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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생태계, GE처럼 적응하라
2017-09-18 | 장재웅 에디터

안녕하세요, 장재웅입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각 산업별 대표기업들이 디지털 기술을 앞세운 신생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자원을 갖고 있으며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쌓아온 전통적인 유통업체들이 역사도 짧고 유통업에 대한 노하우도 부족했던 아마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게 좋은 사례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이미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 등을 비롯한 경영학자들이 일부 해답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각종 성과 측정 지표, 자원 배분 프로세스, 인센티브, 채용 승진에 대한 접근법 등 기업의 모든 내부 시스템이 기존 사업 모델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구축됐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어진다는 것입니다. HBR은 여기에 덧붙여 또 한 가지 이유를 제시합니다. 기존 기업에 비해 신생 기업들이 양질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버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버의 성공은 빅 데이터의 성공이 아닙니다. 오히려 고객으로부터 직접 얻은 스몰 데이터 덕분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우버는 택시 이용객의 이용 습관을 분석하는데 굳이 대량의 택시 이용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빨리 깨달았습니다. 잠재적인 승객이 ‘어디에’ 있을 때 ‘언제’ 택시를 호출하고 싶어하는지만 알면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우버는 이 정보를 얻는 열쇠가 고객의 스마트폰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합니다. 그래서 고객의 스마트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고객들이 택시 대신 우버를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고객의 세계에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우버의 사례처럼 기업이 고객과 보다 가까운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면 고객으로부터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탄탄한 네트워크 효과와 고객 피드백 순환고리를 만드는 등 엄청난 신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 관계를 바꾸는 게 정말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존 비즈니스 관행을 바꾸고 파트너와 결별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 대기업들이 디지털 기업들에게 뒤쳐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측면 때문입니다. 대기업들은 보통 소프트웨어만으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합니다. 성공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를 혁신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제품 유통 방식과 서비스 방식도 바꿨습니다. 스마트홈 솔루션 업체 네스트가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네스트의 창업자인 토니 파델은 네스트가 초반 경쟁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차별화를 꾀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첫 출시 제품인 ‘러닝 서모스탯’을 구매자가 직접 설치하는 DIY용으로 내놓았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합니다. 이 전략 덕분에 네스트는 기존 유통 및 설치 전담 계약업체들을 통하지 않게 되면서 조금 더 고객의 니즈에 맞는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유통 채널을 버리기로 했기 때문에 네스트는 고객들에게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등 강력한 고객 관계를 구축해 소중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네스트의 사례처럼 기업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객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적절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과 채널 전략이 동시에 바뀌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유지해온 파트너 관계를 버려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혁신??대명사인 테슬라의 예도 흥미롭습니다. 테슬라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알고리즘, 센서 등 차량의 모든 부품을 엄격하게 자체적으로 제어하고 자체 유통채널, 서비스 네트워크, 충전소 네트워크까지 직접 관리합니다. 이런 통합형 모델 덕분에 테슬라는 고속 충전 배터리와 함께 자율 주행과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생산할 때 수반되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결국,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기업들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고객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됐고 이를 위해서는 기존 생태계 파트너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파트너들을 만드는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이런 변화를 잘 수행한 기업들로부터 몇가지 교훈은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로 트렌드 즉,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GE의 사례는 명확한 방향 설정의 중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2008년 회사의 장기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GE의 고위 임원들은 산업용 기계들이 머지않아 인터넷 기술의 영향을 받아 서로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제가 될지를 예상할 수는 없지만 명확하게 해당 트렌드를 읽어낸 것이지요. 지향점이 명확해지자 GE는 직원과 파트너사에 무엇을 요구할지 확실하게 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고객에게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앞날의 변화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갖게 되자, GE임원들은 기존 생태계의 파트너들에게도 기존 방식만으로는 협력 관계가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기존과는 다른 그리고 더 나은 측정지표를 개발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기존 성과 측정지표들은 수익성이나 매출액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그러나 성과를 기반으로 한 이런 지표들은 성숙단계에 와있는 비즈니스에는 잘 맞지만 디지털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유용성이 떨어집니다. 일례로 미국 의료기관인 카이저 퍼머넌트는 매출이나 수익 같은 일반적인 측정 지표의 비중을 줄이고 환자의 ‘건강 수명’을 최대로 늘리는 방안에 관심을 돌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지표를 강조하다 보면 카이저 퍼머넌트는 기존과 유사한 의료 인력을 채용하고 배치하는 업무 보다는 건강 관련 벤처기업 인수나 새로운 건강관련 기술의 확보 등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파트너사를 위한 상업적 기회를 창출하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GE는 산업인터넷 솔루션을 자체적으로 제작하면서 과거에 유사한 역할을 해왔던 컨설팅사의 매출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GE가 자체 개발한 솔루션에 어떤 기능을 추가해야 할 지에 대해 기존 파트너의 의견을 들으면서 업데이트를 한다면 기존 파트너사도 새로운 생태계에서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성과 측정지표를 바꾸고, 파트너사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다면 산업화 시대에 기업들이 새로운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작업이 한결 쉬워질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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