는가 생각해봐야겠죠. 일곱째, 목적에 의문을 제기하라. 유기견 보호소의 목적은 더 많은 개를 받아들이는 것일까요? 아니면 더 많은 개가 원래 주인과 함께 살도록 돕는 것일까요?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프가니스탄 같은 곳에 파병된 군대의 목적은 적을 패배시키는 것일까요 아니면 현지 국민을 우리 군대의 편으로 만드는 것일까요? 항상 우리의 궁극적 목적이 무언지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일곱가지 리프레이밍 방법론을 알려드렸습니다. 사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류의 리프레이밍 방법론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사람들이 번거롭게 생각한다는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처음에 소개드린 엘리베이터 사례를 딱 30초 동안 설명하는 것입니다. 문제를 차근차근 리프레이밍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동료들을 설득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저자는 조언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