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승연입니다. 여러분 혹시 슈퍼오디오 CD라고 들어보셨나요? 아마 들어본 분이 거의 없을 겁니다. 처절하게 실패한 음악 저장/재현장치 포맷이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중반 당시 최고의 글로벌 기업이었던 소니와 필립스는 기존 CD음질을 넘어서는 최고의 음질을 구현해내기 위해 이 포맷을 만들었습니다. 1999년 말 최초의 슈퍼오디오 플레이어가 시장에 나왔지만, 소비자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시기에 바로 MP3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슈퍼오디오 진영이 원음에 가까운 오디오를 추구하는 사이, 음질은 약간 떨어졌지만 파일 크기를 줄인 새로운 포맷이 나왔고, 저렴한 가격에 수십개의 음악을 작은 기계에 담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매력에 소비자들은 푹 빠져들었습니다. 고객들은 차이를 구분하지도 못하는 ‘미친 음질’ 보다는 편리함을 선택했던 겁니다. 이 슈퍼오디오 CD사례는 혁신, 특히 기술혁신이 ‘기술’에만 집착할 경우에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줍니다. 성공적으로 기술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재 기준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미래에 가치 있게 여겨질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필수적입니다. 잘못 예측하면 타격이 큽니다. 슈퍼오디오 CD는 소비자들이 ‘휴대 용이성’과 ‘다양하고 저렴하게 듣는 음악’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걸 놓치고 말았기 때문에 벌어진 참사입니다. 그렇다면 미래에 사랑받을 제품과 서비스가 무엇인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요? 뉴욕대 멀리사 실링 교수와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제시하는, ‘최고의 혁신 수익률’ 3단계 방법론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1단계는 바로 ‘핵심요소 파악하기’입니다. 소비자들이 미래에 원할 가치의 ‘핵심요소’가 무엇일지를 잘 생각해보라는 겁니다. 자신들의 산업에서 3~6개의 핵심 기술요소를 고르고 나서, 소비자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일지를 생각해야 하는 겁니다. 기업에서 자동차를 처음 만들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자동차’가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운송수단으로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으면 ‘더 빠른 말을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요소는 ‘말’이 아니라 ‘더 빠른’이었던거죠. 그래서 자동차가 말이 달리는 속도를 넘어서고, 도로 인프라가 깔리게 되자 바로 자동차는 마차를 밀어내고 당시 ‘기술혁신의 최고 수익률’을 만들어 냅니다. 좀 더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이 표를 보시겠습니다. 각 기술 혹은 제품군별로 상위개념의 기술요소 특성이 나옵니다. 여기에서 다시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포인트가 어떤 것일지, 어떻게 조합하면 좋을지를 고민해보라는 겁니다. 기술혁신의 성공을 위한 두 번째 단계는 ‘위치 파악하기’입니다. 슈퍼오디오 CD의 경우 미래 고객들이 원하는 가치 파악, 핵심요소 파악에도 실패했지만 이 ‘위치 파악’에도 실패했습니다. 그 이전의 기술 즉 CD는 이미 인간의 가청 주파수내에서는 사실상 최고의 음질을 구현해냈는데요, 여기에서 음질을 아무리 높여도 소비자들은 효용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는 거죠. 기술과 인간의 관계, 소비자가 느낄 효용의 측면에서 위치 파악을 잘못했던 겁니다. 이걸 ‘효용곡선에서의 위치’라고 합니다. 실제로 슈퍼오디오 CD와 기존 CD음질의 차이는 강아지만 구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참 재밌고 웃기는 얘기인데, 비즈니스 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주 씁쓸한 얘깁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소비자에겐 ‘더 빠른차’에 대한 니즈는 거의 없지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소비자 효용이 한계에 달한 기술적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혁신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궁극적으로 혁신에 성공하기 위한 세 번째 단계를 이제 알아보겠습니다. 바로 ‘집중할 분야 정하기’입니다. 어떤 기술을 향상시키고 혁신해야할지 즉 핵심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했고, 효용곡선상 어디에 그 혁신요소가 있는지 위치파악을 했다면, 이제 진짜로 집중할 분야를 찾아야합니다. 즉 어떤 기술적 투자가 가장 큰 이익을 낼지 평가해야 합니다. 혈당 수치 모니터링 기기를 만드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고객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기술 특성을 나열한 뒤,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개선이 가능한지, 얼마나 개선이 쉬운지에 따라 각각 점수를 줬습니다. 그리고 ‘편안함’이라는 가치가 점수가 높게 나오자 이에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매번 피를 뽑지 않아도 되는 기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지금 제 뒤에 있는 매트릭스가 바로 그 헬스케어 업체가 점수를 매겨 집중할 분야를 찾았던 실제 표입니다. 이런 방식의 매트릭스는 대부분의 기술혁신 분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혁신 3단계 전략의 핵심은 결국 기업이 스스로 기술에 집착해서 하는 혁신을 하지 말고 시장이 원하는 혁신을 제대로 파악해서 하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실링 교수는 또 하나의 재미난 케이스를 들려줍니다. 미국의 한 금융정보 서비스 회사는 고객들에게 데이터를 전달하는 전송속도를 올리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는데요, 이미 나노초 단위까지 간 데이터 전송속도 혁신에만 집중하던 이 기업이 어느 날 문득 깨닫습니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혁신이 고객이 실제로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기술적 요소와는 거리가 있었다는 거죠. 이미 효용 곡선상에서 정점에 오른 속도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속도 경쟁은 그만두고, 차별화된 분석을 제공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데 집중했습니다. 이 앱은 미국 3대 금융앱에 꼽힐 정도로 대박이 났다고 합니다. 강아지만 구분할 수 있는 혁신을 해버린 슈퍼오디오CD와 같은 참사를 막고 수익률 높은 혁신, 성공한 혁신을 할 수 있었던 겁니다. 4차산업혁명이니 인공지능이니 빅데이터니 하면서 요새 많은 사람들이 다시 ‘기술혁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정리한 기술 혁신성공의 3단계 방법을 꼭 염두에 두고 실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