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장윤정입니다. 좋은 인재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인재를 잡아두는 것이지요. 하지만 결코 쉽진 않습니다. 아무리 인센티브와 승진 등 ‘당근’을 제시해도 이를 뿌리치고 이직하는 직원들은 생기고, 한번 가방을 쌌던 직원들을 붙잡긴 쉽지 않죠. 특히 성과급의 영향이 강한 영업직원, 즉 세일즈맨들의 이직은 빈번한 편입니다. 미국 영업사업의 연간 이직률은 27%에 달하는데 이는 근로자 평균 이직률의 2배 수준이죠. 세일즈맨들의 이직은 기업들로서는 큰 골칫거리입니다. 미국 기업들은 매년 영업사원 교육에 150억 달러, 성과급으로 8000억 달러를 지출하는데 직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투자금을 날리는 셈이니까요. 영업활동 자체에도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대체인력을 모집하는 동안 해당 직원의 자리는 공석이 됩니다. 신입사원이 들어온다 한들 처음부터 교육을 시켜 다시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하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관리자가 ‘사표’를 염두에 두고 있는 영업직원을 미리 파악해, 이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회사로서는 큰 이득일 것입니다. 조지아주립대 V.쿠마르 교수는 영업직원의 이직가능성을 예측하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미국의 한 대형 통신사의 매장 1058곳에서, 영업사원 6727명의 데이터를 모았다고 합니다. 영업사원이 달성한 성과 및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이직에 미친 영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했죠.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직원들이 이직가능성이 높을까요. 일단 실적이 좋고 고객만족도가 높은, 일 잘 하는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이직가능성이 낮았습니다. 직업에 대한 안정감과 성과급에 대한 기대, 성공을 보장받는데서 오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상태니까요. 또 일을 잘 못 하는 저성과자도 이직 가능성이 낮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성과가 좋지 않으니 ‘러브콜’을 보내오는 회사가 없어지고, 자연스레 이직의 문이 좁아졌다고 볼 수 있겠죠. 가장 이직률이 높은 그룹은 ‘어중간한’ 성적의 그룹이었습니다. 스타급 인재는 아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간그룹의 이직가능성이 제일 높다는 것은 조직에 반가운 소식은 아니죠. 더 주목할 것은 ‘동료효과’입니다. 동료효과(Peer Effect)는 동료의 행동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아서 개인의 행동이나 사고가 변화는 것을 말하는데, 실제로 각 매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이직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실 성과의 편차가 적은 기업에서는 영업사원들이 도전의욕을 잃고, 더 열심히 일할 동기를 찾기 어려워 회사를 떠나곤 합니다. 이렇듯 자의로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남아있는 사람들도 회사의 방향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배를 버리고 탈출하는 선원들의 모습을 이미 보았는데 배를 지키고 싶을까요? 여기에다가, 떠나간 동료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외부 취업기회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되는 것도 이직을 부추깁니다. 만일 자의가 아닌, 타인에 의해 회사를 나간 동료가 있다면, 관리자와 회사에 대한 불신이 생겨서 또 회사를 나가고 싶어지게 됩니다. 한 마디로 자의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이직은 조직에 전파된다는 얘기죠. 최근 들어 위 연구처럼 데이터 분석을 이직 등 노동시장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사관리 컨설팅 업체인 CEB에서는 근속기념일이나 대학 동기모임과 같은 개인적 차원의 경험이 타인과 자신의 직업성취도를 비교하고, 결국 이직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죠. 유타주립대 연구진은 마치 포커에서 상대의 수를 읽는 것처럼 ‘퇴사를 예상하게 하는 행동’ 13가지를 밝혀냈습니다. 여기에는 조기 퇴근, 업무집중력 저하, 중장기 목표가 부여된 업무 회피 등이 포함되었죠. 이번 연구는 여기에 더해 성과편차가 적거나 이직률이 오르는 상황에서 조직이 ‘동료효과’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동료들이 연달아 이직한 매장에 우두커니 남아있는 직원에게는 회사가 먼저 다가가 ‘너의 가치를 우리가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해줘야 합니다. ‘사표’를 꺼내기 전에 선제적인 대응을 하면 거의 100% 이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한 번 가방을 싼 사람은 잠깐은 붙잡을 수 있겠지만 결국은 떠나가기 마련입니다. 직원이 말하기 전에 회사가 먼저 고민을 들어주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