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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마라톤 회사의 고민: 우수고객 VIP 프로그램 도입할까?
2017-10-19 |

안녕하세요, 고승연입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께 들려드릴 내용은 아주 재미있는 비즈니스 케이스입니다. 아시다시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는 매 호 케이스스터디가 하나씩 실리는데요, 보통 딜레마 상황에 처한 기업이 나오고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지 독자들한테 묻는 방식입니다. 이번에는 한 익스트림 레이스 운영회사의 고민이 주제입니다. 마르코 베르티니 에사데 경영대학원 부교수와 런던경영대 마케팅 교수인 네이더 타바솔 리가 함께 작성한 케이스스터디입니다. 이 회사는 정규 마라톤 코스 거리인 42.195km를 크게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거리를 달리는 ‘철인 경기’같은 레이스를 운영합니다. 진정한 운동 마니아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한다고 합니다. 이 철인경기회사는 사실 열렬한 경기 참가자들이 너무 갑자기 늘어서 문제가 됐습니다. 미국과 유럽 전역에 걸쳐 50개 이상의 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 참가하는 사람들은 자기를 소개할 때에도 이름을 말하고 참가횟수를 말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고승연 7회입니다. 이런 식으로요. 그만큼 프라이드와 팬심이 강하다는 것이겠죠. 그러다보니 경기 참가 신청을 하는 것 자체가 엄청 힘들어졌습니다. 참가 신청을 받는 곳엔 연차를 내고 심지어 비행기를 타고 사람들이 와서 줄을 서지만 다들 기다리느라 지치게 됩니다. 그래서 일부 참가 티켓을 온라인에서도 팔지만, 사이트의 참가신청 페이지는 늘 열자마자 서버가 다운되거나 순식간에 신청이 마감되는 상황을 겪게 됩니다. 고객들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철인경기회사에 온지 얼마 안 된 CMO, chief marketing officer는 큰 고민에 빠집니다. 그리고 아이디어 하나를 냅니다. 바로 특별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겁니다. 우리 돈으로 한 160만원정도를 내면 모든 레이스에 우선 입장할 수 있는 프리미엄 회원권 같은 거죠. 시장조사를 해봤더니 이런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선 오프라인 등록을 하러 오는 사람들은 교통비에 숙박비 등으로 1년에 160만원 정도 되는 경비를 쓰고 있었습니다. 물론 참가비 40만원은 별도구요. 또 혹시나 급한 사정이 생겨서 레이스에 참가를 못할까봐 아예 몇 군데 레이스를 한꺼번에 등록해두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럼 매 레이스마다 등록은 됐으나 참가하지 않는 사람도 꽤 있다는 거죠. 그 사람들 때문에 진짜 참여할 사람들은 등록도 못한 셈이 되는 겁니다. 이 특별 멤버십을 도입하면 프라이드 강한 열성 참가자들은 더욱 프라이드를 갖게 될 것이고, 줄을 서거나 초조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온라인 등록을 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기에 꽤 좋은 방법이 될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동안 줄서기 엄두가 안나서, 온라인에서 재빠르게 마감되는 등록이 짜증나서 레이스를 신청하지 않던 신규 참가자도 들어올 것이라는 게 CMO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창업자 겸 CEO가 반대를 합니다. CEO도 사업을 더 확장해야한다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더 많은 이들이 레이스를 준비하고 즐기는 삶을 누리는 것을 중시할 뿐, 이익에만 집중하는 건 찜찜해 하는 거죠. CEO가 탐탁지 않아 하는 걸 보고 처음 특별멤버십 제안을 한 CMO가 SNS에 올려서 반응을 보자고 말합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이 철인경기회사 경영진은 격렬한 반대 댓글로 점철된 SNS 반응을 받아보게 됩니다. “160만원짜리 멤버십이라니. 뭐 유니콘 가죽으로 만드냐?”, “진짜 철인, 진짜 운동선수들이 아니라 새치기나 하려고 돈을 더 내는 그런 팔자좋은 ‘주말전사’들과 함께 경기하라는 얘기냐?” 뭐 엄청 반발이 심했습니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긍정적 반응이 부정적 반응보다 3배나 많았지만, CEO는 아무래도 극렬히 저항하고 비판하는 목소리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CMO를 비롯해 ‘특별 멤버십’을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경영진들은 여전히 이 새로운 멤버십 제도가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격렬한 SNS 반응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 건 사실입니다. 경영자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습니다. CMO를 주축으로한 한 편에서는 마니아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SUV시장에 뛰어들어 성공한 포르쉐를 사례로 들며 강행을 주장했고요, CEO와 또 일부 경영진은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면서 오히려 ‘힙’함을 잃어버린 닥터마틴 사례를 들며 계속 반대했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케이스스터디가 항상 그렇듯, 이 아티클도 역시 각각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가진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듣습니다. 먼저 축구팀 인터밀란의 CEO,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COO등을 지낸 한 스포츠 전문가는 특별멤버십을 도입하라고 조언합니다. 이 철인마라톤 경기에 등록하거나 축구경기 시즌권을 사는 것은 우유를 한 통 사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소비라는 겁니다. ‘투자를 했다’는 느낌이 강한 경험재이기 때문에 그만큼 좋은 경험을 제공해야한다는 거죠. 지금처럼 줄을 서고 힘들게 등록하는 경험이 지속되면 문제가 생길 거라는 얘깁니다. 다만 일방적으로 문제는 해결하지 말고, 그 팬심이 강한 마니아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라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레드불의 유럽 마케팅 책임자를 지낸 또 다른 전문가는 특별멤버십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몸에 이 철인마라톤경기 회사의 로고를 새길 정도로 열정적인 마니아들에게 또 다시 돈을 더 내라는 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발상 자체를 바꾸라고 말합니다.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사이트에 접속해 치열하게 등록경쟁을 벌이는 것. 사실은 모든 기업이 원하는 게 바로 그거 아니냐는 겁니다.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힘든 레이스’라는 브랜딩이 가능한 이 엄청난 것을 왜 없애려하냐는 겁니다. 중복등록후 불참하는 사람들에게는 패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대신 10번 완주하면 줄을 서도 되지 않는 프리미엄 혜택을 주는 것 같이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보라고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사실 저도 이 아티클을 에디팅 하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했습니다. 정말 둘 다 일리가 있는 의견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멤버십의 성급한 도입보다는 다른 방식, 즉 중복등록은 페널티를 줘서 막고, 10번 완주, 20번 완주에 따라 오히려 특별한 혜택을 주는 게 낫지 않을까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게 좀 더 가장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 이벤트를 만드는 회사에 적합한 방식이 아닐까, 이러한 열성적 마니아들에게 더 큰 충성도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더 큰 수익을 내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 의견도 정답이 아니지요. 혹시나 VIP멤버십을 새로 만들거나, 고객 충성도 확보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오늘 말씀드린 이 사례를 각자 상황에 맞게 잘 정리해서 한 번 워크숍이나 세미나에 올려놓고 토론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양자택일이 아닌 새롭고 창의적인 해법을 얻을지도 모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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