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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기업도 디지털 ‘허브’가 되자
2017-10-05 | 이미영 에디터

안녕하세요, 이미영입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이제는 단순히 인터넷 검색엔진이나 SNS회사라고만 부를 수 없게 됐습니다. 자율주행차, IoT, 금융서비스 등 손이 닿지 않는 사업이 없을 정도로 거침없이 성장합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데이터 덕분입니다. 기존 사업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다른 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죠. 텐센트의 위챗이 대표적입니다. 위챗은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인데요, 유저가 10억 명입니다. 이 10억 명의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온라인 뱅킹, 엔터테인먼트, 교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를 ‘허브 기업’ 혹은 ‘허브 경제’라고 부릅니다. 기업은 무한대로 성장하고, 소비자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니 좋은 점도 있지만 걱정되는 점도 있습니다. 허브경제 기업이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선점하고 무한대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이윤을 독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경쟁적 병목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극소수만 혜택을 받고, 오히려 IT기술과 서비스가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많은 기업이 경쟁에서 도태되면 일자리가 줄어듭니다. 허브 기업은 대부분 소수의 엔지니어와 인건비가 싼 단순 인력으로 양분돼 있는데다 서비스가 자동화돼 있습니다. 사람의 손을 덜 필요합니다. 자동차 제조업, 유통업, 미디어 업계 등에서 해고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겠죠. 남의 일이 아니고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허브경제 기업에 맞서는 전통적인 일반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마도 지금 이 비디오를 보시는 여러분 대부분이 이런 전통 기업에서 일하고 있을 텐데요, 자동차 업계를 한번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자율주행차가 많이 거론되고 있죠? 만약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편화된다고 가정해보죠. 그렇게 된다면 출퇴근하는 시간에 사람들은 다른 활동들을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선 출퇴근이 보통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 시간 동안 차 안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다른 활동들을 할 수 있겠죠. 애플이나 구글 등 허브 기업들의 몸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약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을 한다면 자동차는 더 이상 그 외관이나 기능으로 제품 차별화를 하기 어렵습니다. 또 이는 자동차 보험, 도로 설계 등 다른 산업으로 영향력이 확대됩니다.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주도권을 잃을 수밖에 없겠죠. 우버나 리프트 등 운송업체들이 자율주행기술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이 상황을 이겨낼 방법이 있습니다. 자동차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법입니다. 단 중요한 것은 자동차 시장에 새로 진입한 경쟁자와 전략적으로 협업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GM은 차량 공유서비스인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했고, 월 사용료를 내고 고급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다임러처럼 자체적으로 디지털 기업의 차량공유서비스 모델을 직접 도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존에 경쟁했던 기업들과의 전략적인 협업도 중요합니다. 폭스바겐, BMW, 다임러는 최근 컨소시엄을 구성해 데이터 맵핑 및 위치 서비스의 선두업체인 나브텍을 인수했습니다. 자율주행차 경쟁력을 키워 구글과 애플이 통제하고 있는 경쟁적 병목현상을 견제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자동차 기업뿐만이 아닙니다. GE는 GE 디지털 얼라이언를 결성해 거대 IT기업에 대항하고 있습니다. GE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프레딕스에 인텔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 AT&T와 같은 통신사 등이 함께 손을 잡고 공장 등 산업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Io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구글, 아마존 등이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공하는 IoT 서비스에 맞서기 위한 것입니다. 거대 IT기업들의 네트워크, 데이터 선점으로 전통 제조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 좌절하기는 이릅니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존 경쟁 기업들이 힘을 합쳐 함께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등 스스로가 허브 경제에 대항하는 새로운 허브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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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영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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